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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성공시대] (29) 법무법인 정세 조은정 센터장
한중법률지원센터 이끄는 조선족 법률 도우미, 한중 기업 교류에도 앞장 "중국인 건강·미용에 관심 많아…문화 분야와 달리 한한령도 걱정 없어" "조선족 범죄율 높지 않다…전통 지키며 살아온 이들 따뜻하게 봐줬으면" 법무법인 정세의 한중법률지원센터를 이끄는 조은정 센터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간단한 법률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만 손을 내밀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도 하죠.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한중법률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생활에 필요한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법률 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법무법인 정세의 한중법률지원센터를 이끄는 조은정(36) 센터장은 국내 중국동포는 물론 한국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이나 중국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한국 기업의 법률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은 없지만 전문 법률가 못지않은 법률 지식과 현장 경험을 지니고 있어 그를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정세 회의실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세련된 차림새와 도회적인 말투가 '옌볜(延邊) 출신'임을 잠시 잊게 한다. "중국동포(조선족)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저도 그런 시선을 받기 싫어서 티를 안 내려고 애썼죠. 리더십 강사로 일할 때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연변 말투가 튀어나올까 봐 젓가락을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은정 한중법률지원센터장(왼쪽 두 번째)이 2016년 10월 KC동반성장기획단 부단장 당선증을 받아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C동반성장기획단 제공] 조 센터장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옌지(延吉)에서 회계사의 둘째 딸로 태어나 줄곧 거기서 자랐고 옌볜대를 졸업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말에 만주로 건너가 옌볜에 자리를 잡았다. 언니는 지금도 그곳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고, 부모님은 2009년 한국으로 와 서울 목동에서 조 센터장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한국에 가서 꼭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돌아가실 때 초등학교 3학년이던 제가 혼자 임종을 했는데,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자랐죠. 그래서 대학 전공도 국문학을 택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아무런 준비나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옛날 주소와 이름만으로 춘천에서 할아버지 누님(대고모)들의 후손들을 만날 수 있었죠." 조 센터장은 여느 중국동포 여성처럼 우선 식당에서 일하다가 한국크리스토퍼 리더십센터의 한용현 사무총장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옌볜에 있을 때 국제적인 체인을 거느린 크리스토퍼 리더십센터를 다녔는데, 수료식에 참석한 한 총장이 그를 좋게 보고 연락해온 것이다. 교육 과정을 마친 뒤 2년 넘게 리더십 강사로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2010년 법무법인에 취직하게 됐다. 법무법인 KR와 바로법률의 실장(사무장)을 거쳐 2015년 9월부터 법무법인 정세의 한중법률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국 국적은 2012년에 취득했다. 2015년 9월 제4회 서울 앱 페스티벌에 참가한 중국 측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조은정 한중법률지원센터장. [굿컬쳐 제공] "500만 원 넘는 벌금형을 선고받아 추방될 처지에 놓인 중년 여인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체류 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죠. 제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으며 도와달라고 하는데 저도 눈물이 나더군요. 서류를 뒤져보니 한국인과 결혼한 적이 있어 합법적으로 체류할 조건이 됐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를 잘못 만나 애꿎게 돈만 날렸던 거죠. 지금은 한국 국적까지 얻어 잘살고 있습니다. 이런 보람 때문에 무료 법률 상담이 힘들어도 그만둘 수가 없답니다." 조 센터장은 국내 중국동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내국인보다 범죄율이 낮은데도 마치 중국동포들을 범죄집단처럼 여기는 시선이 쏟아질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동포들의 생활이나 체류 자격이 비교적 안정돼 불법체류자의 문제는 사라지고 생계형 범죄도 줄었다. 그 대신에 마약이나 음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전화 부대로 동원되는 사례도 여전하다고 한다. "우리 중국동포들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내자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 조상들은 자의로 조국을 등진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난 것이잖아요. 그래도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살아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누구는 강원도 사람, 누구는 전라도 태생이라고 부르듯이 동북 3성의 동포들도 대한민국의 한 지역 출신으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조은정 한중법률지원센터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동포들을 편견 없이 봐줄 것을 당부했다. 그의 관심사는 중국동포들에 대한 법률 지원과 상담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상호 교류나 공동 협력을 중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장래 목표는 한중 기업 교류의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관련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5년 8월 KBI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차려 대표를 맡았다가 1년 뒤 증자와 함께 법인명을 굿컬쳐로 변경하면서 이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샤오미·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IT(정보기술)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제4회 서울 앱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들을 이끌고 중국 기업 시찰과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클럽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베이징마네초지국제예술센터의 한국사무소 대표, 한중의료미용교류협회 사무총장, 웨이하이(威海)라베트전자상무유한회사 한국 대표, 중강(中康)연합다이어트의학연구원 부원장 겸 한국 원장 등 다른 직함도 수두룩하게 갖고 있다. "IT나 문화 콘텐츠 말고도 건강·미용 분야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인들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어느 정도 부는 이뤘으나 정작 건강을 돌보지 못해 모든 것을 잃은 사례가 많답니다. 이제는 건강과 미용 등에 신경을 쓸 때가 됐죠.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 콘텐츠 수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와 상관없이 건강과 미용 분야에서는 한동안 한국 열풍이 식지 않을 겁니다." 조 센터장은 올 2월 베이징에서 중국 관계자들과 함께 다이어트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의 전문 강사 2명을 데리고 가서 포럼도 마련한다. 앞으로 중국에서 정기적인 의료 아카데미도 개설할 계획이다. 한국(Korea)과 중국(China)의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결성한 국내 중국동포들의 싱크탱크 모임 KC동반성장기획단의 부단장도 맡고 있다. 2년의 부단장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10월 연임됐다. 사드 배치 문제나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중국 관련 사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으냐고 묻자 "우리보다 관련 보도를 훤하게 꿰고 있어 낯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면서도 "그래도 평화적으로 촛불집회를 여는 모습을 보고는 '한국인들이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들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02 07:00 송고
2017.01.02
[중국동포 성공시대] (28) '북경전화국' 김애란 대표
"동포 찾아주겠지" 휴대폰사업 진출 10년만에 매장 6곳 운영 파격 서비스로 고객 1만명 유지…"아직 99%는 만나지 못했다" 설·추석 제외 연중무휴…동포 정착 지원 등 나눔에도 열심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가면 거리를 빼곡히 채운 중국어 간판 가운데 '북경전화국'(北京電話局)이란 큼지막한 다섯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겉으로는 평범한 휴대폰 매장이지만 알고 보면 중국동포(조선족)들이 수시로 찾아와 정보를 얻어가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올해로 10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김애란(45) 대표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에 막무가내로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을 바꾼 도전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는 2007년 매장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동통신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중국 훈춘 출신인 그는 1999년 한국에 와 한국인 남편과 가정을 꾸렸고, 그때까지 부업으로 식당이나 식료품점에서 일해본 게 전부였다. "지인이 휴대폰 매장을 해보라고 추천하길래 덜컥 인수했어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시작한 거죠. 'MNP'(이동전화 번호이동) 같은 기초 용어부터 하나하나 배워야 해 힘들었어요.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긴 했습니다. 중국 동포가 매장을 운영하면 더 많은 중국 동포가 찾아오리라 생각했죠." 예상은 적중했다. 가리봉동에 정착하는 중국 동포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이들에겐 휴대폰이 필수품이 될 것이란 김 대표의 '촉'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북경전화국에 가면 여사장이 있는데, 중국 동포라서 말이 잘 통한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마케팅도 확 바꿨다. 이전 한국인 사장과는 다르게 경품 증정, 무료 배송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단골손님이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컸다. "낯선 땅에 온 중국 동포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휴대폰 개통이거든요. 외국인 등록증이 없거나, 여윳돈이 부족한데도 무턱대고 매장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죠. 휴대폰 개통까지 걸리는 시간이 1인당 2∼3시간이 될 때도 있어요. 제 사비를 보태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돈도 꽤 되고요.(웃음) 그래도 어렵사리 휴대폰을 개통하자마자 중국으로 전화해 가족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크죠." '북경전화국' 김애란 대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서울 가리봉동에서 올해로 10년째 휴대폰 매장 '북경전화국'을 운영 중인 김애란(45) 대표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glass@yna.co.kr 김 대표는 여세를 몰아 신규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했다. '조선족 1번지'인 대림동에 진출해 4개 매장을 연 것을 포함해 한때 10호점까지 늘렸다가 지금은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북경전화국'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에 올랐고, 신규 가입을 포함해 연간 1만 명 정도의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도 만나지 못한 중국 동포들이 99%나 남아 있다"며 일 욕심을 거두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 정착해 3대가 모여 사는 조선족 가정이 급증하면서 60대를 겨냥한 '효도폰', 자녀를 위한 '알뜰폰' 등으로 틈새시장을 발굴 중이다. 성공 비결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매출 목표를 최대한 낮게 잡았다"는 것.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돈을 얻는 대신 사람을 잃는다고 봐요. 고객이나 직원들과 더불어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당장 눈앞의 이익을 많이 남기기보단 '내 몫으로 월급을 타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사장인 제 입장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덜하고 스트레스도 적어서 좋더라고요." 북경전화국 한쪽에는 김 대표가 받은 상패가 나란히 놓여있다. '판매왕'으로 받은 'LG 유플러스 우수판매점' 트로피부터 국제언론인클럽(GJCNEWS)이 수여한 '글로벌 기부문화 공헌' 대상 표창장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실제로 그는 남편 차재봉(56) 씨와 함께 중국 동포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2014년 400여 만 원을 기부해 대림동에 외국인자율방범연합회 초소를 지었고, '북경전화국배 장기대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는 올겨울이 유독 설렌다. 중국 동포뿐만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한국인 이웃을 돕는 일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2년째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부터 영등포구청의 '푸드마켓'을 통해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식료품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식료품이 전달되는 매년 12월이 되면 따스한 겨울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경전화국이 1년 중 문을 닫는 날은 설과 추석 이틀뿐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통화량이 늘어나 바쁠 것 같다"며 담담해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대림역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26 07:00 송고
2016.12.26
美 워싱턴 한인 부시장 탄생…이민 1.5세 정혜숙씨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재미교포 1.5세인 정혜숙(47)씨가 미국 수도 워싱턴DC 부시장에 발탁됐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19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혜숙씨를 보건·복지 담당 부시장에 임명했다"며 "정씨의 풍부한 경험이 지역 주민을 위한 안전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이 워싱턴DC 부시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한국에서 태어난 정씨는 1977년 가족과 함께 미국 시애틀에 이민 간 한인 1.5세다. 시애틀퍼시픽대를 졸업하고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비영리단체 경영을 전공해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워싱턴DC 어린이와 가족의 삶을 개선하고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아동권리단체 'DC 어린이를 위한 행동'의 상임이사다. 앞서 보건·아동 관련 비정부단체 여러 곳에서 활동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여러 자문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인 정씨는 "어린이와 노약자 등 취약 계층에게 우수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부시장에 임명된 한인 1.5세 정혜숙씨['DC 어린이를 위한 행동' 홈페이지 캡처] ric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20 15:11 송고
2016.12.21
[중국동포 성공시대] (27) 이용섭 가인글로벌 대표
주류·식자재 수입으로 회사설립 5년 만에 연매출 100억대 흑룡강성 특산주 '설원' 수입 대박…한국 소비자 공략도 시동 궁금증을 사업 아이디어로…"고객 문전박대를 두려워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70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조선족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한국의 소주나 맥주가 아니라 중국에서 건너온 백주(白酒)인 '설원'(雪原)이다. 양꼬치·연변냉면 등 조선족이 즐겨 찾는 식당은 물론이고 서울 구로 일대의 중화요릿집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조선족 주류시장에서 설원의 점유율은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서 생산되는 이 술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이는 이용섭(41) 가인글로벌 대표다. 지난 16일 서울시 구로구의 회사를 방문했을 때 그는 직원들과 함께 한국인 상대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었다. 2011년에 설립된 가인글로벌은 5년 만에 직원 50명에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설원을 비롯해 하얼빈 맥주 등 20여 가지의 주류와 기타 중국 식자재를 취급하고 중국 여행객을 상대로 한국화장품도 판매한다. 이 가운데 설원을 앞세운 주류 판매로만 6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이 대표는 조선족이 설원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저(低) 알코올의 술을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보통 중국 술은 알코올도수가 35도를 넘고 50도 이상도 흔한데 설원은 30도가 대표상품이고 동북 3성과 칭다오, 다롄, 상하이 등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술을 한국에 도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평소 궁금증이 많은데 그게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중국 각지에서 조선족이 가장 즐겨 마시는 술인데 한국에서 고향 친구들을 만났더니 전혀 다른 중국 술을 마시는 겁니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아예 취급을 안 하는 것을 보고 한국으로 들여오면 사업이 되겠다 싶었죠." 하이린시 출신인 이 대표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본 유학 후 도요타에 입사해 중국에서 장기출장 근무를 했다. 그러다 도요타를 그만두고 인재파견 회사를 차려 일본에 한국과 중국의 인력을 공급하다 2년만에 다시 회사를 친구에게 넘기고 2010년 한국에 정착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것도 모자라 한창 잘나가던 자신의 회사마저 갑자기 접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도요타가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상하이서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중·일 양국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안다는 이유로 60여 명의 파견 일본인을 관리했죠. 당시 급여가 월 1천500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파견을 마치고 돌아가니 다시 월 400만 원의 평사원 신분이 됐습니다. 견디기 힘들었죠. 무엇보다도 사람을 관리하는 경영에 눈을 떴기에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2008년 중국과 한국에서 인력을 확보해 일본에 공급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일본 제조업이 불황을 대비해 경기가 좋을 때도 정식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파견회사를 통해 충당하는 데서 착안했다. 사업차 한국을 자주 찾았던 그는 서울에서 귀화한 조선족 여성을 만나 2010년 결혼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정착했고 인재파견 회사도 정리했다. "저축한 돈으로 집을 사고도 6억 원 이상이 남아서 좀 쉬다가 다시 취업하려고 했죠. 도요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 자동차기업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결국 창업을 했습니다. 직장인보다 내 사업을 하는 게 체질인가 봅니다." 주류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그는 하이린시의 설원 제조공장을 찾아가 한국판매 독점권을 따냈다. 당시 공장에서는 고향 사람이라 도울 뿐이라며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지금은 전체 생산량의 20%를 수입하는 '큰손'이 됐다. 신고식은 호되게 치렀다. 술은 기호식품으로 보통 마시던 것을 찾기 마련이어서 시장개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마트 어디를 가든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미 잘 팔리는 술이 있는데 굳이 새 술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팔리면 나중에 대금을 받는 후불제로 조금씩 납품을 했습니다. 아예 설득이 안 되는 식당은 놔두고 주변의 가게를 공략해서 실적을 쌓은 뒤에 다시 식당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공략했죠." 초기 2년간은 365일 내내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다니며 직원들과 식사를 했다. 고객과 판매점이 없으면 회사도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식당의 마음을 얻는 기회이자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1년 말에 국내에 첫선을 보인 '설원'은 입소문을 타면서 급속도로 퍼졌고, 지금은 중국 식당과 중국 식자재를 취급하는 마트 등 전국의 5천여 개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국내 중국음식점 등 한국인 주류시장 공략을 위해 '설원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내친김에 중국 식자재도수입해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의 동대문, 화곡동, 마포 등 3곳에 중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전문매장을 내고 한국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설원이 인기를 얻자 유사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2년간의 소송을 거쳐 상표 등록과 특허권을 취득했다. 서울시 구로구 에이스트윈타워에 입주한 가인글로벌 본사에서 이 대표가 직원들과 마케팅 회의를 열고 있다. 중국 제조공장에 항상 요구하는 것은 품질 제일주의다. 가격 상승은 감수할 수 있지만 품질 하락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안 좋은 원자재를 쓰면 결국 소비자가 등을 돌리게 된다"며 "앞으로 한국 소비자도 공략할 계획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과 유통 등 사업에 조언을 구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도 마다치 않는다. 자기만의 비결이라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일도 아니며 적만 늘어나기에 차라리 성심성의껏 조언해 친구로 만드는 게 더 이롭다는 생각에서다. "이 정도면 성공했지 싶어 머무르려는 순간 주변을 경계하고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자연 쇠퇴하게 됩니다. 모든 걸 공개해 선의의 경쟁자가 늘어나면 더 분발하게 되고 시장의 규모도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중국동포연합중앙회가 추석 연휴에 여는 민속축제에 매년 2천만 원을 후원하는 등 동포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그는 "돈을 바르게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에 나눔은 회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량이 250mL 설원 반병이라는 이 대표에게 술을 마시는 법도를 묻자 "적당히 마시면 분위기를 밝게 하는 좋은 음식이지만 과음하면 주사가 나오고 흉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며 "주량을 알고 마시는 게 중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19 07:00 송고
2016.12.19
韓 '여대생 3총사', BBC 토론프로 첫 출연
한국 '여대생 3총사', BBC 토론프로 첫 출연 (서울=연합뉴스) 한국의 여대생 3명이 '정의란 무엇인가'로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하는 영국 BBC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14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전했다. 연구원이 운영하는 '아산서원' 장학생인 이유진(22·연세대), 채유미(23·숙명여대), 홍승하(21·연세대) 학생은 영국 BBC 라디오의 정치철학 토론 프로그램인 '글로벌 철학자'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출연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연합뉴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샌델 교수 진행 토론 프로에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한국의 여대생 3명이 '정의란 무엇인가'로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하는 영국 BBC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14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운영하는 '아산서원' 장학생인 이유진(22·연세대), 채유미(23·숙명여대), 홍승하(21·연세대) 학생은 영국 BBC 라디오의 정치철학 토론 프로그램인 '글로벌 철학자(The Global Philosopher)'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출연했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에 마련된 첨단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샌델 교수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출연자들이 동시간대에 비디오에 접속, 실시간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이들 한국 학생 3명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국에서 60명이 참가해 '제도권의 성공은 과연 정당한가(Do Those on Top Deserve Their Success?)'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채유미 학생은 '공평한 레이스를 펼쳤다면 레이스의 승자가 보상을 모두 차지해도 되는 것인가'의 논점에 대해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했다면 승자가 승리에 따른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국 '여대생 3총사', BBC 토론프로 첫 출연 (서울=연합뉴스) 한국의 여대생 3명이 '정의란 무엇인가'로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하는 영국 BBC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14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전했다. 연구원이 운영하는 '아산서원' 장학생인 이유진(22·연세대), 채유미(23·숙명여대), 홍승하(21·연세대) 학생은 영국 BBC 라디오의 정치철학 토론 프로그램인 '글로벌 철학자'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출연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제공=연합뉴스] 사전 녹화 형식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13일 오전, 한국시간으로 14일 오후 방송됐으며, BBC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아산서원 장학생들과 간담회 등을 해온 샌델 교수가 출연자 추천을 요청했으며, 출연자는 아산서원 장학생 가운데 5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산연구원 측은 "총 30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아산서원생 3명이 차지하는 분량이 20%에 해당하는 7분여에 이른다"면서 "인문학을 중심으로 토론수업을 해온 아산서원생의 기량이 여지없이 발휘된 장면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산서원 장학생 사업은 아산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공동 설립한 국내 최대 장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문 소양과 공동체 정신, 국제감각을 두루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1년 과정의 인문교육과 해외 인턴십 기회가 주어진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14 11:42 송고
2016.12.14
[중국동포 성공시대] (26) 신선영 선영식품 대표
김밥 배달·세차·식당 서빙·사우나 청소 등 안해본 일 없어 만두공장 취직했다가 회사 인수, 7년만에 연매출 10억대로 키워 다문화 봉사단체 설립·운영 "피눈물 흘려봐서 봉사에 더욱 매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건물 2층에 사단법인 다문화가족지원연합회 사무실이 있다. 이 단체의 신선영(여·56) 회장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원보'(圓寶)라는 브랜드의 중국식 만두와 순대를 제조·유통하는 선영식품의 오너 경영인이다. 전국에 중국 식품을 파는 마트나 중국 식당 가운데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200여 개 업체에는 냉동탑차 4대로 직접 납품하고 나머지 지역은 12개 업체가 대행을 한다. 연 매출액이 10억 원을 훌쩍 넘기면서 경기도 광주에 물류센터도 세웠다. 지난 9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곳은 성남이 아닌 수원이었다. 오전에는 성남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달려 연합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후에는 수원역 앞에 있는 중국동포복지센터를 찾아 고령의 중국동포(조선족)를 돌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생활 패턴 때문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6월 경기지역 중국동포들의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제공, 법률·노무·세무 등의 무료 상담지원, 기타 행정지원 서비스를 위해 연합회를 설립했다. 사비를 털어 중국동포복지센터를 연 것은 지난 9월의 일이다. '원보' 만두 제조판매하는 선영식품 신성영 대표 그는 "이들 단체의 운영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수원생활'을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아들과 딸이 사업을 도와주긴 해도 오후에는 출근해 직접 해야 할 일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형편"이라고 했다. 본업을 오히려 뒷전으로 제쳐놓는 이유에 대해 그는 '선천성 퍼주기 바이러스' 탓으로 돌렸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그랬어요. 동포가 힘들다면 막 나서서 해결해줬고 한국 와서도 마찬가지죠. 동네 사람 사고가 났을 때도, 나쁜 일이 터졌을 때도 달려가 도와줬어요. 그러니까 무슨 문제만 생기면 전화가 와요. 지금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만도 1천500개가 넘어요. 대부분 한두 번씩은 도와준 사람이에요. 오지랖이 넓은 팔자여서 그런가 보네요." 헤이룽장(黑龍江)성 자무스(佳木斯)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을 졸업해 교사가 되기를 바란 부친의 뜻과 달리 고교를 마치자마자 미용 공부를 했다. 공부보다 장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졸업 이듬해인 1978년 시내에 미용실을 차렸다. 수완을 발휘해 미용실을 키워가면서 조선족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등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1992년 남편이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나가면서 변화가 왔어요. 미용실을 꾸려나가는 일도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러던 차에 광저우에 있는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 좋은 사업이 있다며 전화가 왔어요. 자무스시 생활을 접고 중국돈 1만위안을 챙겨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다단계였어요. 돈 많이 벌어오겠다고 호기 있게 말하고 고향을 떠나왔으니 돌아갈 수가 없었죠. 친구들에게 긴급히 SOS를 쳐 돈을 빌렸고, 5층 건물을 임대해 '조선족 호텔'을 차렸습니다." 호텔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갔지만 대책없는 '퍼주기'가 발목을 잡았다. 조선족 노숙자나 광저우에 진출했다가 망한 한국인들을 데려다 재우고 밥 먹이고, 심지어 돈까지 빌려주면서 서서히 경영에 구멍이 났다. 빌려준 돈을 떼이고, 적자가 이어지자 1999년 호텔업을 접고 자무스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빈손 귀향은 자존심을 많이 구겨놓았다. 그때 선택한 것이 남편이 있는 한국이었고, 2000년 10월 양말공장 연수생으로 서울땅을 밟았다. 사단법인 다문화가족지원연합회를 설립해 운영하는 신선영 회장 하지만 한국 생활은 남편의 배신으로 시작됐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는 사이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던 것이다. 낯선 서울에서 중국에 두고 온 딸(당시 16살)과 아들(13살)의 학비를 벌어야 했지만 당장 입에 풀칠도 쉽지 않은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는 한국에 온 바로 다음 날부터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김밥집에 취직해 배달일을 했다. "식당에 걸려 있는 동네 지도를 한번 훑어보고는 머리에 스캔한 뒤 여기저기 김밥을 날랐어요. 시장에 있는 상인들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그분들이 아주 친절했죠. 저도 고향 분들 대하듯 잘해줬고요. 그러다 시장 안에 가게가 났다는 정보를 듣고는 해장국집을 냈어요. 아침 일찍 해장국 끓여 그동안 잘해준 시장 상인들에게 공짜로 제공했지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것도 잠시, 사람을 잘 믿는 그는 해장국집을 하며 번 돈을 사기로 몽땅 날렸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택시회사에 나가 세차 일을,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식당 서빙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온몸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가 왔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우나 청소부로 직업를 바꾸는 것이 전부였다. 정신없이 일하느라 비자 만기가 지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국적이 필요한 그는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주변에 부탁했고, 다행히 성남에 사는 지금의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2004년 삼양동에서 성남으로 터전을 옮긴 그는 만두 공장에 취직했다. 가맹점도 많이 낸 잘 나가는 회사였지만 그가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동업자 간 분쟁이 일면서 부도가 났다. 그는 2009년 자금을 긁어모아 회사를 인수했고, 상호도 자신의 이름을 따 '선영식품'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회사를 키워 나갔다. 이 회사는 현재 샐러리만두, 부추만두, 배추만두, 배추절임만두, 삼선만두, 훈둔 등 6종류의 만두와 찹쌀 순대를 만들어 '원보'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배짱과 담력 그리고 신용을 무기로 그는 7년 만에 선영식품을 재정이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회사가 자리를 잡게 되자 동북재정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광저우의 삼성전자에서 회계일을 하던 딸과 하이난대를 졸업한 아들을 한국으로 불렀다. 현재 생산라인은 딸이, 유통은 아들이 책임을 지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그는 성남에 재한동포활동실을 세워 조선족들의 자립과 생활을 지원했다. 지금은 이 활동실이 다문화가족지원연합회 성남지회로 이름을 바꿔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연합회는 경기지역에 11개 지회를 두고 있다. 재한동포상인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평택시에 '원보주점'도 운영하고 있다. "진짜 맨주먹으로 성공했어요. 피눈물 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더 봉사에 매달리고 있어요. 저도 제가 어디까지 봉사를 할지 모릅니다. 저는 전생에 인어공주였대요. 그러니까 퍼줄 팔자지요. 앞으로 우리 동포들을 위해 이렇게 살 겁니다. 그리고 동포의 자존심을 살리는 일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중국동포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다"는 신선영 회장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12 07:00 송고
2016.12.13
[중국동포 성공시대] (25) 노성해 CCTV 서울지국장
2010년 4월 부임…"지난 7년 중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 중국 한류 확산에도 기여 "언론이 조선족에 대한 편견 조장" "베이징보다 여의도가 편해…초3 아들 중국 가기 싫다해 걱정"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 여의도 KBS 신관 7층에 자리 잡은 CCTV 서울지국 사무실 앞에서 노성해 지국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 여의도 KBS 신관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편성마케팅국과 1·2TV사업국 사무실을 지나면 왼편에 '中國中央電視台(중국중앙전시대), China Central Television'이라고 쓰인 조그만 간판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24개의 TV 채널을 보유하고 2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방송사 CCTV의 서울지국이다. 2010년 서울지국이 문을 열 때부터 7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노성해(44) 지국장도 다른 나라 주요 언론사의 서울특파원처럼 한 달 넘도록 부임 이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관련 스캔들과 촛불집회가 본국에서도 핫 뉴스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 지국장은 만족(만주족) 출신의 탕신 특파원과 함께 광화문 등지를 돌며 영상을 제작해 송출하고 있다. 일본 도쿄와 태국 방콕 등 인근 CCTV 지국의 특파원들도 돌아가며 서울에 지원 취재를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바쁜 중에도 잠시 짬을 내 2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그는 최근 사태를 겪으며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뉴스를 90% 이상 다루는 한국의 방송사들과 달리 CCTV는 뉴스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이 국제뉴스입니다. 그중에서도 한반도 뉴스는 비중이 큰 편인데, 특히 요즘에는 한국 뉴스가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의혹이 연일 터져 나와 저도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많은 인파가 모였는데도 매번 충돌 없이 집회와 행진이 마무리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검찰이 나서서 권력자의 비리를 밝혀내는 모습은 아마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중국 국적의 한국 동포이자 중국 국영 언론의 한국 특파원으로서 양국을 바라보는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느끼는 복잡한 심경과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중국인들은 취임 전부터 박 대통령에게 깊은 호감을 표시해왔습니다.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에 심취했다고 말하고, 마음속 첫사랑 상대가 삼국지의 조자룡이라고 했으니까요. 지난해 중국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것도 고맙게 여겨 올여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가 매우 높았죠. 그런데 그 뒤로 자꾸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한중관계가 악화하고 중국동포들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중국 국영 CCTV의 노성해 서울지국장은 최근 들어 한중관계가 우려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노 지국장은 중국 지린(吉林)성 류허(柳河)현 싼위안푸(三源堡)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 3세로, 할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이다. 농민인 아버지는 젊은 시절 교사 생활도 했고 사업에도 손을 댔다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홀로 된 어머니는 동생과 함께 베이징(北京)에 살고 있다. 싼위안푸 인근 메이허커우(梅河口)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우리의 체육대학 격인 상하이(上海)체육학원에 진학, 스포츠뉴스를 전공했다. 졸업 후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영업사원 등으로 일하다가 프로기사 녜웨이핑이 운영하는 바둑 전문 프로덕션을 거쳐 2000년 CCTV에 PD로 입사했다. "스포츠뉴스를 전공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바둑 PD를 할 생각도 없었고, CCTV에 입사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죠. 제 바둑 실력도 한국으로 치면 3급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2003년부터는 골프 프로그램도 맡았죠. 바둑과 골프 취재 때문에 한국에도 여러 차례 들렀습니다. 우린 여기처럼 기자와 PD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죠."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프로기사를 묻자 이창호를 꼽았다. 바둑 실력도 뛰어나지만 일인자다운 품격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프로골퍼 가운데서는 김하늘, 박인비, 전인지 등을 들었다. 좋아하는 선수를 물으니 들뜬 표정을 짓더니 서울에 부임하기 전 한국에 들러 느꼈던 인상에 대한 질문에는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졌다. "2003년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재외동포 차세대 지도자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함께 들어온 한 동료가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까다로운 질문을 받다가 사무실까지 들어가 한참을 조사받다 나왔죠. '정부 산하기관의 공식 초청을 받은 우리도 저렇게 푸대접을 받는데,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중국동포들은 얼마나 무시당하겠느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주도에 갔을 때도 공항에 내리자 다른 외국인은 한국인과 함께 들어가는데, 중국 국적인 우리만 따로 줄을 서라고 해서 상처받았습니다. 그때 박관용 국회의장과의 면담 시간에 제가 항의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노성해 CCTV 서울지국장은 모국의 동포들에게 중국동포를 포용하는 마음을 지녀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그에게 한국은 조상이 누대에 걸쳐 살았던 모국이다. 회사에서 서울지국을 개설한다며 지원자를 모집하자 좋은 기회라고 여기기도 했고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느냐"라는 생각에 자원했다고 한다. "2010년 4월 서울로 부임한 이래 설에는 한 번도 고향을 못 가봤어요. 힘은 들어도 보람을 느낍니다. f(x)의 빅토리아, 미쓰에이의 페이와 지아 등 인기 걸그룹의 중국인 멤버를 내세워 서울 경복궁과 안동 하회마을 등지에서 설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 중국 전역에 방송되도록 했죠. 코엑스 앞에서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는 광경도 찍어 보냈습니다. 중국의 한류 붐 조성에 저도 일익을 담당한 셈이죠." 노 지국장은 2012년부터 2년간 서울외신기자클럽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 주재 외국 언론사 특파원들의 권익 옹호와 친목 도모에 나서기도 했고, 숙명여대 한중미래문화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강의하거나 한중관계 포럼 등에서 발표하며 한중 상호 이해에 한몫하기도 했다. 바빠서 자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재한 중국동포 모임에도 가끔 얼굴을 내민다. "이제는 어머니가 계시는 베이징에 가면 손님처럼 어색한 기분이 들고, 여의도 집에 오면 편안합니다. 이제 저도 서울 사람이 다 된 걸까요? 서울특파원 3년 임기를 두 차례 마친 뒤 세 번째 연장 신청을 해놓고 대기 중입니다. 본사의 귀임 발령이 나면 들어가야 하는데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중국에 가기 싫다고 해 걱정입니다. 아들은 중국말도 잘하지 못하고 거기에 가면 친구도 없거든요." 중국동포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모국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자 먼저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몇 해 전 KBS TV '개그콘서트'에 조선족 사투리를 흉내 내는 코너가 있었죠. 아무리 웃고 넘기는 프로그램이고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알려주려는 공익적 취지가 있었다 해도 정말 잘못된 겁니다. 이를 보는 조선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야죠.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도 피의자의 출신국을 강조하면 잘못된 편견을 부추기는 겁니다. 동포가 동포를 포용하지 못하고 차별하면 외국인들과는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중국동포들이 비록 저임금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인격적으로 낮잡아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통역을 해주는 등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이 작지 않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5 07:00 송고
2016.12.06
한인 1.5세 앤서니 염 씨 '미국 최우수 교사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2살 때 미국에 건너간 한인 1.5세 앤서니 염(한국이름 승환·35) 씨가 올해 '미국의 최우수 교사'에 올랐다. 미국 교육진흥 단체인 '베스트 스쿨'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염 교사가 근무하는 이스트 LA지역에 있는 링컨고교에서 '2016 최우수 교사상' 시상식을 열고, 총 2만 달러(개인과 학교에 각 1만 달러)의 상금을 전달했다고 5일 동포 언론이 전했다. 염 교사는 수상 직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는 교육 행정도 공부해 신임 교사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고, 교육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스트 스쿨'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추천받은 100여 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적으로 10명을 선정한 뒤 이 가운데 가장 우수한 교사 1명을 뽑아 상을 주고 있다. 수학 교사인 염 씨는 링컨 고교에서 미리 공부해 대학 학점을 얻는 프로그램인 AP의 수학 미적분 과목에서 만점자를 배출하고, 3년째 전원 시험 통과를 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초 만점자를 배출했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에 초청해 격려했고, LA타임스, NBC, US 뉴스&월드리포트 등 주류 언론들도 염 교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는 지난 6월 LA통합교육구(LAUSD)가 선정하는 '올해의 교사'에 뽑히기도 했다. 염 교사는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UCLA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링컨 고교 수학 교사로 채용돼 AP 수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최우수 교사상' 받은 앤소니 염씨 지난 2일 미 최우수 교사상 받은 앤소니 염 씨(왼쪽 3번째)가 상금을 전달 받는 장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5 17:10 송고
2016.12.05
'아시아 빌 게이츠' 김윤종 씨 아들도 代 이은 '기부천사'
앨버트 김, LA 한인가정상담소에 1억3천만원 기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린 스티브 김(김윤종·67)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의 아들이 대를 이어 기부천사로 나섰다. 김윤종 씨의 아들인 앨버트 김(김영서·38) 씨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있는 자신의 '뉴 커머셜 캐피탈' 사무실에서 LA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코니 정 조·KFAM)에 11만 달러(약 1억2천900만 원)를 기부했다. 아버지 김 이사장은 자신이 설립한 컴퓨터 네트워크 업체 자일렌을 1999년 프랑스 알카텔사에 20억 달러(2조3천460억 원)에 매각해 성공신화를 썼다. 그는 꿈희망미래재단을 만들어 한국에서 청소년 장학사업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매년 20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 아들도 아버지를 따라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앨버트 김은 LA 한인가정상담소가 2014년부터 벌여온 역점 사업인 위탁가정 프로그램 '둥지 찾기'에 힘을 보탰다. '둥지 찾기'는 친부모의 학대나 방임 등으로 LA 카운티 아동보호국에서 보호 중인 한인, 아시안,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이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LA 한인가정상담소의 노력으로 현재 30곳의 한인 위탁가정이 생겼다. 앨버트 김은 "어린 시절 힘들게 돈을 모은 아버지가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제는 내 차례"라고 했다. 미국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한인 2세대를 계속 지원할 생각이라던 앨버트 김은 이번 기부를 아버지와 상의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기부 사실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앨버트 김은 LA 한인가정상담소 프로그램에 3년간 50만 달러(5억8천650만 원)를 기부하고 이후에도 지역 사회의 성금 모금 실적에 보조를 맞춰 최대 100만 달러를 더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시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앨버트 김은 기업 대상 금융서비스를 주로 하는 뉴 커머셜 캐피탈을 13년째 운영해 자산 4억5천만 달러(5천279억 원)를 운용하는 업체로 키웠다. 아버지 스티브 김에 이어 아들 앨버트 김도 '기부천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앨버트 김(한국명 김영서) 뉴 커머셜 캐피탈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인가정상담소에 11만 달러를 기부했다. 앨버트 김의 아버지는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며 활발한 기부 활동을 한 스티브 김(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이다. 2016.12.3 cany9900@yna.co.kr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03 03:44 송고
2016.12.05
[사람들] 재미한인과학기술자協 첫 여성회장 서은숙 교수
美 천체물리학 연구 권위자…"한미 과학계 잇는 다리 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미 과학계의 협력을 확대하는 게 곧 국위를 선양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평생 우주만 연구하며 살아온 제가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 결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의 차기 회장인 서은숙(55)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KSEA의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대해 미국 내 한인 과학자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의 국력 신장에도 기여하고 싶다"며 이런 포부를 밝혔다. KSEA는 1971년 출범한 미국 내 한인 과학자와 기술자의 모임이다. 서 교수는 회원 투표를 거쳐 46대 회장으로 당선돼 내년 7월 취임한다. 45년에 달하는 KSEA 역사에서 여성 회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배경으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연구실과 강의실을 오가면서도 꾸준히 KSEA 부회장 등으로 활동한 점을 좋게 봐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의 첫 여성 회장으로 내년 취임을 앞둔 서은숙(55)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wakaru@yna.co.kr 서 교수는 고려대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가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로 31년째 천체물리학 연구로 한우물을 팠다. 특히 2004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과 함께 남극 하늘에 초대형 풍선을 띄워 우주선(宇宙線·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선)을 측정하는 '크림(CREAM·Cosmic Ray Energetics And Mass)'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97년 한국계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으로부터 '신진 우수 연구자 대통령상'을, 2006년에는 NASA 그룹업적상을 받았다. 그는 밤낮없이 연구와 강의를 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한 하루를 살면서도 '무보수 봉사직'인 KSEA 회장을 맡은 이유로 "무엇보다 제가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KSEA에는 정회원 6천여 명을 포함해 1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입니다. 이 정도로 큰 규모의 한인 과학자 모임이 있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깜짝 놀라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실감하죠. KSEA 회장으로서 특히 젊은 한인 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경력 컨설팅 등을 강화해 후배 과학자들에게 꿈을 이루는 길을 조언하는 거죠." 서 교수는 실제로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 짬을 내 한국을 방문한 기간에도 "밤에는 남극에서 온 이메일을 확인하고 강의를 준비하느라 거의 '시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회장 취임을 반년 이상 앞두고 일찌감치 한국을 찾아온 까닭은 KSEA 연례 최대 행사인 '2017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 2017)' 개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9회를 맞는 내년 UKC는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워싱턴DC에서 8월 9∼12일 열린다. 서 교수는 방한 기간 한국 정부, 대학, 연구소, 기업 관계자를 만나 UKC 지원을 요청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인은 국제 사회에서 소수 민족이잖아요?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집단적 힘은 아직 약하죠. 하지만 이스라엘을 보면 나라는 작지만 민족은 강합니다. 민족성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요. 한국 정부, 기업, 학계도 재외 한인 과학자와 기술자의 역량을 높이는 데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이러한 투자가 곧 국력 신장이라는 열매를 맺을 테니까요." 서 교수에겐 내년이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해다. 우주의 구조를 규명할 '숨겨진 열쇠'를 찾으려는 그의 땀방울이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6월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검출기를 쏘아올려 우주선을 연구하는 '크림'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서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자칫 물리학자라고 하면 딱딱하거나 어려운 용어를 쓰리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렸다. "프로젝트 이름이 'ISS-CREAM'이라서 '아이스-크림'으로 부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의 첫 여성 회장으로 내년 취임을 앞둔 서은숙(55)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wakaru@yna.co.kr newgla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29 08:2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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