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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은 차별·폭력의 용광로"…1.5세 한인작가 캐롤 박
구분
기타
출처
연합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3.02
원본

 

'LA폭동' 25주년 앞두고 체험기록 '캐시어의 비망록' 발간
한국인 뿌리 찾는 여정…"아직도 차별·폭력 악순환 반복"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은 내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일깨워준 계기였습니다. LA폭동은 그야말로 인종차별과 폭력의 '용광로'(Melting-pot)였습니다."


1.5세 한인 작가 캐롤 K. 박(37) 씨가 LA폭동 25주년을 앞두고 책 '캐시어의 비망록: 한인, 인종주의, 폭동'(Memoir of a Cashier: Korean Americans, Racism and Riots)을 펴냈다.


이 책에는 LA폭동 당시 12세였던 그녀가 어머니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주말마다 캐시어로 일하며 체험한 흑인소요 사태 전말이 담겨있다.


미국 사회 내 인종차별과 폭력, 억압의 악순환을 재조명하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1.5세 한인 작가 캐롤 K. 박

1.5세 한인 작가 캐롤 K. 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그녀는 1일(현지시간) "LA폭동 전까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면서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뿌리가 한국인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박 씨는 이번 책을 내게 된 배경은 LA폭동 상황을 한인의 시각에서 당당하게 얘기하고 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당시 우리 부모세대들은 소요사태 와중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면서 "나는 자라면서 폭동 당시 우리가 듣고 본 것을 당당히 얘기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LA폭동의 발발 원인이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또다시 비극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안 그래도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폭력, 억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발생한 LA폭동 사태의 직접적 도화선은 백인 경찰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다.


하지만 LA폭동 당시 극심한 한-흑 간 갈등은 주류 언론들이 당시 한인마켓에서 한인 주인이 흑인 소녀를 살해한 '두순자 사건'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두순자 사건'은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 발발한 1991년 비슷한 시점에 캄튼 지역의 한인마켓을 운영하던 두순자 씨가 매장에서 물건을 수차례 훔친 흑인 소녀과 다투다가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미국 언론은 로드니 킹 구타 사건보다 두순자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한-흑 간 갈등을 유도했다.

 

캐롤 K. 박의 LA폭동 체험기 `캐시어의 비망록'
캐롤 K. 박의 LA폭동 체험기 `캐시어의 비망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박 씨는 "LA폭동으로 53명이 사망하고, 수천여 명이 부상했다. 재산피해액만 최소 10억 달러(약 1조1천300억 원)에 달한다"면서 "한-흑 갈등 속에 한인사회의 피해가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녀는 2014년 미주리 주 퍼거슨과 2015년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흑인 소요사태를 거론하며 "LA폭동이 발생한 지 25년이 됐지만 인종차별, 빈곤, 억압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회는 변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씨는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 사회에서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다른 인종간 연대하고 서로 공감한다면 폭력을 방지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에서 예술창작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UC 리버사이드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며 영화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미 언론인 이경원 씨와 작가 딘 스틸맨은 추천사를 통해 "침묵과 희생을 말없이 감수하는 어머니 세대를 옹호하고, 주류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LA폭동에 대해 용감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라고 평가했다.


jongw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02 05: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