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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고전 번역 박사 취득한 전 광주시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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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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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27

이병혁씨 "드넓은 고전번역의 세계, 이제 시작…고전의 현대화 작업 힘쓸 터"


한문고전번역 박사학위 딴 이병혁씨.
[광주시 제공]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40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퇴직 공무원이 한문 고전번역 과정 박사학위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주인공은 2016년 서기관을 끝으로 광주시에서 퇴직한 이병혁(65) 씨.

이씨는 지난달 2018학년도 전남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역주 남파집(南坡集)'이다.


남파집은 이씨의 인천 이씨 5대조 남파 이희석(1804∼1889) 선생의 문집으로 8책 3권으로 구성됐다.

이씨는 이 중 일부를 번역해 논문으로 제출했다.

남파 선생은 장흥 출신으로 호남 성리학의 거두 노사 기정진으로부터 학문을 익혀 노사학단의 주요 인물로 활동한 조선 후기 학자다.

장성과 장흥을 중심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금강산 기행문인 '원유록' 등 많은 시문을 남긴 향토 유학자다.

이희석은 장성에 사는 노사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거주지를 장흥에서 장성으로 옮길 정도로 돈독한 인간관계를 이뤄 노사학파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했다.

남파집은 이희석이 세상을 뜬 뒤 9년이 지난 1898년에 그의 손자인 이선원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간행된 유고집이다.

이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그동안 묻혀 있던 남파의 행적과 그가 남긴 다양한 글들을 정리하고 번역했다.

이 박사는 특히 2015년 취득한 석사학위 논문에서도 7대조인 지지재 이상계 선생의 유고문집인 '지지재유고'를 번역했고,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석사와 박사 논문을 통해 드물게 '시문 번역'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부친 대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이 유학자의 길을 걸었던 탓에 집안 자제들을 위한 글방에서 7살 때부터 글자를 익혔고 학교 교육을 받기 전 명심보감까지 독파했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빚을 덜어낸 느낌이라는 이씨는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글들이 번역되지 않아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부족하나마 석박사 논문을 통해 그분들의 글을 번역해 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생각을 놓지 않았던 게 오늘에 이른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지역 선조들의 업적을 번역해 세상에 내놓는 일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퇴직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시작한 이 박사는 큰 포부도 밝혔다.

그는 "조그만 연구공간을 마련해 학문 동료들과 함께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전번역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하지만 동시에 고전의 현대화 작업, 독자적인 한문 고전번역의 틀을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아 낙후한 호남학 진흥에도 일조하고 후학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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