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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해보는 것의 차이
기업명
하나투어 유에스에이
국가
담당업무
예약 및 관리
작성자
공수현
기수
상시
작성일
2020.12.08

“너는 공부보다 일을 해보고 싶은 것 같은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대학교 3학년 1학기, 부모님이 해주신 말이었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마음 한 곳에서 15년 가까이 계속해온 공부 말고 내 힘으로 다른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던 와중이었다. 작년 1년 동안 대만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해외 생활이 나와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외 취업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부모님께서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분명 다를 거라며 나를 말리셨지만 언제나 직접 해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기간 학교 알림 메시지에서 ‘국비 해외 인턴 설명회’라는 문구가 떴다. 코앞에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홀린 듯 상담을 받게 됐다. 오랜 기간 기다려온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5개월 뒤 나는 하와이에 도착해 있었다.

학과에서 학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며 내가 직접 해외 기업을 찾아오면 학점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인턴을 찾을 때부터 관련 기준에 맞춰 업무를 찾기 시작했다. 복수전공을 하는 학과가 컨벤션 경영학과로 관광 분야였기 때문에 하와이에 있는 하나투어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하와이가 내게 왔다. 6년 전에 장학프로그램으로 다녀왔던 하와이는 나에게 낭만의 공간이었고, 따스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소장님과의 인터뷰에서도 어렵지 않게 하와이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설명할 수 있었을 만큼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다. 그런 하와이에서 살게 되다니…! 짐을 챙기면서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끊임없는 도전”

하나투어 USA 하와이 사무소의 Operation staff로서 주로 옵션 예약 및 관리를 했다. 워낙 거래 업체들도 많고 예약이 들어오는 구조도 다양하여 모든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 구조를 익히니 업무를 진행하는데 훨씬 수월해졌다.

문제는 사수분이 한 달 반 만에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점이었다. 홀로 남겨진 나는 필사적으로 업무에 매달렸다. 실수하기 않기 위해 긴장되는 하루를 보냈다. 입사 두달째에는 새로운 인턴분이 들어오셨고, 업무 인수인계를 해야 했다. 첫 출근 한 달 반 만에 홀로서기를 하고 두 달 만에 다른 신입 분을 가르치게 되어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업무를 하며 다른 분의 업무를 함께 확인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 오신 분이 업무에 익숙해지시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한 달 반 정도가 지나자 새로 오신 인턴분도 업무가 손에 익었고, 서로 손발이 맞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지금 떠올려도 당시의 나는 계속 긴장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만큼 업무 구조와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이해하는 시간이었기에 업무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와이는 관광업이 아주 발달한 곳이었다. 실제로 지역경제의 대부분이 관광을 중심으로 한다.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방문하고 하와이 자체에서도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컨퍼런스를 계획하거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어디를 가나 관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호텔업도 발달했고, 실제로 이곳의 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거의 90%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와이 관광청에서는 통계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고, 컨벤션 홀에서는 항상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런 하와이의 상황은 관광업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환경임이 틀림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 필드에서 평생 일을 하며 살 수 있는가도 생각해 보게 됐고, 한국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관광업에 맞는지,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는지 알아보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


“회의에 함께 들어오세요.”

담당하는 업무가 확실했던 만큼 다양한 기회도 주어졌다. 직접 업체 관계자분들과의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새로운 상품이 생기면 해당 내용을 판매처에 업데이트한 뒤 주의사항들을 검토하여 기재하기도 했다. 업체 세일즈 매니저님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계약서의 변경사항을 검토한 뒤, 소장님의 사인을 받아 계약서를 정리했다. 회사에서 FAM Tour에 자주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도 많이 해주셨다. 새로운 상품이 생기거나 새로 직원이 왔을 때 투어 업체에서 무료로 출장을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FAM Tour 또는 인스펙션이라고 한다. 섬일주, 쿠알로아 랜치, 이웃섬 투어, 스타 오브 호놀룰루 등 정말 다양한 투어 업체의 FAM Tour에 참가하여 어떻게 손님들을 맞이하는지, 손님들이 어떤 쇼를 보고 어떤 음식을 드시는지 직접 체험했고, 카메라를 들고 가서 해당 투어의 사진을 찍어와 상세페이지와 바우처에 업로드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직접 경험한 후 손님들께 안내하고 판매하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FAM Tour 또는 인스펙션을 다녀온 후에는 고객님들의 구체적인 질문에도 발 빠르게 답변해드릴 수 있었고, 자신 있게 해당 상품을 소개해드릴 수 있었다.


스타 오브 호놀룰루 고래 와칭 FAM Tour에 참가한 모습

< 스타 오브 호놀룰루 고래 와칭 FAM Tour에 참가한 모습 >


“설명 몇 줄 안 읽었다고 이렇게 문제 된 적은 없었어요.”

가장 주된 업무는 ‘모하지’라는 웹사이트로 들어오는 고객분들 상담이었다. 기본적으로 모하지 사이트에 상품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올려두고 그에 맞게 고객분들이 상품을 구입하시면 업체에 예약을 넣은 후 바우처를 발급하고 질문에 답변해드리는 방식이었다. 하루는 한 고객님께서 예약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채 투어 업체를 찾아가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객님께서는 설명 몇 줄 읽지 않아서 이렇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하시며 화를 내셨다. 처음 겪는 강한 컴플레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대답할 때도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을 떠올려야 했다. 해당 고객님 사건 이후 안내 멘트와 상세페이지를 모두 더 구체적으로 수정했다. 소장님께서 하나투어 웹사이트의 상세페이지를 참고로 보여주시며 해당 내용 모두 담당자분들이 몇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담긴 자료라고 말씀해주셨다. 예전에는 무심코 읽었을 내용이었지만 직접 컴플레인 건을 겪은 뒤 읽어보니 하나하나 허투루 쓰여있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왔을 때는 항상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밝혀 해당 내용을 관련 직원들과 공유했다. 진행 내용을 시간 순서로 적고,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한 다음, 어떻게 보상 처리되었는지까지 추적하며 정리했다. 이후에는 해당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탐색했다. 보통 안내 멘트를 고치거나 상세페이지의 내용을 고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내멘트는 견고해지고 길어졌지만, 그 덕분에 다행히 같은 컴플레인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일을 하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데'라는 것이었다. 고객을 대할 때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입장을 조금씩만 바꿔보면 고객이 무엇을 정말로 바라는지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내가 열심히 한 부분을 고객님들이 알아주실 때도 그랬다. 고객들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뒤 만족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뿌듯했고,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없었다.

동료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의 입장이 되는 것만으로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인턴 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직업이 나한테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을 더 이해할수록 일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말 한마디에 상황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놀라웠다. 심리학의 적용되는 것을 실제로 보는 듯했다. 고객의 태도도 말 한마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상세페이지를 고치고 고객들에게 인폼할 때는 구체적인 세부사항들을 정리하고 안내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문구를 구체적으로 고치고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관광업은 워낙 고객분들과의 접촉이 많은 직종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할로윈을 맞이하여 사무실을 꾸몄던 모습

< 할로윈을 맞이하여 사무실을 꾸몄던 모습 >


“실제로 경험한다는 것”

이번 인턴 생활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느꼈던 것은 실제로 경험한다는 것은 이론과 정말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이론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적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달랐고, 이해하고 있는 정도도 생각과 달랐다. 직접 부딪치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확인하고 스스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는 학교에 다니면서 얻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것인지 이것이 어떻게 적용될지 막연하고 두루뭉술했지만, 이제는 배움의 맥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었고, 대학교에 돌아가서 공부하는 내용을 통해서는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고민해보게 됐다. 이번 인턴 생활을 자양분으로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6개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