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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성공시대 - ⑦ '희망을 던진다' 프로야구 투수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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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8.01
조선족 최초 프로야구 데뷔, 무사사구 완봉으로 첫승… KBO 사상 처음
"꿈을 이루려면 실천 중요…힘든 시기 와도 차근차근 하던 일 해야"

(수원=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렇게 재밌는 운동이 있었다니!"

중국에서 온 11살 소년은 한국에서 난생처음 야구라는 운동을 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학교 운동장에서 조그마한 공 하나를 던지고, 치고, 받는 게 그토록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야구는 단숨에 소년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날부터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는 소년은 9년 뒤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 데뷔해 마운드에 섰다. 중국동포 출신 최초다. 올해 2년 차인 케이티 위즈 투수 주권(21·2007년 귀화)의 얘기다.

그는 지난 2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10년 전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처음 했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면서 "야구공으로 하는 모든 게 재밌고 신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키 181㎝에 다부진 어깨, 차분한 말투가 '차세대 에이스'의 포스를 풍겼지만, 어쩌다 '빵 터지는' 유머를 던질 때는 스물한 살 청년다운 발랄함이 엿보였다.

주권은 올해 한국프로야구(KBO) 시즌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27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것.

완봉승은 투수가 1회에 등판해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상대 팀에 한점도 내주지 않은 승리를 말한다. 더구나 주권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한 개도 없이 상대 타선을 꽁꽁 묶는 무사사구로 완봉승을 따냈다.

KBO 역사상 프로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으로 장식한 선수는 주권이 처음이다. 창단 2년 차 막내 구단인 케이티에 첫 완봉승을 안겨준 겹경사이기도 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제가 그날 완봉승을 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웃음) 너무 기뻐서 밤에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얼떨결에 완봉을 한 것 같아요."


케이티 '첫 완봉승' 주권 투수 (수원=연합뉴스)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의 선발 투수 주권(21)이 지난 5월 27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완봉승을 기점으로 주권에게는 달라진 게 많다. "마운드에 설 때 여유가 생기고 자신감도 붙었다. 경기 운영 능력도 올라간 것 같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진기록을 줄줄이 세우며 '특급 신인' '차세대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21살 청년치고는 적지 않은 굴곡을 겪었다.

1995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 먼저 온 어머니를 따라 2005년 입국했다.

어린 마음에도 걱정이 앞섰다. 낯선 동네, 어색한 말투, 새로운 친구, 주변의 어색한 시선 등 열 살 소년으로서 부딪히고 극복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청주 우암초등학교에 다니던 이듬해 우연히 야구를 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축구를 했거든요. 한국에 와 학교에서 생전 처음 야구를 해봤죠. 그렇게 재밌는 운동이 있는 줄 몰랐어요.(웃음) 처음엔 취미로만 하려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길로 어머님께 말씀드렸어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어머님은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셨거든요. 그러면서도 부족함 없이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죠."

주권은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었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 '연습벌레'로 불릴 정도로 성실함을 갖춰 청주중, 청주고 야구부에서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고졸 유망주로 꼽히던 그는 케이티로부터 '우선 지명' 선수로 발탁돼 KBO 마운드에 섰다. 중국동포 출신이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된 건 그가 처음이다.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자면 그때 같아요. 한국에 와서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거든요. 학교 수업도 빠지면서 훈련했죠. 어머님도 고생이 많으신데 만약 야구로 실패하면 어쩌지 싶기도 했어요. 근데 우선지명으로 입단이 결정된 순간 하늘을 날 것 같았죠. '아, 내가 한국에 와서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기쁨도 잠시, 또다시 시련이 닥쳤다. 어깨 통증으로 데뷔 1년 차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것. 지난해 시즌에서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오른 1군 자리에서 중도에 내려와 재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어깨가 왜 아플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당시에 한 달 정도 중국 고향 집에 다녀오느라 훈련을 쉬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결론 내렸죠. '아 나는 공을 안 던지면 몸이 아픈 사람이구나' 하고요.(웃음)"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중국 동포 청년을 위해 조언을 청했다. 인터뷰 내내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가던 그가 이때만큼은 잠시 숨을 골랐다.

"꿈을 이루려면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시기가 와도 차근차근 하던 걸 해야죠. 시련은 어차피 스스로 극복해야 하거든요. 누구의 도움에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요. 그래야 또 다른 시련이 와도 버틸 수 있죠."

주권은 올시즌 제대로 날개를 펼쳤다. 정규리그 후반기에 돌입한 1일 현재 4승 4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 중이다.

"5승 달성, 10승 달성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훈련해 오랫동안 마운드에 서고 싶어요. 앞으로도 몸이 아픈 데가 없도록 해 마음껏 공을 던지고 싶습니다."

주권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훈련시간에 늦으면 안된다"며 서둘러 달려나갔다. 아침나절 소나기를 호되게 맞은 그라운드의 잔디가 어느새 짙푸른 색을 되찾고 있었다.


케이티 '첫 완봉승' 주권 투수 (수원=연합뉴스)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 선발 투수 주권(21)이 29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6.8.1. (케이티 위즈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8/01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