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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임헌정 "동서양 언어·문화 달라도 예술은 통해"
구분
기타
출처
연합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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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 이끌고 프랑스서 '아리랑' 연주

(콩피에뉴=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우리 민요 아리랑처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에도 5음 음계를 사용한 부분이 나와요. 드뷔시나 말러도 동양 음악의 음계를 가져다 썼지요. 각자 고향과 말은 달라도 예술로 통할 수 있어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 초청 투어에 나선 지휘자 임헌정(63)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을 가능케 하는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임헌정은 자신이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있는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랭스 음악 산책 페스티벌', '콩피에뉴 숲 속의 축제' 등 프랑스 유수의 음악축제에서 '아리랑 연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를 들려준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등 코리안심포니의 첫 유럽투어를 이끈 데 이어 두 번째 유럽 공연이다.


콩피에뉴 축제 공연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만난 임 감독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하나로 이뤄진 이번 프랑스 공연이 동·서양의 구분을 뛰어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프랑스 투어 공연에 앞서 인터뷰하는 지휘자 임헌정. 2016.7.7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노승환 작가 촬영]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 한국 오케스트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 만큼 우리 전통음악을 소개하려고 신년음악회 때 연주한 '아리랑 연곡'을 택했어요. 프랑스 축제 측에서 요청한 드보르자크 작품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교향곡 9번 '신세계'를 골랐는데 우연히 공통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임 감독이 말한 공통점은 동양의 5음 음계다. 그는 우리 민요인 '아리랑'처럼 '신세계' 교향곡에도 5음 음계를 사용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며 즐거워했다.


"드뷔시의 인상주의 음악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등 동남아시아 음악의 5음 음계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말러도 5음 음계를 기반으로 한 중국 음악을 가져다가 '대지의 노래'를 썼지요. 각자 고향과 말은 달라도 인간의 감정은 예술로 통할 수 있다고 봐요."

임헌정 감독은 지난해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봉을 잡고 '아리랑 환상곡' 등을 연주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한 감동에는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서 몇 년을 거절하다가 '똑같은 인간이 하는 건데 못할 게 있나, 배우면서 하지'라고 생각하고 수락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전통적인 부분은 존중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여백의 미를 살리려 농현을 일부 빼는 등 변화를 줬더니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다들 놀랐지요."


지휘자 임헌정의 음악인생은 이런 시도와 도전으로 채워져 있다. 25년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국내 최초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1999∼2003년)로 말러 붐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베토벤,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해왔다.


2014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뒤 다시 한 번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서 올해 말 완주를 앞뒀다.


끊임없이 남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자리매김해온 그는 어려운 길에서 더 깊이 있는 음악적 경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루크너는 다가가기 힘들고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작곡가지만 연주를 거듭해 몰입할수록 새로운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어요. 요즘 음악계를 보면 너무 '달달한 것'만 하는데 진정한 예술은 이처럼 인간의 영혼을 정화해주는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교인 서울대 작곡과에서 가르치고 있는 임 감독은 '정해진 길'을 좇는 후배들을 향한 우려도 내비쳤다.


어린 나이부터 유학과 국제 콩쿠르 입상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후배들의 성과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음악 기계'로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학생들이 콩쿠르와 대학 입시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 소리를 왜 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 소리를 내야 한다'부터 먼저 배워요. 외국 음악인들은 한국 학생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묻지만 저는 그게 문제라고 봅니다."


임헌정 감독은 예순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무대가 궁금하고 설렌다면서 후배들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예술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탐구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이후의 계획을 묻자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임 감독은 "국내 교향악단의 음악회 포맷이 대부분 비슷한데 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특정 작곡 기법을 주제로 한 접근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전이 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나 베토벤의 교향곡도 초연 관객들에게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대였어요. 당시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관객에게는 늘 그런 신선한 아이디어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싶어요."




지휘자 임헌정. 2016.7.7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노승환 작가 촬영]

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07 11: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