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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성공시대] ⑬ 중국경제 전문가 인천대 김부용 교수
베이징대·서울대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서 6년간 국책 연구 "뉴노멀시대 적극 대처해야…한중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 "한국 좀 더 글로벌화됐으면…" 국적·혈통에 집착말자는 의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의 김부용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항도 인천은 근세 이후 중국인의 한국 이주사와 한국인의 해외 이민사의 시발점이었다. 인천이 개항되자 가까운 산둥(山東)반도 사람들은 청나라 조계지인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 새로운 터전을 찾는 조선인들은 여기서 이민선을 타고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밭이나 멕시코 애니깽(용설란) 농장으로 향했다. 인천 중구 선린동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서고 중구 북성동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세워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부용(36) 국립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적은 중국이고 핏줄은 한국계인 중국동포(조선족) 3세다. 한국과 중국의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가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관문에서 한중 경제교류를 연구하고 양국 간의 가교 구실을 해낼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지난 9일 인천 송도의 인천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인천의 역사적·지리적 의미와 조선족 정체성의 상관관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저도 인천이 그렇게 의미가 깊은 곳인지 몰랐어요. 부임한 지 오래되지 않아 차이나타운도 아직 못 가봤고, 이민사박물관도 있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지난해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은 인천과 산둥성 웨이하이(威海)를 시범협력 지역으로 정해 비과세 등 여러 호혜 조치를 해주고 있습니다.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제겐 운명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서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교수는 2010년부터 5년 반 동안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정부의 중국 관련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김부용 박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해 8월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눈부신 학력과 화려한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근교 우창(五常)시에서도 20여 리 떨어진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여느 조선족 3세처럼 일제강점기에 할아버지 내외는 경남 김해, 외할아버지 내외는 함경도에서 각각 만주로 건너와 이곳저곳을 떠돌며 농사를 지었다. 중학교 국어(조선어) 교사인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는 농사일도 병행하며 김 교수와 6살 위의 언니 자매를 키웠다. 김 교수는 아버지의 전근에 따라 1989년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소도시 안투(安圖)로 옮겼다가 5년 만에 다시 옌볜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로 이사했다. 궁벽한 시골 학교에서 점차 큰 도시의 학교로 전학을 하자 공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으나 명석한 두뇌와 성실성 덕분에 전국 각지의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베이징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부닥친 가장 큰 장벽은 언어 문제였다. 중국에서 자랐다고는 하지만 동북 3성에 있을 때는 한족과 어울릴 일이 자주 없어 중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중국어 수업을 들으려니 쉽지 않았다고 한다. 또 중고등학교 때는 영어 교사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다 보니 뒤늦게 영어를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 정치학과에 입학했다가 적성이 맞는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택한 것도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허덕이게 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유학을 결심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으니 선택의 폭은 좁았다. 그래도 일본 보다는 선조의 고향인 한국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재외동포재단의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 2002년 9월 서울로 건너와 이듬해 신학기에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로 입학했다. "한국에 올 때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달랑 100만 원만 들고 빈털터리나 다름없이 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일이었죠. 그래도 다행히 초원장학회의 유승룡 회장께서 잠잘 곳을 마련해주시고 동아제약 유충식 부회장께서는 등록금도 선뜻 내주셨죠. 석사와 박사과정을 지도해주신 이근 교수님께는 학문적으로도 가르침을 받았고 학문하는 태도도 많이 배웠습니다. 모국의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얘기하려면 끝이 없어요." 박사학위 취득을 한 달 앞둔 2010년 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중국경제 전문가를 찾는다는 제안을 받고 취직했다. 연구원은 기존의 동북아경제본부의 중국팀과는 별도로 중국 권역별·성(省)별 연구팀을 신설하며 그에게 징진지(京津冀)로 불리는 베이징시·톈진(天津)시·허베이(河北)성과 동북 3성을 맡겼다. "정부가 출연한 국책연구기관이 중국 국적의 저를 채용하기가 망설여졌을 만도 한데 한중 경제교류에 이바지하라고 뽑아준 것 같아요. 한국 정부를 위해 연구하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이 발생하면 고민스러워질 때도 있고, 프로젝트에서 빠질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을 연구하면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 지방정부도 환영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이어서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석사 논문은 성(省)별 데이터를 계량분석해 중국의 경제성장 결정 요인을 논한 것이고, 박사 때는 중국 경제성장과 소득 불균형의 관계를 동시방정식 모델로 풀어본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중국의 발전 전략 전환과 권역별 경제동향', '징진지 지역 LED 산업 현황과 시사점', '중국 농촌 소비시장 특징과 진출 방안'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지난해 8월 인천대로 옮긴 뒤로는 '중국경제론'은 한국어, '중국경제 특강'과 '중국경제 실무'는 중국어, '거시경제론'은 영어로 각각 강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특히 경제성장과 소득 불균형의 관계를 파고들 생각입니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 성(省) 간의 소득 격차가 매우 크거든요. 이를 완화하려고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이나 의료 혜택 등을 늘리려고 하는데, 기득권층은 반발하고 있죠.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중국을 모델로 삼아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중 경제협력에 관한 연구도 특별히 주목하는 분야입니다. 요즘에는 중국 소비시장이 내륙의 도시와 농촌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중 무역의 경향이 어떤 품목과 업종으로 옮겨가는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죠." 김 교수가 한국과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또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어떻게 내다보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들도 저성장·저금리·고실업률을 겪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중국도 예전과 같은 고도성장은 기대할 수 없죠. 한국에서 볼 때 임금이나 토지 비용이 상승하고 환경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가공무역 기지로서의 활용도도 줄었습니다. 대신 내륙의 소득이 증가하며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는 높아졌죠. 이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한국의 중국 투자를 앞질렀습니다.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인들의 관심 분야는 부동산, 금융, IT,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한중 간의 경제협력 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겁니다." 15년째 한국에 사는 조선족 3세로서 모국의 동포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점을 말해 달라고 하자 "한국이 좀 더 글로벌화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조선족, 한국계, 중국인이라는 혈통이나 국적보다 세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도 주변인으로 살다가 베이징에 가니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다민족을 포용하려는 태도가 있다고 느꼈는데, 한국은 단일민족국가여서 그런지 외국인들을 배척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탈북민이나 조선족 동포에 대해서도 편견을 갖고 있다면 동남아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겠습니까. 이주노동자나 조선족의 범죄가 일어나면 해당 집단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태도도 문제입니다." 김 교수는 한국에 사는 조선족 청소년들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해서 자기 삶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에 익숙하고 이중언어를 안다는 게 장점이라지만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경쟁우위를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양쪽에서 다 소외당하기 십상입니다. 어디에 있든 자기 삶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김부용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12 07:00 송고
2016.09.12
[한국의 과학수사] ⑮ '치안한류'의 첨병…외국서도 빛 발한다
지진·쓰나미 등 외국 대형 사건사고 현장서 활약 개도국에 기술 원조·수출…과학수사 인프라 구축 지원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올해 5월 20일. 경찰청 외사국에 '재외국민 피살' 급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인 선교사 심모(57) 씨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 안티폴로에 있는 자택에서 새벽에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필리핀은 재외국민이 많은 데다 치안이 불안해 매년 한국인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곳이다. 지난해 경찰청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현지에 수사인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현지 경찰과 협의해 둔 상태였다. 범인은 도주했다.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에 수사 전문가 파견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자국에서 발생한 범죄는 자국 경찰이 수사할 '치안 주권'이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경찰의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문용수 경위 등 현장감식·폐쇄회로(CC)TV 분석·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으로 구성된 3명의 전문가팀이 꾸려졌다. 필리핀 재외국민 사건에 국내 과학수사 인력이 파견되는 4번째 사례였다. 명색이 살인사건임에도 현지에서는 고작 형사 1명이 사건을 맡고 있었다. 한국 전문가팀은 현장 주변 CCTV 확보라는 기초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덥고 습하기가 한국보다 훨씬 심해 밖을 돌아다니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CCTV가 있는 건물을 찾아 발로 뛰었다. CCTV 설치가 확인된 건물은 줄잡아 수백 채였지만, 건물주들이 선뜻 영상을 내줄 상황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 뻔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140m 떨어진 식당 관계자를 설득해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건물에 설치된 CCTV는 9개였지만, 범인의 예상 이동로와 촬영 각도가 다르거나, 사각지대가 있는 6개를 빼고 나니 활용할 수 있는 것은 3개뿐이었다. 이렇게 확보한 영상 분량은 사건 발생시각 전후로 CCTV 1개당 48시간, 도합 144시간이었다. 화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 보정 작업을 거쳤다. 이어 '눈 빠지게' 영상을 들여다보는 막막한 작업이 시작됐다. 밤새 눈에 핏발을 세우며 영상을 분석하던 중 장면 하나가 잡혔다. 사건 발생시각 약 1시간 30분 전, 등번호처럼 생긴 문양이 새겨진 윗옷을 입은 한 인물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심 씨의 집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팀은 앞서 필리핀에 도착한 뒤 현지 경찰이 초동수사에서 확보한 현장 증거들을 살펴보다 범인이 벗어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티셔츠 하나를 본 기억을 떠올렸다. 피가 묻어 있었고, 등 쪽에 숫자 11이 새겨져 있었다. CCTV에 잡힌 용의자 모습(왼쪽)과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영상에 등장한 이 인물이 용의자라는 심증을 굳힌 전문가팀은 해당 인물의 인상착의를 '동영상 축약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전체 동영상 중 특정 요건이 포함된 부분을 골라줘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CCTV와 범행 현장 간 거리, 술에 취한 듯한 움직임 등으로 미뤄 인근 주민일 개연성이 있었다. 전문가팀은 이런 판단을 필리핀 경찰에 전달했다. 한국 전문가팀은 현지 경찰 수사를 지원할 뿐 공식 수사는 현지 경찰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 측으로부터 단서를 받은 필리핀 경찰은 과거 이 일대에서 강도나 침입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압축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사건 발생 7일 후인 5월 27일, 숨진 심 씨의 집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사는 E(25) 씨가 검거됐다. E 씨는 "술에 취해 피해자 집에 들어가 잠을 자다 갑자기 피해자가 손전등을 비추고 소리를 질러 놀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필리핀 경찰은 "피살사건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지만, 양국 경찰의 협업으로 일찍 검거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파견한 경찰관의 현장감식 기법, CCTV 분석 능력, 프로파일링 기법이 수사에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 외국 대형 재난·사건 현장서도 인정받는 과학수사 역량 한국 과학수사의 역사는 왕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에도 중국 원(元)대 편찬된 형사사건 지침서 '무원록'(無寃錄)을 국내 실정에 맞게 주해를 달아 활용했는데, 여기에 시신 검시와 같은 법의학 기법이 포함돼 있다. 현대로 넘어오면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미 군정 시기에도 지문 등 수사기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1월 내무부 치안국(현 경찰청) 내에 '감식과'라는 과학수사 관련 부서가 설치된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각종 범죄가 출현하자 정부는 '수사의 과학화'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수사기관에서 독립해 범죄 증거 감정을 전담하는 기관이 세워진다. 1955년 3월 설립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한국 과학수사는 선진국도 인정할 만큼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수준이 됐다. 국내의 주요 강력사건은 물론 외국에서 일어나는 대형 재난현장에서도 한국 과학수사 요원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연구소'에서 지금은 '연구원'으로 승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04년 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등 큰 재난현장에 인력을 보내 희생자 신원 확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외국에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구금된 한국인들의 무고함을 입증하고 석방하는 데도 한국 과학수사는 크게 기여했다. 온두라스에서 네덜란드인 살인 혐의를 받았다가 풀려난 한지수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씨는 2008년 8월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려고 온두라스에 머물다 한 네덜란드인 여성 사망사건에 연루됐다. 이후 이집트에서 생활하다 1년 후인 2009년 8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체포됐다. 네덜란드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였다. 한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온두라스 당국의 수사와 재판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문제 제기로 이슈화하자 정부는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유례없는 조처를 하기에 이른다. 당시 파견된 전문가 가운데 국과수 법의관이던 김형중 박사도 있었다. 김 박사는 숨진 여성이 목 졸려 질식사했다는 온두라스 검찰 측 부검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해 2010년 10월 1심에서 한씨가 무죄를 선고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도 재외국민이 많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과학수사 전문가를 보내 현지 경찰 수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2월 필리핀에서 박모(68) 씨가 살해됐을 당시 경찰은 프로파일러와 현장감식·CCTV 분석 요원·법의학자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투입,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유력 용의자가 검거되도록 도왔다. 이전까지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발생하면 한 달 안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일조차 드물었다. 올해 5월 선교사 심 씨 피살사건과 함께 한국 과학수사의 역량을 현지 경찰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시킨 사례로 꼽힌다. 필리핀 교민 피살사건 CCTV 분석하는 경찰청 과학수사요원 [연합뉴스 DB] ◇ 개도국 ODA의 한 축 '과학수사 한류' 한국은 과거 선진국 원조를 받던 빈국에서 지금은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는 국가로 위상이 변했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 같은 공적개발원조(ODA)의 목록에 과학수사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과수는 방글라데시에 사이버범죄수사센터와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시설 구축을 지원해 현지 경찰의 수사 역량과 치안행정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고, 국내에 연수생을 초청해 교육도 진행했다. 2017년까지 3개년으로 추진되는 스리랑카 '과학수사 역량 강화' ODA는 현대 과학수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 증거와 DNA 분석시설 구축, 장비 도입, 기술 교육 등으로 이뤄져 현지 수사당국의 역량을 높이는 사업이다. IT 발달이 과학수사와 접목돼 남다른 강점을 보이는 디지털 증거 분석 분야는 국과수가 외국에 원조 또는 수출하려는 주요 '품목'이다. CCTV 영상 분석과 화질 보정, 손상된 영상 파일 복구 등 국과수가 자랑하는 디지털 증거분석 기법은 개발도상국에 전수될 뿐 아니라 중동 산유국 등에서 큰 관심을 보여 기술이전과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도 2013년부터 바레인, 과테말라, 아랍에미리트, 도미니카공화국 등에 과학수사요원들을 파견, 현지 경찰을 상대로 과학수사 기법을 교육하고 관련 기반시설 확충을 돕는 등 '치안한류' 전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한국을 방문, 경찰청에서 과학수사 관련 교육을 받는 외국 경찰 관계자도 2013년에만 45개국 140명에 이르는 등 매년 여러 국가에서 한국 과학수사를 배우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배용주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은 "한국 경찰을 방문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과학수사 인프라가 빈약한 개도국이어서 한국의 앞선 수사기법과 체제를 부러워한다"며 "현지에서 직접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리즈 끝 > pul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10 07:00 송고
2016.09.12
김장환 목사, 유엔 조찬기도회서 연설…"동양인 최초"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오는 13일 오전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제31회 유엔국제조찬기도회에서 주강사로 연설할 예정이라고 극동방송이 10일 밝혔다. 동양인이 유엔국제조찬기도회에서 연설을 맡은 것은 김 목사가 처음이라고 극동방송이 설명했다. 유엔 산하 재외공관장교류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조찬기도회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 등 세계 각국 대사 25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한 사람의 힘'을 주제로 "한 사람이 문화·지리·인종·사회를 초월해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kihun@yna.co.kr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극동방송 제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10 10:34 송고
2016.09.12
비올리스트 김규리, 브람스 국제 콩쿠르 비올라 부문 1위(종합)
박수현, 바이올린 부문서 2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비올리스트 김규리(23)가 제23회 브람스 국제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서 1위를 했다. 11일 콩쿠르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김규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푀르트차흐에서 열린 브람스 콩쿠르 결선에서 비올라 부문 파이널리스트 6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승과 상금 2천500유로(약 310만원)을 거머쥐었다. 김규리는 세계일보·국민일보·동아 콩쿠르 등 국내 주요 경연에서 1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다. 지난해에는 안톤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서울대 음대를 거쳐 현재 독일 베를린의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타베아 침머만에게 배우고 있다. 이번 대회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박수현이 2위에 올랐다. 올해로 23회째인 브람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성악, 실내악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매년 개최된다. 매년 20개국 안팎에서 200∼300명에 이르는 연주자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올해 비올라 부문의 경우 51명이 참가해 15명이 세미파이널에, 6명이 파이널에 올라 기량을 겨뤘다. 비올리스트 김규리 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11 12:45 송고
2016.09.12
캐나다 한인 소설가 '토론토 북 어워즈' 최종후보 5인 올라
1.5세 최유경 첫 소설 '케이스 럭키 코인 버라이어티'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캐나다 한인 1.5세가 쓴 영문소설이 '2016 토론토 북 어워즈' 최종후보 5인에 올랐다. 토론토 시와 도서관은 1975년 부모를 따라 토론토에 이민한 최유경(현지이름 앤 최·여) 씨의 첫 소설 '케이스 럭키 코인 버라이어티'(Kay's Lucky Coin Variety)를 제42회 토론토 북 어워즈 최종후보에 선정하고, 최근 홈페이지(http://www.torontopubliclibrary.ca)를 통해 발표했다. 매년 토론토를 주제로 한 작품을 대상으로 뽑는 이 상에는 최 씨 외에도 하워드 애클러(맨 오브 액션), 마니 우드로우(헤이데이) 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소설은 오는 25일(현지시간) 하버프론트센터에서 열리는 '더 워드 온 더 스트릿'(The Word on the Street) 도서박람회의 토론토 북 어워즈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후보들은 각 1천 달러씩의 상금을 받았고, 오는 10월 11일 발표될 최종 우승자는 1만 달러를 거머쥐게 된다. 소설 '케이스…'는 1975년 최 씨의 가족이 이민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토론토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보다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고 한국에서 토론토에 이민했지만 편의점을 지키느라 저녁 한 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기 힘들 정도의 고단한 삶, 한국 이름이 불리기 어려우니 영어 이름을 만들어야 했고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여주인공 메리의 생각 등 이민자 가정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최 씨는 이 소설을 2007년부터 썼고, 5년 뒤 '코너드'(Cornered)란 제목으로 토론토대 창작문예 부문에 응모해 우수작문상인 '마리나 니맛'상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케이스 럭키 코인 버라이어티'로 제목을 바꿔 출간해 'CBC북스', '49thshelf.com' 등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기대작 명단에 올랐다. 토론토대에서 영어·사회학·교육학을 전공한 최 씨는 요크지역의 공립학교인 유니언빌고교에서 가이던스 카운슬러와 학생 성공 프로그램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인 교사와 교장, 정착 상담원 등으로 구성된 '요크지역교육자모임'(NEKS) 회장에 선출됐다. 매년 학부모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캐나다 한인 1.5세 최유경씨. 최유경 씨의 소설 '케이스 럭키 코인 버라이어티'.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5 09:46 송고
2016.09.06
[중국동포 성공시대] ⑫ '밑바닥에서 외치는 희망' 소설가 김노
소설·수필 40여 편…2월 첫 소설집 '중국 여자 한국 남자' 펴내 "조선족 삶 가끔은 소설보다 비참…음지 얘기 양지로 드러낼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했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서인지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베스트셀러부터 신간까지 빼곡히 진열된 책장의 소설 코너에는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책 한 권이 꽂혀 있었다. 제목은 '중국 여자 한국 남자'. 소재도 만만하지 않았다. 조선족, 밀항선, 경마장, 가정폭력, 불법체류…. 작가의 필명은 김노(金奴·60). 외자인 이름을 하필이면 노예나 종이라는 의미의 '노'((奴)로 지었을까.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했다. 김 작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재한 중국동포는 한국에도, 중국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고 있다"며 "밑바닥에서도 희망의 끈을 찾아 헤매는 중국동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집필 배경을 털어놨다. 그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2세다. 조선족 남편과 사별하고 33살이던 1989년 한국에 와 1992년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귀화했다. 국내에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활동 중인 중국동포는 여럿 되지만 김 작가처럼 오롯이 소설집 한 권을 펴낸 작가는 드물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말도, 글도, 삶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 작가도 중국에서는 조선족 4대 문학지 중 하나인 '도라지'로 등단한 뒤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식당 설거지, 육아 도우미 등을 전전하며 '중국 아줌마' '조선족 아줌마'로 살았다. 그 와중에도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고단한 몸을 붙들고 밤새 원고지를 채웠다. "한(恨)이 많았죠. 지금은 이혼한 전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힘들었고요. 응어리를 풀어내는 유일한 통로가 글쓰기였어요. 제 얘기, 주변 중국 교포들의 얘기를 엮어 실화에 가까운 소설을 썼죠. 작은 상도 몇 번 받았고요. 소설가로 성공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글쟁이로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쓴 중·단편소설과 수필이 모두 40여 편. 이중 단편 9편을 추려 올해 2월 펴낸 첫 소설집이 '중국 여자 한국 남자'다. 그의 소설은 르포에 가깝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에 왔지만 음지에 내몰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떠맡는 중국 동포의 생존기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김 작가는 단편 하나를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밀항자'는 중국에서 밀항선을 타고 오다 집단 성폭행에 노출된 조선족 여성의 비극을 추적한 단편. 이를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며칠에 걸쳐 인천 항구를 샅샅이 뒤지고, 문전박대를 무릅쓰며 목격자를 찾아다녔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동포들도 워낙 쉬쉬하는 얘기라 목격담을 취재하느라 애를 먹었죠. 극적 장치를 더하긴 했지만 소설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소설보다 현실이 훨씬 비참해서 글로 옮길 때 표현을 순화하기도 해요." '가자! 경마장으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공사판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순간에 탕진하고 마는 불법 체류자 '영호'. 작가는 "도박성 게임에 빠진 중국동포의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설명하고 싶어서 과천 경마장을 찾아가 실제로 돈을 걸어봤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필명을 '노예'에서 따온 것도 "구속에 얽매였던 과거를 잊지 않고 스스로 자유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굳이 중국동포의 '고통스러운 기록'에 몰두하는 것은 "음지의 얘기를 양지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중국 동포가 점점 많아지겠죠. 제 독자 중에는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골고루 있었으면 해요. 중국동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서로 알아야 하니까요. 다만 제 글을 읽고 어떤 점을 느낄지는 독자의 몫이겠죠. 중국동포를 향한 경계심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이해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봐요." 작가는 1995년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우수상, 2000년 경기도 남양주 신인문학상, 같은 해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다지 화려한 수상 경력은 아니지만 조선족 출신임에도 우리말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내국인 문인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뤘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오래전 고(故) 박완서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으로 제 글을 보시고는 '숨을 데가 없는 중국동포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중국동포인데도 우리말 문장을 자연스럽게 썼다는 평가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논픽션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을 끌어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 평론가 이시환 씨는 "김 작가의 작품은 대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흥미 내지는 재미를 크게 유발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간 부조리와 사회 불합리를 간접 비판하고, 약자의 삶을 조용하게 폭로해 인간 존재 양식에 대해 새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작가는 서점에 남아 한동안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알고 보니 인터뷰 장소를 광화문 교보문고로 정한 데에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24년 전 교보문고에 처음 왔던 날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 "그토록 많은 책에 둘러싸인 적은 처음이었죠.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압도당했어요. 실컷 책을 읽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한국에서 체류하기로 마음먹었죠.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24년 만에 제 책이 여기 꼽힌 것을 보니 뭉클합니다."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5 07:00 송고
2016.09.05
조성준, '팔순 도전' 성공…캐나다 한인 첫 주의원 탄생
온타리오주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차세대 한인 정치인 양성할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캐나다 한인 이민 역사상 최초로 온타리오주 주의원이 탄생했다. 조성준(레이먼드 조·80) 토론토 시의원은 1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카버러-루즈 리버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보수당 주의원 후보로 출마해 자유당의 피라겔 티루 후보, 신민당의 니산 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팔순의 나이에 주의원 도전에 성공한 조 당선자는 당선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통적으로 자유당 텃밭인 지역에 보수당의 깃발을 꽂게 됐다"며 "감개무량하다.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새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이어 "한인들의 관심과 지지도 당선에 기여했다. 감사하다"며 "앞으로 차세대 한인 정치인을 양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후보의 이번 주의원 당선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지난 199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시의원에 당선한 이래 전 세계 한인 이민사에서는 유례가 없는 8선을 달성한 기록에 이어 다시 한 번 캐나다 한인 이민 정치사를 쓴 것이다 또 스카버러-루지리버 선거구가 처음 지정된 1999년 이후 단 한 번도 자유당 외 다른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곳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는 앞으로 보수당 내 그의 입지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조 후보는 "토론토뿐만 아니라 캐나다 자유당 정권은 부패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입증한 것"이라며 "현재 보수당 지도부는 앞으로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타리오 주의회(퀸스파크) 입성 시도 3번째 만에 주의원 배지를 달았다. 2005년 보궐선거 때 자유당 후보 공천을 받으려다 무산됐고, 2014년 총선에서는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정치인이 갖춰야 덕목을 '희생', '사랑', '비전'이라고 제시한 그는 "앞으로도 한국인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공평하게 돕는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인천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다가 1967년 캐나다에 이민했다. 토론토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그는 논문 제출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박종철 물고문 치사사건과 접하고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재일동포 지문 날인 반대운동을 제시 잭슨 목사와 함께 펼치며 이름을 날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캐나다 한인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떠올랐고, 정치계에 몸을 담그는 계기가 됐다. 1988년 신민당의 권유로 연방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자유당 후보에게 밀려 보기 좋게 낙선했지만, 3년 뒤 토론토 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유색인종으로는 처음으로 당선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캐나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회장으로 2007년 11월 연방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3 11:49 송고
2016.09.05
[인터뷰] 김성렬 세계기록총회 준비기획단장 "'기록한류' 일으키겠다"
"'서울선언' 통해 디지털 기록관리 중심국으로 발돋움 계기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기록관리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6 세계기록총회'(ICA Congress 2016) 준비기획단 단장을 맡은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이번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에 '기록한류'를 불러일으키고 '기록문화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렬 차관은 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과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공동 주관으로 5∼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우리나라 기록관리 수준과 역량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ICA는 1948년 유네스코가 주최한 기록전문가회의 결의로 창립된 국제기구로 이번 총회에는 190여개 회원국과 기록 관련 국제적 저명인사 등 2천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김 차관은 세계기록관리 총회 폐막식에서 채택할 공동선언문인 '서울선언'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기록관리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내에서는 산업과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기록 축적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록관리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차관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세계기록총회의 특징과 행사 내용은. ▲ '기록, 조화와 우애'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계기록총회는 전문학술행사인 동시에 국민이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우수성과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대회이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살려 디지털 기록에 대한 미래비전도 제시한다. 개·폐막식 등 공식행사와 디지털 시대의 기록관리 등을 주제로 한 논문 250여편이 발표되는 학술회의, ICA 거버넌스 회의 등 국제회의, 정부 3.0과 전자 기록관리 분야 등 한국의 기록문화와 기록관리 우수성을 세계와 공유하는 특별 세션 등으로 진행된다. 부대행사로 기록관리 분야 산업전시와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한국 기록물 전시도 열린다. 특히 일반 국민과 외국 손님들이 전통 기록문화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마당도 마련된다. 조선왕조실록의 기초자료인 사초를 작성하던 사관이 되어보는 체험과 전통문양을 한지에 찍어보는 탁본체험, 국새 찍어보기, 엽서 만들기 등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 ICA 본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인 '서울선언'에 대해 설명한다면. ▲ 급변하는 기술로 디지털 기록에 많은 위험 요인이 추가돼 국제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실제 이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선언은 디지털 시대의 기록관리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기록인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록의 보존과 관련한 정책 개발과 인프라 구축, 전자기록관리를 위한 인재개발 및 연구개발 강화 등 내용이 담긴다. 디지털 기록 보존 정책 개발은 안전한 보존의 필요성을 각국의 법체계에 반영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디지털 기록관리의 원칙·방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국제적 인적교류 활성화와 국가 간 회의체 활성화, 공동연구프로젝트 추진 등을 제안한다. 서울선언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기록관리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내에서는 산업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록 축적의 중요성에 공감을 이끌어 각 분야에서 기록관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앞서 지적한 대로 디지털 기록은 보존 문제와 진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을 텐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행자부 국가기록원은 지난해부터 전자기록 이관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보존포맷과 각종 인증정보를 전자기록과 함께 묶어 장기 보존포맷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공공 전자기록의 생산 포맷 표준화와 장기 보존, 대국민 서비스 등을 망라한 '국가 디지털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 이번 세계기록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의미와 기대효과가 있다면. ▲ 우리나라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물이 13건이나 된다. 아시아 국가 중 1위이며 세계로도 4위다. 이처럼 우수하고 오랜 기록문화 전통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총회 개최는 우리나라의 기록관리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문화융성과 국격 제고라는 국정과제에도 부합하는 행사다. 또 앞선 ICT를 바탕으로 전자기록 관리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기록한류'를 열고 일제 강점기에 다소 침체한 기록문화 전통을 이 시대에 부활하는 '기록문화 르네상스'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6 세계기록총회 준비기획단 김성렬(행정자치부 차관) 단장 justdus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3 09:15 송고
2016.09.05
'한국식 서비스' 앞세운 프랜차이즈, 해외서 인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한국식 맛과 서비스로 무장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외식·디저트 프랜차이즈들이 현지 입맛 공략에 성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치킨전문점 굽네치킨은 2014년 11월 홍콩에 진출한 이후 현지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며 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4개 매장 중 침사추이점의 경우 현지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일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굽네치킨은 전했다. 굽네치킨은 국내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물류센터, 직원 교육장 등을 현지에 갖추고 신선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SNS 마케팅을 통해 '잡채 계란말이', '철판 치즈 떡볶이' 등 한국식 메뉴를 홍보했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홍콩 시장의 경우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경쟁을 벌여 정착하기 쉽지 않지만, 고품질화와 한국식 서비스가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굽네치킨은 오는 9일 오피스 상권인 코즈웨이베이에, 내달에는 센트럴 지역에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굽네치킨 홍콩 침사추이점 내부 모습. 2016.9.5 [굽네치킨 제공] 디저트전문점 설빙 역시 중국과 태국에 진출한 데 이어 '디저트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설빙에 따르면 일본 1호점은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월평균 2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메뉴 대부분을 한국과 동일하게 구성한 설빙 일본 1호점에는 오픈 당일 400여명이 대기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지금도 오후 4~5시면 대기표가 마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빙 관계자는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일본 디저트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던 것은 한국적인 맛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빙은 향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중동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10여개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설빙의 일본 현지 매장 내부 모습. 2016.9.5 [설빙 제공] shi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5 10:11 송고
2016.09.05
[인터뷰] 김성회 다문화센터 대표 "유엔서 무지갯빛 화음 들려주겠다"
레인보우합창단 16일 유엔본부서 공연…세계 민요 모음곡과 아리랑 합창 다문화 어린이 노래로 세상과 소통…"아이·부모 건강하게 변하는 것에 보람"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유엔본부 공연을 펼치는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다문화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이사장 오장섭·단장 장미아)이 유엔본부 무대에 선다.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레인보우합창단을 운영하는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51)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중림로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우리 합창단의 결성 취지와 활동 내용이 유엔이 표방하고 있는 국제연대와 평화의 이념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초청을 받게 됐다"고 공연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유엔 세계 평화의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 의장을 지낸 고(故) 조영식 박사가 1981년 제안해 유엔 기념일로 제정됐으며, 유엔은 이날을 '총성 없는 날'로 부르기도 한다. 매년 9월 21일 기념식을 치르는데, 올해는 유엔 총회 일정 때문에 9월 16일로 앞당겨졌다. 한국인이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에 공식 초청을 받아 유엔본부 무대에 서는 것은 2011년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강연하고 2014년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태권도 시범을 펼친 것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현재 13개국 배경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43명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레인보우합창단은 2009년 7월 10일 출범한 이래 G20 정상회담 특별만찬(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식(2012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2013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2014년) 등에서 '무지갯빛 화음'을 선보였다. 유엔본부 공연에는 9개국 24명의 단원이 참가한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가 8월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인보우합창단의 유엔본부 공연을 성사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 유엔본부는 세계의 중심이자 인류의 수도여서 이곳 무대에 서는 것은 모든 공연단의 꿈이다. 다문화 어린이들은 국가 간 가교 구실을 할 인재이기에 국제 네트워크의 상징인 유엔본부에서 공연하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해 3년 전부터 문을 두드렸다. 주변에서는 '어림도 없다'며 말렸고,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에서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유엔 공보국(DPI)에 공연 영상과 함께 제안서를 보냈더니 곧바로 'OK' 사인이 났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 초청 통보를 받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 먼 길을 돌아와서 그런지 처음에는 기쁘기보다 허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들에게 뜻깊은 경험을 안겨주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뿌듯하다. 개인적으로도 레인보우합창단이 2014년 세계 최고로 꼽히는 빈 소년합창단과 협연하고 지난해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데 이어 유엔본부 무대에까지 서게 되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다 씻겨나가는 것 같다. 함께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미국 공연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 15일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국 국회의장단 동포간담회 만찬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튿날 오전 9시 30분 세계 평화의 날 기념식에 이어 10시부터 축하 무대를 꾸민다. 세계 민요 모음곡과 아리랑을 들려주기로 했다. 세계 청소년 대표 800명이 객석을 채우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도 참석한다. 17일 워싱턴DC로 옮겨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추모곡 '대니 보이'를 부를 예정이다. 그날 저녁에는 메릴랜드 한인회가 주최하는 제31회 한인의 날 축제에 참석한다. -- 다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대학(연세대 행정학과)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다가 재야운동에 뛰어들었고 정치권에도 몸담았다. 2005년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가 방한할 때 국내에도 혼혈 아동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문화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정치권 생활을 접고 시민운동으로 복귀하면서 한국다문화센터 설립에 나섰다. 2008년 12월 창립 세미나를 연 뒤 이듬해 1월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종교계, 정계, 학계 인사를 모시고 사무총장으로 일하다가 2005년 1월 공동대표를 거쳐 지난 5월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 레인보우합창단은 어떻게 만들게 됐는가. ▲ 주변의 다문화 어린이나 청소년을 보면 친구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게임에만 빠져 있거나 의기소침해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가 합창단에 눈을 돌렸다.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자존감도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 합창단을 준비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 다문화 학생이 있는 서울 시내 70개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간신히 57명의 지원자를 모아 오디션을 치렀다. 입도 못 떼는 아이도 수두룩하고 우는 아이까지 있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가며 음정대로 소리를 낼 줄 아는 어린이 33명으로 합창단을 구성했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역시 무한했다. 나를 비롯한 운영진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몇 달 만에 국내 유수의 어란이 합창단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아이들도, 우리도 놀랐다. -- 지금은 전국에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많이 생겨났다. ▲ 레인보우합창단의 성공에 고무된 우리는 이를 널리 확산하고자 전국다문화어린이합창대회를 열기로 하고 700여 초등학교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곳곳에서 난색을 보여 다문화 출신 단원이 50%를 넘으면 참가 자격을 인정했다. 2010년부터 해마다 대회를 열고 있는데 이제는 전국에서 참가 요청이 밀려든다. -- 레인보우합창단에도 부모가 모두 한국 출신인 단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전국대회를 열려고 예외를 인정했다가 우리도 그것의 순기능에 눈뜨게 됐다. 다문화 아이들이 일반 친구들과 사귀게 되고, 그 아이들도 다문화 친구를 잘 이해하게 된 것이다. 레인보우합창단이 유명해지자 "우리 아이도 받아 달라"는 요청이나 "토종 한국인을 역차별하느냐"라는 항의도 들어왔다. 지금은 한국을 포함해 특정 국가 배경의 단원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 합창단에 들어오면 아이들이 어떻게 변하는가. ▲ 음악이 주는 정서적·교육적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길러진다. 자신이 낸 목소리가 친구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경험하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중도입국 자녀들은 적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노래는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준다. 레인보우합창단에 들어왔다가 웃음을 되찾고 삶의 의욕을 얻은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면 합창단을 졸업해야 한다. 지금까지 100명 넘게 배출했는데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자원봉사하러 오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뮤지컬팀 '레인보우하모니'를 창단했다. -- 단원 부모들도 달라질 것 같다. ▲ "우리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며 자신들도 몰랐던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놀란다. 캠프 한 번만 다녀와도 자립심과 협동심을 배우지 않는가.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도 부모의 조바심 때문에 일일이 챙겨주거나 간섭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걱정과 애착이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데, 이곳에 오면 자녀를 믿게 된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지난 8월 10일 레인보우합창단 유엔본부 초청공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성회 대표를 비롯한 운영진과 관계자들이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다문화센터 제공]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9/01 08: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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