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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승 KCOC 신임 회장 "월드비전 없는 세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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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양주
국가구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08


 8년째 월드비전 이끌며 137개 구호개발 NGO 협의체 수장도 맡아
 "개발협력 주체는 시민사회…주민 참여시켜야 사업 지속성 확보"
 


지난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으로 선임된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회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으로 선임된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회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월드비전의 꿈은 월드비전이 필요 없는 세상입니다. 저희를 비롯한 구호단체의 지원 없이도 모든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죠. 그러나 빈부격차는 커지고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도움의 손길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조금씩만 더 힘을 모으고 가진 것을 나누기 바랍니다."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한국월드비전의 양호승(72) 회장이 지난 달 21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회장으로 선출됐다.

KCOC는 월드비전을 비롯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 국제개발협력 NGO 137개 단체로 구성된협의체.


 양 회장은 서울대 농과대를 졸업하고 미국 MIT와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각각 식품·생물공학 박사와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미국 IBM 연구원을 거쳐 SK그룹 상무·생명과학연구소장, 미국 센시언트테크놀로지 부사장,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월드비전을 이끌고 있다. 2014∼2016년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장을 지냈고, 작년 7월부터 한국아동단체협의회장도 겸하고 있다.

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질문이 이어질수록 확신에 찬 표정으로 지구촌 문제의 심각성을 역설하며 나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 2014년 3월 우간다의 난민캠프를 찾아 수단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 2014년 3월 우간다의 난민캠프를 찾아 수단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 KCOC 회장을 맡은 소감은?

▲ 한국월드비전은 3년 임기의 대표를 세 번까지 할 수 있는데, 마지막 임기가 2년이 채 안 남았다. KCOC 회장 임기도 2년이다. 마지막까지 봉사를 많이 하라고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얹어준 것으로 여기고 있다.

-- KCOC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 창립 20년의 역사를 토대로 변화하는 새 시대에 맞게 개발협력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시민사회가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쓰겠다. 선진 원조공여국들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서로의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하며 협력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정부·시민사회 파트너십 기본정책이 만들어졌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국회 등과 긴밀하게 대화해 NGO들의 위상을 높이고 역할을 키우겠다. 137개 KCOC 회원단체들은 다양한 나라와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익혔다. 이들의 성과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각자의 장단점이 상호보완을 이루는 방향으로 협력을 꾀하겠다.

--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평가는 어떤가.

▲ 외국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우리가 이뤄낸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탄복하고 개발 경험을 궁금해한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말이 있듯이 개인 기부의 비율이 높은 것도 부러워한다. 그래서 주요 국제구호단체가 우리나라에 다 들어와 있다. KCOC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도 커서 위상이 높아지고 책임이 무거워졌다.

-- 우리나라에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느냐는 비판도 있다.

▲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다른 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월드비전도 국제월드비전의 도움을 받다가 1991년을 기점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한테 진 빚을 갚는 것이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지구촌 시대에 이웃 나라의 어려움이 우리의 삶과 무관할 수 없다.

-- 최근 경기 침체와 취업난 때문에 기부 문화가 퇴조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해마다 국민의 기부 의향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제는 비영리기관도 적극적으로 대중의 관심과 요구를 읽고 다양한 참여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제 혜택 등 법과 제도도 개선했으면 좋겠다. IMF 금융위기 때 후원이 더 늘어난 사례를 보면 경제가 어렵다고 기부가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다. 60만 명에 가까운 월드비전 후원자도 대부분 부유한 계층이 아닌데도 빠듯한 살림을 쪼개 이웃을 돕고 있다.


양호승 회장이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홍보관에서 월드비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양호승 회장이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홍보관에서 월드비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 월드비전의 현황을 설명해 달라.

▲ 선교사이자 종군기자인 밥 피어스 목사가 1950년 한국전쟁 고아들을 돕고자 설립했다.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4만5천여 명의 직원이 3억 명이 넘는 어린이와 이웃을 돕는 세계 최대의 민간국제기구로 성장했다. 한국월드비전은 미국·캐나다·호주에 이어 4번째로 크고, 국내 구호단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해외 40개국 331개 지역, 국내 45개 사업장에서 지역개발, 긴급구호, 권리옹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어떤 점이 오늘날의 월드비전을 만들었다고 보는가.

▲ 투철한 소명 의식과 탄탄한 국제 네트워크, 그리고 투명성·전문성·효율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물 하나를 파도 오래 쓸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아동을 도울 때는 가정과 지역사회를 함께 지원한다. 지역사회 개발 과정에서도 주민과 정부를 참여시켜 지원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사업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어떻게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게 됐는가.

▲ 오래전부터 후원회원으로 참여해오다가 부름을 받았다. 기업 경영진에서 은퇴해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 교수로 부임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가 계획이 갑자기 바뀌었다. 나는 전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생물학과 공학, 동양과 서양, 기업과 학교, 교회와 세상, 북한과 남한, 영리기관과 비영리기관을 넘나들며 둘을 융합시키는 일에 매달려왔다. 농과대를 나와 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배운 경력이 국제협력 NGO 활동을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된 것이다.

-- 지금까지 돌아다닌 사업 현장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을 섬긴다는 월드비전의 원칙에 따라 일하다 보니 전쟁을 겪는 소말리아나 남수단, 자연재해가 닥친 네팔과 필리핀 등의 난민촌을 많이 방문했다. 특히 시리아 내전으로 고통받는 난민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오는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1천200만 명이 집을 잃었고, 2만8천여 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그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을 맞아 월드비전은 올해도 시민 200명과 함께 합창으로 평화를 기원할 예정이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은 "자라나는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국제화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만큼 이들이 갈등과 분열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은 "자라나는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국제화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만큼 이들이 갈등과 분열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됐는데, 종교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적은 없는가.

▲ 월드비전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협력하며 인종·민족·종교·문화·성별 등 어떤 차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구호개발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국 정부와 주민단체의 시스템을 존중하고 주민의 참여와 소통을 끌어내는 것이다. 나도 온누리교회 장로인데 다른 종교의 NGO 지도자들과 자주 어울리고 서로 돕는다.

-- 세계시민교육에도 앞장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자라나는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제화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다름에서 오는 갈등과 분열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월드비전은 전국 1천477개교 학생에게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해 평화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2년 뒤의 개인적 구상은 무엇인가.

▲ 월드비전에서 얻은 경험을 다른 NGO들과 나누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 세계에 전하고 싶다. 예전에 신의주보육원에서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을 감상한 적이 있다. 북한의 고아들을 월드비전 합창단원(구 선명회합창단)으로 받아들여 전 세계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게 꿈이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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