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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정보 검색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DB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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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28


중국서 고전 DB 만든 류쥔원 베이징대 명예교수


류쥔원 베이징대 명예교수

류쥔원 베이징대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류쥔원(劉俊文) 중국 베이징대 명예교수가 22일 은평구 한국고전번역원 앞에서 중국 고전 DB '중국기본고적고'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학자로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검색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때로는 넓은 바다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처럼 어려웠죠. 하지만 고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1초 만에 원하는 결과 수만 건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민간 고전 데이터베이스(DB)인 '중국기본고적고'(中國基本古籍庫) 편찬을 총괄한 류쥔원(劉俊文) 베이징대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은평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종이에 기록된 전통문화를 디지털로 바꾸는 일은 현대인이 해야 할 임무"라며 고전 DB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교수는 번역원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한국고전총간'과 관련해 마련한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한국고전총간은 약 3만 종에 달하는 한국 고전적(古典籍)을 집대성한 뒤 교감(校勘·여러 판본을 비교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과 표점(標點·원문에 문장부호를 찍는 것) 작업을 거쳐 책으로 발간하고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류 교수는 번역원이 이전에 우리나라 고전 중 문집만을 총정리한 '한국문집총간'에 대해 "의외로 양이 많고 성과를 축적했다"고 평가하면서 "번역원이 우리가 겪은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1년 첫발을 내디딘 중국기본고적고는 지금까지 고전 5만여 종, 80만 권을 디지털화했다. 글자 수로는 100억 자가 넘는다. 현존하는 중국 고전은 10만∼15만 종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글자 입력 작업은 약 300명이 한다. 이들은 헤이룽장성·산둥성·허베이성·안후이성에서 근무하는데, 대부분 고전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고 학력 수준도 높지 않다.

류 교수는 "인쇄본을 빛으로 비추면 자동으로 디지털화하는 광학적 문자 판독장치(OCR)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글자를 입력한다"며 "고전은 책마다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다르고, 지금과 형태가 다른 생소한 글자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고전은 주석이나 그림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OCR 정확도가 17∼20%에 불과하다"면서 "수작업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입력한 뒤에는 점검 작업을 하는데, 사용자가 잘못된 정보에 대해 수정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민간기관에서 고전 DB를 운영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때가 적지 않다면서 "학문은 많은 사람이 누려야 한다는 이념으로 DB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 산하 학술연구기관인 번역원이 경제적 상황보다는 인력 수급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 교수는 "한국고전총간은 교감과 표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확보해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번역원이 대학원을 설립해 고전 디지털화에 필요한 인원을 충분히 육성해야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기본고적고나 한국고전총간은 모두 학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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