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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우리 아동은 '놀 권리' 박탈"
38년 베테랑 외교관 새 도전…"전 세계 아동 구호는 인류의 미래와 연결"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전 세계 아동 구호는 인류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잘 산다고 해서 안정된 미래와 인류의 번영이 보장되지 않죠"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오준 이사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낳은 자식만 잘 살게 해주면 된다는 시대는 지났다"며 "좁아진 지구, 연결된 세계에 사는 세계화 시대 전 세계 아동 보호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아동 구호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 유엔 대사, 유엔장애인권리협약당사국회의 의장, 유엔 국제연합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 등을 지낸 오 이사장은 38년간 전 세계 외교 현장을 누빈 베테랑 외교관이다. 지난해 7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 국제세이브더칠드런연맹 선출직 이사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외교부 퇴임 후 아동 구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대학 졸업 후 바로 외교부로 들어갔고 군 복무까지 포함하면 외교부에서 38년 근무했다. 정부를 위해서 평생 일했다. 퇴직하면 북한, 개발 협력, 장애인 등과 관련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에 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현재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과 KDI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에서 일할 때부터 다양한 비정부기구(NGO) 가운데 권익 옹호(Advocacy)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단체 중 하나로 알고 있었다. 퇴임 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에서 활동 제의가 들어왔고 아동 인권 또한 사회적 약자, 취약 계층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제의를 수락했다. -- 한 국가를 대표해 활동하는 외교 현장과 세이브더칠드런의 분위기는 다를 것 같다. 처음 세이브더칠드런에 오셔서 어색했던 점은 없으셨나. ▲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한 모든 시민단체는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가 사업 내용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사업을 많이 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재원 확보에 도움이 되는 구조다. 정부에서 일할 때는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예산, 재원 확보에 직접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런 부분이 정부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다고 느낀다. -- 아동 구호 단체는 세이브더칠드런 이외에도 다양한 단체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다른 단체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정부기구(NGO)다. 이점이 바로 다른 단체와의 큰 차별점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주의단체는 적십자, 유엔 난민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이 꼽히는데 적십자와 유엔난민기구는 민간 주도로 시작했지만 현재 정부가 참여하는 프로세스로 전환됐다. 1919년 활동을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만이 아직 민간 영역에 남아있다. 1989년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인 에글렌타인 젭이 1924년에 만든 아동권리선언문을 발전시킨 내용이다. 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아동이 아니라 적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을 세웠다. 인류의 다음 세대인 아동은 무조건 보호받고 구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정신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100년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올해부터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연맹 이사직을 맡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세계 세이브더칠드런 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위상은 어떠한가. ▲ 우리나라는 개발 협력 분야에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이브더칠드런 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원조를 제공하는 세이브더칠드런 회원국이 28개고 도움을 받는 회원국은 120여개 정도다. 28개국 가운데 활동 예산 규모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8위다.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이사회는 총 14명의 이사가 활동 중인데 9명은 임명직이고 5명은 선출직이다. 세이브더칠드런 내 영미권 전통이 강해서인지 임명직은 모두 영국, 미국, 유럽 출신 인사가 독점하고 있다. 저는 영미권과 유럽 지역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출직 이사 중 한 사람으로서 세이브더칠드런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지배 구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일하고 싶다. -- 다른 나라 아동 구호보다 국내 빈곤 계층을 먼저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으실 것 같다. 이런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는가. ▲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향점은 아동의 생존·보호·교육·참여다. 우리나라에서 아동 생존이 위협받는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이지만 아동 보호와 교육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이 추진하고 있는 '놀이터를 지켜라' 사업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모든 아동에겐 '놀 권리'가 있는데 지나친 학업 부담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아동은 이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아동 문제와 아동 복지 개선을 위해서도 꾸준히 일하고 있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국내외 사업비율이 해외 60%, 국내 40% 정도인데 이를 각각 50%로 조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 세계화 시대 인류는 많은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발전이 인류의 생존을 담보해주는 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아동을 보호하고 키울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기성세대는 인류의 미래라는 배에서 먼저 내리겠지만 이 배가 어디로 가나, 더 앞으로 갈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그 답을 다음 세대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낳은 자식을 잘살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시대는 지났다. 아동을 생각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굶어 죽지 않는다고 해서 안정된 미래와 인류의 번영이 보장되지 않는다. -- 미래의 외교관, 국제 개발 구호 전문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과 말씀을 해주시는가. ▲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에 집중하면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크게 보기 어렵다. '딴 나라가 어떻게 되든 우리나라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세계화에 저항해봐야 소용이 없다. 'No country is an island'(어떤 나라도 섬이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 -- 마지막으로 올해 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어린이 마라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마라톤 행사는 3가지 측면에서 매우 좋은 행사다. 어린이와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국제 아동 구호 필요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아동의 놀 권리 차원에서 참가 아동에게 열린 공간에서 놀 권리를 실현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적은 액수라도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참여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sujin5@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5
포항공대 김낙준 교수 미국금속·재료학회 석학회원에 선정
김낙준 교수 (포항=연합뉴스) 미국금속·재료학회 석학회원에 뽑힌 포항공과대학교 철강대학원 김낙준 교수. 2019.2.12 [포항공과대학교 제공]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최근 철강대학원 김낙준 교수가 미국금속·재료학회(TMS) 최고 영예인 석학회원(펠로우)에 뽑혔다고 12일 밝혔다. 김 교수는 신 철강소재를 비롯해 마그네슘 합금 관련 기술 등 고성능 구조재료 개발에 탁월한 연구성과를 거둬 석학회원으로 선정됐다. TMS는 금속·재료 분야 세계 최대 규모 학회다. TMS 석학회원은 총인원이 100명으로 제한돼 있어 결원이 발생했을 때만 회원 중에 선발된다. 김 교수는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와이오밍대와 얼라이드 시그널사 재료연구소를 거쳐 1988년 포항공대에 부임했다. 항공재료연구센터 소장을 지내면서 구조재료 개발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업적을 보였고 2003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2008년 영국재료학회 최우수 논문상인 바나듐 어워드를 받았다. 그는 2007년 금속·재료 분야 또 다른 학회인 미국금속학회(ASM International) 석학회원으로도 뽑힌 바 있다. sds1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4
김영훈 교수 "보건의료 남북교류는 '생명의 끈'을 잇는 일"
"남북 의료격차 독일통일 당시의 5배…이념 초월해 교류해야" "미래세대에 건강한 한반도 물려줘야…'감염병 핫라인'도 절실"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 김영훈 고려대 의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전성옥 논설주간 = "남과 북의 의료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있습니다. 남한은 풍요로 인한 만성병이 문제가 되고 북한은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이 질병으로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보건의료 교류는 남과 북이 갈라져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끊어져 있던 '생명의 끈'을 다시 잇기 위한 것입니다."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영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남과 북이 지속가능한 협력의 틀조차 없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면서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한반도'를 넘겨주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교류는 절실하다"고 말한다.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은 비무장지대(DMZ)의 목함지뢰 폭발사건으로 남과 북의 긴장 상태가 고조되던 2015년 8월에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화약고 같은 남북관계 속에서도 비정치적인 영역의 교류협력이 필요하며, 보건의료를 통해 막힌 담을 허물고 화해의 물꼬를 트자는 데 뜻을 같이하는 의료인들이 중심이 됐다. 일방적인 약품 또는 의료장비의 지원보다 북한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 분야의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김 교수는 "남과 북의 의료분야 협력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며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 전체에 번질 수 있는 감염병을 예방하고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감염병 핫라인'은 정치·군사적 핫라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교류 필요성은. ▲ 남과 북의 보건의료 격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한쪽은 풍요가 넘쳐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문제가 된다. 다른 한쪽은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인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30년 전만 해도 북한이 무상의료체계 덕에 남한보다 사회적 여건이 앞서 있었다. 이후 남한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북한은 수술실을 비롯해 마스크, 장갑 등 기본적인 의료장비마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북한에 '약을 주자', '병원을 지어주자'고 하면 '그쪽 정권에서 해야 하지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 DMZ 넘어 북쪽을 딴 세상으로 여기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속해서 이어져 온 '생명의 끈'이 없다는 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보건의료의 남북교류는 끊어진 이 끈을 다시 잇는 일이다. -- 감염병 문제는 남북이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다. ▲ 보건의료 분야에서 남과 북이 교류하고 협력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남과 북은 한반도라는 조그만 생활터전을 공유하고 있다.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곤충이나 동물을 매개로 하는 전염병에 무슨 이념이 있겠는가? 감염병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 스페인 병사들이 퍼뜨린 천연두로 인해 잉카제국의 인구 700만 명이 몰살하고 50만 명만 살아남았다. 마찬가지로 메르스와 같은 독한 전염병이 방역체계가 허술한 북한으로 유입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남한 주민들의 큰 관심사인 미세먼지만 해도 그렇다. 미세먼지의 10% 정도는 북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속에 발암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을 남북의 보건의료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해보자는 거다. 보건의료는 남북이 공생하기 위한 교류다. 통일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건강한 한반도'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 남북교류 방안이라면. ▲ 우선 추진해야 할 게 남북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다. 보건의료협정이 그중 하나다. 동서독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20년 전에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서독은 의료분야에서 700억 달러를 동독에 지원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일 당시 동서독 간 의료격차가 매우 커서 이를 해소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남북의 의료격차는 동서독의 차이보다 5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보건의료협정을 위한 관련 법안이 세 번째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남북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감염병이나 대규모 재난 상황에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DMZ나 개성공단 내에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남북 공동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는 인체 감염병 외에 동물 전염병인 구제역과 AI 등도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감염병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남북한 어느 한쪽에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역학조사 결과 등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대처 방안을 논의할 감염병 핫라인은 정치·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핫라인 못지않게 중요하다. --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는. ▲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북한은 어느 정도 출산율이 유지되고 있는데, 산모의 70%가 영양결핍이다. 그러다 보니 5세 미만의 영유아 사망률이 남한보다 14배나 높다. B형이나 C형 간염 등에 걸린 건강하지 못한 산모를 통해 영유아가 수직 감염되는 질병도 많다. 결핵 유병률은 남쪽이 10만 명당 약 80명인데 북쪽은 560~600명이다. 기생충은 주민의 90%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도 인분을 비료로 쓰기 때문이다. 분단 후 오랜 세월 동안 환경이 바뀌면서 남북한의 질병 패턴이 달라졌다. 북한은 기생충과 박테리아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남한은 바이러스 질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질병은 쉽게 정복이 가능하다. 결핵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영양 보충해주고 좋은 약을 제때 잘 쓰면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다.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의 목표와 역할은. ▲ 보건의료 분야의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의약품이나 의료장비 등 물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 북한의 보건의료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해결해나가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인재를 뽑아 길러 내는 길뿐이다. 북한 내 인재 양성과 보건의료 분야의 문제 해결을 뒤에서 도와주는 게 우리 재단의 역할이다. 진료과목별로 최소 5명씩의 북한 인재를 길러내려고 한다. 첫 사업은 평양과학기술대 의학부 설립이다. 평양과기대는 남한의 비영리 기구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과학기술과 경영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북한과 협력해서 2009년 개교했다. 2016년에는 우리 재단의 지원으로 의학부와 치의학부가 만들어졌다. 대학원 과정으로 수료 기간이 3년이다. 의학과와 치의학과 졸업생 가운데 30명을 뽑았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제대로 지원을 하지 못해 아직 첫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탈북자 의료인 양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탈북자는 3만2천여 명에 달하는데 이중 남한에서 면허를 다시 따서 활동하는 보건의료인은 60여 명밖에 안 된다.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보건의료 분야 출신 탈북자 가운데 15% 정도만 남한에서 면허를 재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재단의 노력으로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탈북자 외과 전문의 1호를 배출했다. -- 그 밖의 활동이라면. ▲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을 추진 중이다. 남북의 언어는 분단의 시간만큼 차이가 있다. 의학 등 전문용어는 일반용어보다 간극이 더 크다. 남북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진단과 치료, 예방에 대해 막힘없이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의학용어사전은 남북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나서 공동으로 편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최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함께 지난달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 추진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으며 조만간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영양 상태가 열악한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을 돕기 위해 '두유 프로젝트'도 운용 중이다. 북한의 나진·선봉지역 영유아 5천 명에게 두유를 공급해주는 사업이다. 두유를 먹은 어린이들이 먹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키 크기가 4~5cm나 차이가 났다. 1년에 6천만 원의 사업비로 이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기부하는 단체와 개인이 크게 늘었다. ※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영훈(61) 고려대 의대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가 이념이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류협력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의 사회적 활동 가운데 10%는 북한 의료분야에 헌신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장(2014~2016년)을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대한부정맥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sungo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3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 "서울에 고려인센터 세우겠다
8개월간 수장 공백 딛고 두 달 전 취임…"조직 정비와 운영 내실 다져" "유라시아 대장정 답방 꼭 이루겠다"…"약자 배려와 포용적 태도 절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이 취임 두 달 만인 2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평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수장의 공석으로 파행 운영을 겪어온 북방동포 지원 비정부기구인 동북아평화연대(약칭 동평)가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권오병(64) 이사장을 추대하고 조직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제4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봉준 화백이 개인 사정으로 한 달 만에 사퇴하자 신명철 공동대표(한경대 교수)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명맥을 이어왔으며, 지난해 10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직 재편 방안을 논의한 뒤 12월 11일 임시총회를 열어 권오병 비대위원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시민단체들과 인연을 맺고 곁에서 도운 지는 오래됐지만 35년 동안 사업에만 매달려온 제가 과연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아내도 한사코 말렸죠. 그러나 북방동포 지원과 연대 사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동평이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추대를 수락했습니다. 이제는 아내도 이 일을 이해해줍니다." 이사장에 선임된 지 꼭 두 달을 맞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동평 사무실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신중한 태도로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으면서도 북방동포 지원의 필요성과 동평의 역할에 관해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하며 시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권 이사장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무역회사(중앙무역)를 창업했다가 실패한 뒤 1989년 물환경 복원 전문기업 예원통상(현 아썸)을 창업했다. 한양대·강원대 대학원에서 각각 환경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오염된 하천이나 호수를 생태공학으로 정화하는 특허 기술을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발기인으로 나섰고 경기도 양평군 경실련 공동대표도 지냈다. 도재영 3대 이사장의 권유로 5년 전 동평 후원회원이 됐고 3년 전 이사로 참여했다가 수장에까지 올랐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연대 이사장은 11일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귀환 동포에게 우리말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평의 역사는 1996년 창립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조선족(중국 동포) 사기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1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산하에 재외동포센터가 설립된 데 이어 2001년 10월 동평 창립대회를 열어 독립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CIS 동포(고려인)와 중국 동포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과 제도개선 활동을 펼치며 2009년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고려인문화센터를 준공하고, 2014년에는 '고려인 강제이주 150주년 기념 유라시아 대장정 국민 랠리'를 성사시켰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을 거치며 진보적 성향인 동평의 활동이 많이 위축됐습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와의 협력사업이 속속 떨어져 나갔고 남북관계가 경색돼 북방동포들과의 교류도 줄었죠. 초창기에 활동하던 분들이 갈수록 연로해지는데 새로운 인력이 충원되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제가 비상대책위에 합류해보니 사무실 유지비나 상근자 급여도 못 주는 형편이더군요. 이사진을 개편하고 후원회원을 늘려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새로 영입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조직과 운영의 내실을 다지고 있습니다." 동평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제19차 정기총회와 제5대 이사장 취임식을 연다. 권 이사장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업무를 해왔지만 이 자리에서 새 이사진을 확정하고 올해 사업계획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동평은 고려인과 중국 동포 대상의 주말학교를 3개 운영해왔습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우리말과 한국 문화를 익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가 고집을 부려 2개를 추가로 세웠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광희동에 동대문고려인한글학교가 문을 열었고 고려인청소년학교는 오는 16일 제1기 수료식 및 발표회를 엽니다." 권 이사장의 임기는 전임 이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3월까지지만 이후의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눈앞의 목표는 '고려인 유라시아 대장정 국민 랠리'의 답방 형식으로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한을 관통한 뒤 러시아 연해주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가는 것이다. 랠리에는 차량 20대가 동원되고 취재차량 10대도 동행할 예정이다. 당초 올해로 계획했으나 남북관계가 불투명한 탓에 당국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내년으로 미뤄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낮은 단계부터 남북교류가 재개될 겁니다. 국민 랠리 행렬이 북한을 통과하는 것은 대북제재와 무관하므로 큰 문제가 없겠죠. 북미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텐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국민 여론의 힘으로 막고자 시민단체들이 조만간 성명을 내기로 했습니다. 남북 분단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지만 재외동포들은 남북한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쟁과 대립에서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면 재외동포들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평이 모태가 돼 경기도 안산에 설립한 고려인센터를 서울에 추가로 세우는 것도 김 이사장의 숙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2017년 7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려인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약속했으나 올해 서울시 예산에는 타당성 조사비(3천만 원)만 반영됐다고 한다. 서울시가 공간을 마련하고 동평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언어·문화 교육, 취미 교실, 자조 모임, 기념행사 등의 공간으로 꾸며나가겠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복안이다. 권오병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은 27∼28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재외동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그에 따른 준비에도 한창이다. 7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해외단체 등이 모여 만든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3월 1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기념행사에 동평도 참여한다. 동평은 100년 전 3월 1일의 함성이 기폭제가 돼 3월 13일과 17일 각각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기리고자 해외교포문제연구소·흥사단통일운동본부·중국동포한마음협회 등과 함께 2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지하 1층에서 기념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광평 중국 용정(龍井) 3·13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이 특별 초청돼 발표에 나선다.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3세대까지만 인정되던 재외동포의 인정 기준을 4세대 이후로 확대하는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시행령안이 통과돼 발효되면 국내의 고려인 4세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머물 수 있게 된다. 권 이사장은 "국내 귀환 동포들과 동평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고려인과 중국 동포의 정착을 돕기 위해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취업의 문호를 넓히는 한편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치해 포용적인 재외동포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작년 한 영화가 서울의 중국 동포 밀집지역을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묘사해 우리가 동포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귀환 동포들이 어렵게 살긴 하지만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훨씬 낮습니다. 지난해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것을 두고도 범죄 우려를 부추긴 언론사가 있었죠. 팩트가 틀렸을 뿐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에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사이버공간을 보면 젊은이 사이에서 반다문화 현상의 징후가 보이기도 하는데, 올바르지 못한 교육 풍토와 선정적인 보도 태도의 영향이 있는 듯합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세계시민 의식이 아쉽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더 노력해야죠."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12
호주 국민훈장 수상한 승원홍 호주한인공익재단 이사장
호주다문화와 한인사회 발전 공로 인정, "한-호 가교 역할 매진" 호주 국민훈장 받은 승원홍 호주한인공익재단 이사장 [승원홍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이민자들로 구성된 호주가 올바른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도록 도와온 것을 인정받아 영광입니다.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 당당히 자리 잡도록 돕고 한국과 호주 간 우의를 높이는 민간외교 역할에 더욱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1월 26일 호주 건국일에 호주 정부의 국민훈장 포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승원홍(72) 호주한인공익재단 이사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정된 기쁨을 전하면서 "한국-호주 간 가교 역할에 매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승 이사장은 뉴사우스웨일스주 다문화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호주한인공익재단을 통해 이민자 권익 증진과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한 그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1979년 시드니지사장으로 발령 나면서 호주에 진출해 1983년 독립, 현지에 롯데여행사를 차려 2012년까지 운영했다. 2014년에 호주한인공익재단을 만든 승 이사장은 친한파 언론인 육성을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주요 대학의 언론학과 학생 10여 명에게 열흘간 한국 견학 기회를 부여하는 '호주 예비 언론인을 위한 한국 이해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주요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에 편견이 많은 것은 한국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초청 연수는 법적 규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차세대 예비 언론인에게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어 공정한 인식을 갖도록 돕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당국과 학과 교수들도 처음에는 의도를 의심했으나 이제는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이밖에도 매년 한인사회 숨은 일꾼이나 단체 서너 곳을 선정해 한 곳당 1천∼3천 달러의 격려금도 전달하고 있다. 승 회장은 지난 2007년 시드니 한인회장 시절 현지화하는 차세대를 한인 커뮤니티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스포럼을 발복시켰고, 주류사회에서 활약하는 선배들과 대학생 간 멘티-멘토 역할을 해주는 차세대 모임인 '케이리더스'도 만들었다. 그는 이민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던 호주가 최근 반이민 정서로 돌아선 것과 관련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민자로 인해 일자리가 포화상태라는 비판이 일면서 시선도 차가워졌다"며 "다문화위원회 등에서 차별을 막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보다 이민자 스스로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이민 40년을 맞아 회고록을 쓰고 있다는 승 이사장은 "15만 명을 넘어선 한인사회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이 많은 데 비해 결집력이 약해 주류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차세대를 키우고 한국계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돕는데 선배 이민자들이 앞장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08
조남한 국제당뇨연맹 회장 "6초에 1명 당뇨 사망"
올 12월 부산서 세계총회 전 세계 당뇨 전문가 등 1만7천명 참가 "세계가 주목 국내 당뇨 산업 부흥 기회…북한 의료인 참가 준비 중" 조남한 국제당뇨연맹 회장 [국제당뇨연맹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암은 완치가 될 수 있지만, 당뇨병은 완치란 없습니다." 국제당뇨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IDF) 회장인 조남한 아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당뇨병을 이렇게 정의했다. 조 회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7억7천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6초마다 1명씩 당뇨로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2일부터 6일까지 IDF 세계총회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다. IDF 세계총회는 의학 총회로는 세계 2대 총회로 불린다. 2019년 총회에는 세계 170개국에서 1만7천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전 세계 당뇨 관련 전문가들이 오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한국 의료과학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당뇨 관련 산업이 부흥할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학박사,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 IDF 아·태지부 의장 역임한 조 회장은 2015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IDF 회장에 선출됐고 2017년 12월부터 2년 임기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조 회장과 일문일답. 2019년 국제당뇨연맹 세계총회 부산 유치 2017년 아랍에미리트 총회에서 2019년 국제당뇨연맹 세계총회 부산 유치가 결정돼 참가자들이 축하행사를 하고 있다. [국제당뇨연맹 제공] -- IDF는 어떤 단체인가. ▲ IDF는 전 세계 당뇨병 치료·예방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1950년 설립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부를 두고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협력해 당뇨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70개국, 230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매년 1만5천여 명에 이르는 당뇨 관련 의사, 의학자, 제약사, 당뇨 관련 기기 회사, 영양사, 복지부 관계자, 간호사, 환자 등이 총회와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 당뇨병을 왜 불치병이라고 하나. ▲ 암은 완치가 될 수 있지만, 당뇨병은 완치란 없다.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불치병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10년 내 약 30%가 당뇨망막증이 오고 60%는 발 질환이 생긴다. 전체 심장환자 60%, 신장환자 30%가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500만명이 사망한다. 10년 전 조사할 때 국내 당뇨병 환자는 준 당뇨군을 포함해 5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아무리 적게 잡아도 700만명, 많게는 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7억7천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에서 6초마다 1명씩 당뇨로 사망하고 있다. -- 2019년 12월 IDF 세계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어떠한 의미가 있나. 당뇨병 발병 메커니즘(그래픽) [서울대 제공] ▲ IDF 세계총회는 의학 총회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총회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다. 전 세계 당뇨 관련 전문가들이 오는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한국 의료과학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당뇨 관련 산업이 부흥할 기회가 된다. 특히 당뇨 예방, 당뇨 치료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부도 국민병으로 당뇨병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 2019년 IDF 세계총회 국내 유치 과정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 사실 2006년에도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유치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2017년 총회에서 베이징, 홍콩, 싱가포르, 뉴델리, 로마 등 쟁쟁한 도시들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최종적으로 부산이 2019년 총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참석자들이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경제 파급 효과가 1천억원에 달한다. -- 앞으로 계획은. 2019년 국제당뇨연맹 세계총회 부산 유치 2017년 아랍에미리트 총회에서 2019년 국제당뇨연맹 세계총회 부산 유치가 결정돼 참가자들이 축하행사를 하고 있다. [국제당뇨연맹 제공] ▲ 당뇨는 합병증이 가장 큰 문제다. 합병증 중 망막증이 당뇨병 발병 후 가장 일찍 발생하고 있지만 조기발견이 가능하므로 인공지능 방법을 통한 진단과 치료에 우선으로 회원들이 참여하는 합병증 예방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북한에 남북협력 당뇨병 전문 병원을 설립하는 것도 추진한다. 부산 대회 때 북한 의사, 간호사, 의료종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퇴임 후 세계 당뇨병 환자를 돕는 자선단체를 만들려고 한다. 후진국이나 소외된 국가에서 소아나 노인 당뇨병 환자 중에 인슐린 처방을 못 받는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 2017년 아랍에미리트 총회에서 실질적인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왕세제가 환영사를 했다. 한국 정부에서 이번 총회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한국 의학 분야는 전국 최고 인재들이 들어온다. 이들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각종 국제기구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정부도 세계적인 인재로 육성시키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 c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07
서경덕 교수 "생생한 독도 모습 전 세계 보여주겠다"
3·1운동 100년 맞아 유관순 일대기 담은 다국어 영상 곧 공개 "임시정부 수립일에는 광화문 광장에 대형걸개그림 내걸겠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독도가 한국 땅임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채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생생한 독도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하면 사람들은 '독도'부터 떠올린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광장에 독도 광고물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도가 한국 땅임을 세계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내 독도학교의 교장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일본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홍보를 우리가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는 KBS 카메라가 독도에 있어 여러 관공서에 독도 화면을 송출하고 있는데, 똑같은 장면 하나로만 보여 좀 재미없는 게 사실입니다. 이를 좀 보완해 보고자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채널'을 구상 중인데, 사전에 독도관광을 계획하는 네티즌을 선발해 실시간 또는 녹화 영상을 받아 다양한 독도의 모습을 영상으로 세계에 송출할 것입니다."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독도에서 펼치는 다양한 이벤트도 유튜브를 통해 널리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독도와 함께 20여년 동안 동해(East Sea) 알리기 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그는 올해 초 '전 세계 동해 되찾기 캠페인'을 기획했다. 전 세계 항공기 내 좌석 스크린에 뜨는 지도 서비스에 대부분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5년 안에 전 세계에서 욱일기(전범기) 디자인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서 교수는 7년 전부터 네티즌과 함께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도 바꿨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등장한 욱일기 티셔츠도 없앴어요. 그동안 퇴치한 사례들을 정리해 '욱일기 수정 사례집'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요즘은 백발백중 시정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5년안에는 욱일기 디자인을 거의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 교수도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우선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3·1운동 100년을 기념해 유관순 열사 일대기를 담은 다국어 영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유관순 열사 서훈 등급(3등급) 상향을 위한 서명 운동 등 그가 펼치는 '유관순 프로젝트'의 하나다. 또 독립운동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 3대 의거展'도 3월 1일에 맞춰 현지 한국문화원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우리의 3·1 운동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날인 4월 11일에는 광화문 광장 주변 건물에 대형 걸개그림도 내걸 예정이다. 임시정부 시절 사용한 대형 태극기에 시민 10만여명의 손도장을 찍어 기념일 당일에 광장에 걸면 국내는 물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임시정부 역사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한국 홍보의 채널을 SNS를 통한 모바일 홍보로 잡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와 함께 나라별 유명 유튜버 및 SNS 인플루언서들을 한국으로 직접 초청해 그들의 매체를 통한 한국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청 첫 대상국은 중국이며, 탐방단은 4∼5월 중에 입국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올해 가수 싸이, 배우 이영애·김윤진·송혜교 등 유명 연예인들과의 모바일 홍보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본인 재공] ghw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2.07
해외진출 경험 전하려 해밀학교 학생 日 초청한 장영식 회장
"다문화는 한국의 귀중한 자산, 따듯한 시선과 지원 늘려야" 장영식 에이산 회장 [강성철 촬영] (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해외에서 다문화로 살면서 동병상련을 겪어본 재외동포가 모국의 다문화가족을 돕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면세점이 주력사업인 재일기업 에이산(회장 장영식)은 강원도 홍천군 소재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 학생들의 진로탐방을 돕기 위해 2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에 초청했다. 10명의 학생에게 면세점 견학과 직업 체험 및 멘토링 강연 등을 펼친 장 회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모국에서 훌륭한 자산을 소홀히 하는 게 안타까워 초청행사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advertisement 그는 "세계에서 다문화로 가장 성공한 나라는 슈퍼파워를 가진 미국"이라며 "다양성 존중이야말로 글로벌사회를 살아가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도 차별을 받았지만 굳건하게 뿌리를 내렸고 양국의 말과 문화를 잘 안다는 장점을 활용해 여러 분야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한국의 다문화도 잘 정착된다면 2세들이 부모의 출신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경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그는 28일 신년회 행사에도 학생들을 초청해 재일동포 기업인들과 만남도 주선했다. 장 회장은 "일가를 이룬 재일기업인들의 공통점은 처지를 비관하거나 남 탓 않고 열정으로 노력해 왔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나 어떤 일이든 노력 없이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선배 기업인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 자산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문화가정의 2세들의 가능성을 예로 들었다. "한-베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이중 언어와 문화를 잘 아는 인재로 외교관이 돼 베트남에 파견됐을 때 순수한 내국인 출신 보다 환영받으며 외교협상에서도 수완을 발휘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한편, 한국 다문화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재외동포가 거주국에서 훌륭하게 정착하도록 도우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정책을 펼칩니다. 750만 재외동포가 우리의 자산이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다문화 정책은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특히 국제결혼 여성에게 한국말·한국문화 등을 가르쳐 빨리 '한국화' 되라고 지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엄마 나라의 말과 문화를 모르는 반쪽짜리 다문화 인재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 회장은 에이산에는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프랑스, 말라위 등 7개 나라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맞춤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며 "다문화가 경쟁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해밀학교 학생 초청을 연례행사로 만들고 많은 재일기업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상공회의소의 지원사업으로 확정했다"며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내년부터는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30
김자동 "독립운동의 올바른 계승은 통일운동"
"대한민국의 기원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독립유공자 서훈 형평에 맞게 조정돼야"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논설위원 = "통일된 나라, 복지의 나라가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던지며 꿈꾸었던 우리의 나라입니다." 올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회장은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조국에 이제 봄기운이 도도하다"라며 "지금은 민주공화국 10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분기점"이라고 지적했다. 1928년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인근 아이런리에서 독립운동가 김의한, 정정화의 외아들로 출생한 김 회장은 김구, 이동녕, 이시영 등 독립운동가들의 품에서 임시정부와 함께 자랐다. 임시정부를 몸으로 겪은 산증인이다. 그는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존의 독립유공자 서훈에는 문제가 많다"라고 말하고, "재심사를 통해 형평에 맞도록 조정돼야 하며 심사 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어린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 백범 김구 선생이 기억난다. 상하이 보경리 4호가 임정 청사였고, 우리 집은 보경리 1호라 임정 청사와 대각선으로 있었다. 임정 2층 사무실을 백범이 쓰고 있었는데 우리 집이 제일 가깝고 어머니가 늘 환영하니까 점심때 자주 오셨다. 어머니가 밥을 짓는 동안 나를 데리고 산보하면서 엿을 사주셨다. 1932년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임시정부는 상하이를 떠나 자싱(嘉興)으로 갔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놀던 기억이 있다. 해방 후 1946년 자싱에 다시 가보니 임정이 있던 집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있었다. 이후 중국이 개방되고 1980년대 말인가 1990년대 초인가 자싱에 다시 갔다. 일대가 도시계획으로 딴판이 됐는데도 어려서 살던 집은 그대로였다. 1층에 이동녕 선생, 2층에 엄항섭 선생 가족과 우리 가족이 살았다. 자싱시 정부에서 각 방에 누가 살았는지 확인해달라고 해서 알려 준 적이 있다. 지금은 방마다 명패를 달아놓았다. -- 임시정부에 이념 갈등과 분열이 심했다는 비판이 있다. ▲ 국내, 미주, 러시아, 만주 등에서 온 분들이 모여 임정을 만들었다. 러시아는 1917년 혁명이 일어났지만, 스탈린 이전 레닌 시대였고, 비교적 자유로웠다. 러시아에서 온 사람 중에 임정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같은 분은 이미 공산주의자들과 접촉이 있었다. 그러니 임시정부는 처음부터 좌우합작으로 시작된 정부였다. 그러나 별 탈 없이 활동했다. 심지어 레닌은 임정에 지원까지 했다. 중국 내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대립이 생기면서 임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임정의 주체는 국내에서 민족주의 운동을 하시던 분들이다. 임정 초기에는 보수성향이었으나 공산주의의 영향으로 차츰 갈라지기 시작했다. 초대 대통령으로 이승만을 모신 이유는 당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미국통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반공을 내세워 러시아나 만주에서 온 사람들을 배척했다. 반면 도산 안창호는 포섭력이 있는 분이었다. 민족주의자였으나 공산주의자들과도 크게 대립하지 않았다. -- 해방되고 귀국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해방되고 10개월 정도 지나서였다. 아버지는 해방되자마자 임정 선발대로 교민 보호를 위해 충칭에서 상하이로 파견됐다. 국민들은 임정을 지지하고 환영했으나 미군정이 임정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정은 개인 자격으로 들어왔다. -- 기자로 일했다. ▲ 조선일보 견습 1기로 들어가 4년을 다녔다. 중앙청, 경무대, 외무부를 출입했는데, 신문마다 기사가 똑같았다. 불러주는 대로 쓰는 기사는 재미가 없었다. 그만두고 사업을 했다. 그러다 4·19혁명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침 진보 성향의 민족일보가 설립돼 그곳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5·16쿠데타가 났다. 이후 신문사를 그만두고 다시 사업을 했다. 귀국해서 4·19혁명 이전까지는 대한민국이 내 나라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임정이 수립한 대한민국이 진짜 정부이고, 이 정부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4·19혁명이 생각을 바꿔놓았다. 나라의 정통을 지키면서 독재정권에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게 됐다. -- 기자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 1950년대 말 조선일보 기자 시절 얄타회담 비밀문서가 뉴욕타임스에 공개됐다. 주한미국대사관에 가서 그 날짜 뉴욕타임스를 얻어 전문을 번역했다. 다 실으려 했으나 지면 사정으로 일부만 실었다. 루스벨트는 평소에는 약소민족의 해방을 주장해왔으나 일본인들에 속아 한국이 독립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후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말은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소련은 한국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과 타협했다. 국내에서 알고 있던 것과 정반대였다. 국내에서는 미국은 우리나라의 즉시 독립을 주장했는데 소련이 신탁통치를 지지했으며, 미국은 최대한 신탁통치 기간을 짧게 하려 했는데 소련이 5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얄타회담의 논의가 모스크바 삼상회의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 우리 사회가 자리가 잡아가면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조상을 위한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 우리도 할아버지 동농 김가진을 위한 기념사업회를 만들자고 자녀들이 의견을 냈다. 주변에 보면 아들이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가 손자가 관심이 없으면 문을 닫고, 손자가 유지해도 증손이 관심 없으면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또한 독립운동가 중에는 후손이 없거나, 있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기념사업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특정 인물 차원이 아닌, 임정 전체를 아우르는 기념사업회를 만들기로 했다. 임정 선열들에 대한 현창 사업과 임시정부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매년 항일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진행하고, 기관지로 월간 '독립정신'도 발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제일 중요하게 추진한 사업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사업이다. -- 현 정부의 보훈 정책을 평가하자면. ▲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서 현 정부가 임정의 법통에 대해서 가장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에 대해서도 제대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립유공자 포상에는 문제가 있다. 형평에 맞지 않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완벽히 가짜인 경우, 후에 변절한 경우 등 문제가 많다. 서훈자 전원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심사 기준도 재검토해야 하며 한번 정해진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 건국일 논란이 있다. ▲ 임정 수립일이 건국일이다. '건국절'이라는 말이 있지도 않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새삼 단독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건국절이라는 말이 나왔다. 임정 수립일을 4월 11일로 하든 13일로 하든 중요하지 않다. 11일은 의정원이 첫 모임을 가진 날이고, 13일은 의정원 결성 후 첫 내각이 구성된 날이다. 두 날 모두 의미가 있다. -- 올해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나는 평생을 임시정부에 대한 기억을 품고 살았다.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는 결코 분단된 나라가 아니었다. 분단이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이다. 독립운동의 올바른 계승은 통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 어머니도 훌륭한 독립운동가였다. ▲ 어머니 정정화는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임정 밀사로 국내에 잠입, 독립자금을 모금해 돌아갔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임정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아버지 김의한은 할아버지가 총재였던 비밀결사 조선민족대동단에서 할아버지의 비서 역할을 했다. 임정 선전위원이었고 애국단의 일원이었다. 한국독립당 감찰위원과 상무위원 겸 조직부 주임으로 활동했고, 광복군 조직훈련과장, 선전과장을 지냈다. 한국전쟁 때 납북됐다. 할아버지 김가진은 임시정부와 북로군정서의 고문을 지냈다. 할아버지의 장례는 상하이에서 임시정부장으로 치렀다. 그러나 100년이 지나도록 유해는 돌아오지 못했고 서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광복을 맞이한 임정요인들.(독립기념관 제공) ※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은 1928년 상하이에서 출생, 상하이, 자싱,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으로 이어진 임시정부의 이동 경로를 따라 성장했고, 마지막 충칭에서 광복을 맞았다. 해방 후 1949년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갔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부터 1958년까지 조선일보 기자, 1961년 민족일보 기자를 지냈다. 2004년 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발족하면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고록 '임시정부의 품 안에서'(2014), '영원한 임시정부 소년'(2018)을 펴냈고,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저),' '레닌의 회상(크루프스카야 저),' '모택동 전기(한수인 저)'를 번역했다. ke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28
권택명 펄벅재단 상임이사 "모든 인류가 혼혈 될 것"
"펄 벅 여사는 한국의 은인…기념사업, 한미·한중 우호에 기여" 15년째 공익재단 근무…"어릴 적부터 다문화와 어울리도록 해야"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가 펄벅재단 심벌과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펄 벅(1892∼1973) 여사는 문학과 사회사업 두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40년씩 살고 한국을 8차례나 방문한 이분의 업적을 기리는 일은 세 나라의 우호 관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사와의 인연을 매개로 우리나라와 G2를 엮고, 나아가 동남아까지 공감대를 넓힐 수 있죠." 2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길주로의 한국펄벅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펄벅재단의 권택명(69) 상임이사는 "나도 펄 벅 여사가 소설 '대지'로 1938년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 말고는 잘 모르고 있다가 재단에 몸담고 나서야 그가 위대한 인권운동가이자 사회사업가이고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펄 벅은 한국인의 고운 심성과 높은 자긍심에 탄복해 '살아 있는 갈대'(1963년) 등 한국을 배경으로 한 3편의 소설을 남겼고, 1967년 부천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혼혈 고아들을 돌봤다. 중국에 살던 시절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는가 하면 미국 케네디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펄 벅 여사는 1949년 입양기관 '웰컴 하우스'(Welcome House)를 만든 데 이어 1964년 미국에 펄벅재단을 설립했다. 이듬해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태국·베트남에 펄벅재단 지부를 두었다. 펄벅재단 한국지부는 2007년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으로 재출범했다. 2018년 9월 펄 벅 여사가 살던 중국 장쑤(江蘇)성 전장(鎭江)시의 옛집을 방문한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 [한국펄벅재단 제공] "처음에는 펄 벅 여사가 아메라시안(Amerasian)이라고 이름 지은 한국·미국 혼혈인을 주로 도왔습니다.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2천여 명이 소사희망원을 거쳐서 갔고 혼혈 가수 함중아·정동권 씨가 이곳 출신입니다. 2006년에는 한국계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가 방한해 아메라시안을 후원했는데, 지금 여고생 패션모델로 활약하는 배유진 양도 도움을 받았죠. 한국 남성과 아시아 출신 여성의 국제결혼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1999년부터는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한국펄벅재단의 사업 영역은 영어 'HELP'(돕다)의 머리글자를 딴 Health(건강·의료·보건), Education(교육·장학), Livelihood(생계·생활), Psycho-social(심리·정서) 4분야로 나뉜다. 지난해 10년을 맞은 어머니 나라 방문 프로그램 'Motherland Tour', 다문화 청소년과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Go(古) Together 역사교실', 다문화가정 청소년 성장캠프 'Future Dream', 결혼이민여성 미래성장동력 발굴프로젝트 'Core People-Future Dream', 펄벅 청소년공부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정착 기간의 장기화에 따라 높아진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참여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이혼·사별과 재혼 등으로 발생하는 한부모가정이나 중도입국 자녀들을 보듬는 프로그램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출신국별 공동체 형성을 통해 다양한 자조모임을 육성하고 싶습니다. 펄벅재단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제연대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국펄벅재단은 부천시·부천펄벅기념관·한국펄벅연구회 등과 함께 펄 벅 여사 기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부천시 심곡본동에서는 2006년부터 펄벅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펄벅기념문학상과 펄벅사회봉사상도 운영된다. 지난해 11월 처음 열린 펄벅학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권 이사가 '펄 벅과 부천의 비전'이란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서기도 했다.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왼쪽에서 4번째)가 2018년 1월 31일 특허법인 코리아나가 후원한 특별장학금을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전달한 뒤 장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은 여고생 패션모델 배유진 양. [한국펄벅재단 제공] 권택명 이사는 옥산서원이 있는 경주시(옛 월성군) 안강읍 옥산리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구상고 야간부를 졸업하고 1969년 1월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대학과 대학원(영남대 경영학과) 과정도 회사에 다니며 주경야독으로 마쳤다. 사무혁신팀장과 부평지점장 등을 거쳐 서울 강남영업본부장을 맡았다. "2005년 외환은행나눔재단(현 하나금융나눔재단)이 설립될 때 운영 책임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국내 은행 가운데서도 그 정도로 큰 규모의 공익재단을 만든 것은 처음이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죠. 취임 초기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재단과 록펠러재단 등을 방문해 자료를 얻고 조언을 들은 것이 큰 보탬이 됐습니다." 8년을 외환은행나눔재단 상근이사로 재직한 뒤 재단 비상근이사를 지낸 류진 한국펄벅재단 이사장(풍산그룹 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4년 12월 한국펄벅재단 비상임이사로 참여했다가 이듬해 12월부터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권택명 이사는 평생 돈을 만지고 숫자를 따지는 금융인으로 살아왔지만 5권의 시집과 17권의 일한·한일 번역시집을 낸 중견 시인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쓰며 한때 대구 지역 백일장에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1974년 시 전문지 '심상' 신인상을 받아 데뷔했고 한국시인협회 사무차장·사무국장·교류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문학과 사회사업을 겸한 펄 벅 여사와 닮은 점이 있다고 하자 "어떻게 감히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문인이자 사회사업가인 그분의 인생 궤적을 보고 공감대를 느끼며 조금이라도 닮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나 사회사업의 영역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문학은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제시해 정신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격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육체와 정신으로 이뤄져 있으니 동질성이 있는 셈이죠."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이 됐고, 직장생활 만 50년을 맞았다. 처음 사회공헌 분야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바라던 자리가 아니어서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봉사하며 살 수 있도록 해준 인연과 섭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감명을 받은 사례나 보람을 느낀 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누굴 돕는다기보다 그 일에 종사하며 제가 늘 배우며 살아온 거죠. 다만 안타까운 점은 펄 벅 여사가 한국에는 잊지 못할 은인이고, 펄벅재단이 반세기 넘도록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이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지난해 말 인천의 다문화가정 중학생이 추락사한 것처럼 아직도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과의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다문화 수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한편 어린이집에서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이르기까지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펄 벅 여사는 '앞으로 500년 뒤면 모든 인류가 혼혈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죠.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은 역사적으로도 오류일뿐더러 지구촌 시대에도 맞지 않습니다." 권택명 한국펄벅재단 상임이사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hee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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