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한상넷 로고한상넷

전체검색영역
작은거인 크바스토프 "클래식도, 재즈도 삶을 노래하죠"
대륙구분
아시아/대양주
국가구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2.27


 내달 LG아트센터서 첫 내한공연…중증 장애 딛고 도전 이어가


바리톤 출신 재즈 가수 토마스 크바스토프

바리톤 출신 재즈 가수 토마스 크바스토프
[LG아트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사실 재즈 연주와 클래식 성악을 비교하긴 어려워요. 다만 클래식이든 재즈든 모든 음악은 삶과 환상, 분노, 화, 행복, 기쁨 등을 노래합니다."

세계적 바리톤으로 활약하다 재즈 가수로 전향한 독일 출신 토마스 크바스토프(60)는 27일 서면 인터뷰에서 "클래식과 재즈 모두 내겐 자연스러운 장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19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작년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 '오케이 레코드'를 통해 발매한 재즈 앨범 '나이스 앤 이지'(Nice 'N' Easy)에 수록된 레퍼토리를 위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서 해밀턴의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Summertime)' 등 재즈 명곡을 선보인다.


토마스 크바스토프

토마스 크바스토프
(왼쪽에서 두번째) [LG아트센터 제공]


그는 중증 장애를 딛고 세계적 성악가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바리톤으로 수십장 음반을 냈는데, 미국 그래미상만 3차례 수상했다. 독일 에코 클래식상은 6회나 받았다.

그러나 무대 위 그의 모습은 평범한 성악가들과는 다소 다르다.

7개 손가락과 어깨에 붙은 손, 130㎝ 키, 그래서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모친이 임신 중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한 약물 부작용으로 선천기형으로 태어났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장애를 한계로 인식하지 않는다.

"사실 전 제 장애에 대해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보이니까요. 전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피아노를 칠 수 없다는 이유로 하노버 음대 진학에 실패한 그는 법학을 전공하면서도 개인 레슨으로 꾸준히 노래를 공부했다.

1988년 뮌헨 ARD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성악가 길을 걷게 됐다.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미성과 넓은 음역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독일 가곡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전성기를 누리던 2012년 클래식 무대에서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에는 연극배우와 내레이터 등으로 간혹 무대 위에 올랐다.

"형의 죽음이 제 은퇴에 영향을 미쳤죠. 형은 폐암 진단을 받았었는데, 그때부터 웬일인지 제 목소리가 이전 같지 않았어요. 심리적인 원인이었죠. 형과 저는 특별할 정도로 가까웠으니까요. 그간 클래식 음악을 부르진 않았지만, 무대에는 가끔 섰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악 콩쿠르도 열고 있습니다. 늘 음악과 함께 해왔죠."

그는 최근 재즈 앨범 '나이스 앤 이지'로 제2의 음악 인생을 재개했다. 그의 재즈는 은퇴한 성악가가 때로 즐기는 취미나 여가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그는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하던 2007년에도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재즈 앨범을 발매했을 정도로 재즈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재즈의 자유로움과 무한한 즉흥성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함께하는 연주자들과 클래식보다 훨씬 더 친밀한 반응을 주고받을 수 있죠. 클래식에선 음(notes)과 음가(length)를 정확히 노래하고 연주하는 게 중요하지만, 재즈에선 모든 게 더 자유롭습니다."

그와 재즈의 만남은 10대 시절 시작됐다.

"처음 재즈를 알게 된 건 형을 통해서입니다. 형이 록밴드 '제트로 툴'이나 '딥 퍼플' 음악 등을 들려줬지만, 제 취향엔 안 맞았어요. 그런데 재즈를 들려줬을 땐 아주 좋았죠. 그 자유로움과 즉흥, 정교하게 얽힌 리듬이 마음에 들었어요."


토마스 크바스토프

토마스 크바스토프
[LG아트센터 제공]

이번 첫 내한 무대에서도 관객들은 그의 독일 가곡이 아닌 재즈를 감상하게 된다.

그는 오랫동안 작업한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관객에게 직접 곡을 소개하며 친밀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별히 귀 기울여 들어주길 바라는 곡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매진'과 '서머타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장애를 딛고 세계적 성악가로, 성악가에서 재즈 가수로 늘 도전과 모험을 이어온 그의 '긍정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 장애를 지닌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현재 전 음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어여쁜 (의붓)딸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재즈 공연과 마스터 클래스를 많이 열 예정입니다. 시 낭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학 작품을 낭독회도 개최해보려 해요."

sj997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