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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2016 해외봉사상' 박관태씨 "나누는 삶, 지금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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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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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1.22

 

KOICA 중장기자문단 의사로 몽골서 인술 펼쳐…15년간 20개국서 활동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돈 좀 벌고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부터 나누며 살겠다고 하면 평생 나눔의 삶은 불가능합니다. 나눌 것이 없어도, 삶이 힘들어도 지금 나누는 삶을 시작하십시오."


'2016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수상자인 박관태(46)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뜸 "나눔의 삶은 곧 행복한 삶이기에 즉시 실천하라"는 제안부터 던졌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단 외과의사인 그는 현재 몽골국립의과대에서 긴급구호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KOICA 국제협력 의사로 몽골에서 첫 봉사를 시작한 이후 7년은 몽골, 8년은 한국에 있으면서 아이티, 캄보디아, 네팔, 케냐,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등 20여 개국에 나가 인술을 펼쳤다.


KOICA가 '국제개발협력의 날'(11월 25일)을 맞아 선정·시상하는 '해외봉사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박 씨는 "봉사를 하기 위해 해외에 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겠지만 어디서든 삶은 살아지게 마련"이라며 "평생 나누고 도우며 살다 보면 여유와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봉사상은 15년 동안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가지 않은 데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거주할 때도 휴가를 내고 매년 5∼6회 해외 봉사를 다녔으니까요. 요즘 SBS가 방송하는 '정글의 법칙'에 나올 만한 오지, 긴급구호 현장 등을 찾아가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장기 이식을 했습니다."

 

'2016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받은 박관태 몽골국립의과대 외과 의사.  
'2016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 받은 박관태 몽골국립의과대 외과 의사.


의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뿌리치고 봉사에 온 열정을 쏟아붓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29살의 나이에 악성 임파종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렸다. 졸업 후에 같이 해외 의료 봉사를 하기로 약속했고, 그것을 위해 각자 내과·외과 의사가 돼 함께 몽골로 가자며 준비했던 친구다. 둘은 고려대 의대에 입학해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함께 밟았다.


그러나 친구는 "함께 못 가서 미안하다. 내 몫까지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갔고, 박 씨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술에 빠져 살던 삶을 정리하고 전문의가 되자마자 몽골로 날아갔다.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하겠다며 밟은 몽골 땅에서 그는 2년 6개월 동안 무려 3천 건이 넘는 수술을 했다. 손목에 무리가 와 석고붕대를 하고 다닐 만큼 외과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봉사했다.


4년을 몽골에서 보내고 2005년 귀국한 박 씨는 서울 아산병원 외과 펠로우를 하면서도 몽골에서의 복강경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에 복강경 수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또 의료진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연구하고 실천했다. 10개국에 복강경을 설치해 주고 수술법을 전수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그는 고려대 의료원 긴급구호팀 부단장을 맡아 출국했다. 민간 의료팀으로는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여진과 시신이 뒹구는 지옥과 같은 현실을 경험했다. 그에게 평생 감동으로 남을만한 기억도 아이티 지진현장에서 일어났다. 다국적 의료캠프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던 어느 날 새벽, 그는 캠프를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로부터 긴급 SOS를 받았다.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에 있던 산부의과 의사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한 그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 아이를 엄마에게 전달할 때의 감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이 수술 이후 그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전 세계를 지구촌으로, 이웃으로 품게 됐다"고 말한다. 곧바로 의료봉사팀을 꾸려 달려갔고, 모두 7차례 아이티를 찾았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박관태씨.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박관태씨.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9살짜리 아이도 지금까지 눈에 선하다. 그 아이는 혀가 자라서 7년간 입을 벌리고 살았고, 혓바닥에 파리가 앉을 정도여서 친구들로부터 괴물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대인기피증이 심한 상태의 그를 한국에 데려와 수술해줬더니 귀국하기 전 그림을 그려 선물을 하던 그 아이의 선한 눈빛은 나눔을 실천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혈관외과와 신장이식을 전공한 그는 장기 이식 전문의다. 그래서 날이면 날마다 혈액투석이 필요한 말기 신장병 환자들을 보게 된다. 투석을 위한 혈관을 만들어주고, 장기 이식 상담을 하는 것이 일상인데 몽골은 혈액투석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1천여 대의 투석기가 필요하지만, 현재 200대도 안 되는 투석기가 운영되고 있다.


'파김치'(Dr. Park은 몽골어로 팍임치)라는 별칭처럼 파김치가 될 때까지 환자를 돌보는 그는 2년여의 악전고투 끝에 지난 8월 말 비영리 혈액투석 전문병원인 '아가페기독병원'을 세웠다. 그는 이 병원을 1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확장하는 꿈과 의과대학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몽골에 봉사를 다녀온 후 2013년 외과 의사로 두 번째 봉사 활동에 나선 그는 "기쁘고 즐겁게 하면 길게 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잘할 수 있다"며 "남은 인생을 지극히 작은 자들, 내가 도울 수 있고 돌봐야 할 환자들을 도우며 살 것이다. 그것이 더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몽골 등 10개국에 복강경 수술을 전파한 박관태 씨

몽골 등 10개국에 복강경 수술을 전파한 박관태 씨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22 10: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