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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연구한 푸른 눈 신부 "진정한 행복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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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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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27

의대 나와 사제의 길…서강대서 불교 강의 서명원 신부


 서명원 신부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예수회공동체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서명원 신부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예수회공동체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6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캐나다 퀘벡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 뜻에 따라 프랑스 보르도 의대에 다녔다. 의대 졸업 직전인 1979년 예수회에 입회해 수도자 길에 들어섰다.

성철 스님 연구로 프랑스 파리 7-드니디드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5년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부임해 불교 강의를 해왔다. 본명은 베르나르 세네칼, 법명은 천달(天達)인 서명원(66) 신부가 걸어온 길이다.

그는 지난달 교수 소임을 마치고 퇴임해 경기도 여주에서 수행과 학술 연구, 유기농 농사를 함께 하는 도전돌밭공동체를 이끈다.


개량 한복을 입고 나타난 서 신부는 유창한 한국어로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아 신부가 됐고 이제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016년 서명원이라는 이름을 호적에 올렸다. 1996년부터 수행할 때 편한 한복을 입었다.

서 신부는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의사를 시키려 했고, 나는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6년간 의대에 다니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술실과 해부실에서 수많은 죽음을 접한 서 신부는 생로병사의 이치를 고민했고, 수도자가 되면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부모가 정한 의사의 삶에서 벗어났다.

드라마 'SKY 캐슬'이 떠오르는 이야기를 수십년 전 직접 경험한 셈인 그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라며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성세대의 패러다임 안에서의 성공을 강요하고 아이들은 진정한 행복의 길을 찾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교육이 허락해야 한다"며 "평화와 행복을 주는 게 무엇인지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가 2016년 설립한 도전돌밭공동체는 종교의 벽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동시에 서 신부가 농부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대학교수가, 사제가 왜 농사냐고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할 때 행복하고 많은 것을 배운다"며 "미세먼지와 환경문제만 봐도 지금 우리 문명은 멸망하는 중이며, 지금까지 살아온 식으로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공동체에 모인 약 50명의 회원은 기도와 명상, 공부, 농사를 함께한다. 쌀을 제외하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들깨 등 약 20가지를 재배해 약 80% 야채는 자급자족한다. 되도록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하고 기계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서 신부는 "간단히 말하면 올바른 가치관대로 살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람답게 살면서 수행의 길 끝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학생 시절인 1985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돼 다종교 문화권의 존재를 접했고, 1988년 불교를 전공으로 택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최근에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인 성철 스님을 조명한 글을 묶은 책 '산은 산 물은 물'을 펴내는 등 오랜 세월 한국불교를 연구했다.

그는 지눌 스님의 돈오점수(頓悟漸修·단박에 깨닫고 점차 닦음)에 맞서 돈오돈수(頓悟頓修·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음)를 주장한 성철 스님의 이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 신부는 "돈오돈수는 수사법과 같은 것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학자로서 연구한 결과일 뿐 성철 스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성철 스님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불교가 몸에 밴 예수쟁이'라는 그는 신도가 감소하고 각종 추문으로 신뢰가 추락하며 종교가 위기를 맞는 시대에 종교계가 이웃 종교와 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신부는 "기존 제도권 종교계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으로 위기를 극복할 뜻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종교든 정치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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