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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기업명
BizDragon SRL
국가
담당업무
마케팅 및 번역
작성자
조하영
기수
5기
작성일
2019.06.21

 아르헨티나 이것은 운명 인가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 한 학기만 마치면 사회초년생으로서 사회에 한 발짝 나서게 된다. 13년도에 스페인어통번역학과에 입학하여 약 5년 동안 교환학생, 교내 활동, 휴학 등 나름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지금 내 앞에 남아 있는 것은 취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뿐이었다. 또한 외국어 전공자로서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그리고 실제 해외 근무는 어쩐지, 또 내가 과연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지 등의 의문과 고민투성이였다. 그래서 대학생 신분으로 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고 나의 고민을 조금 덜어 줄 수 있는 해외 인턴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재외동포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상기업 청년채용 인턴십’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한상 기업 중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의 BizDragon SRL의 인턴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그 많고 많은 중남미 국가 중 하필 아르헨티나 딱 한군데라니. 문득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택하게 해준 나의 중학교 어린 시절의 꿈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운명인가 싶었다. 게다가 선발하는 직무 또한 마케팅과 통/번역 업무였다. 사실 마케팅 분야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통/번역 업무에서는 내 전공을 유용이 사용하고, 해외 현지 취업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나는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 서 있었다.



그림-1. 매우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림-1. 매우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두 달만의 고비 


내가 일했던 회사의 사무실은 We Work라는 건물에 있었다. We Work는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다양한 회사들에 사무 공간 및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기업이다. 또한 공용 휴식 공간 및 무제한 과일 수, 커피, 우유 등을 제공해 주어 최대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사무실이 We Work 안에 있는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BizDragon SRL은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지원하는 컨설팅 회사이다. 내가 담당했던 업체는 총 2개 회사로, 하나는 유기농 비료 및 살충제 관련 업체, 또 하나는 환경 IoT 관련 업체였다. 나의 업무는 아르헨티나 및 스페인, 중남미 여러 국가의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유/무선 마케팅을 통해 한국 회사를 소개한 뒤 미팅을 주선하고, 현지까지 물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었다. 비료, 살충제, IoT 분야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했다. 이 분야에 관련된 스페인어 단어 외우기는 물론 국가마다 분포해 있는 해충의 종류, 나라별 유기농 인증 취득 과정, IoT 및 통신 발전 상태 등 인턴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도 틈틈이 조사하고 공부했다.

하지만 나의 담당 업무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도시에 적응하는 데 너무 힘이 들었나 보다. 결국 나에게 인턴 시작 후 두 달째 되던 날 탈모와 함께 고비가 찾아왔다. 담당 업체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을 시작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8시간을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 전화하고 업체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수출이 성사되기 위해 현지 업체와 미팅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매일 하루에 10번 이상 현지 업체에 한국 회사를 스페인어로 소개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정신력 소모를 해야 했다. 게다가 소음에 취약한 나에게 하루 24시간 끊이지 않는 거리의 소음은 나를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자게 했고, 결국 부장님께 다음 달 한 달을 마지막으로 인턴을 중단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DO WHAT YOU LOVE 


나의 이야기를 들은 부장님께서는 다음 달 시작 전까지 인턴 중단의 생각이 지속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날마다 내가 인턴십에 지원하게 된 계기, 그리고 인턴 시작 전의 마음가짐과 인턴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회사 출입 카드에 적혀있는 ‘Do what you love’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내 상황에 100% 들어맞는 문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 이 문구를 본 후 인턴 중단 선언을 하게 만든 원인에 대해 한 발짝 멀리 떨어져 반대로 생각해보았다. 거리의 소음들은 내가 바꿀 수 있지 않은 한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이 소음 또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도시의 특징 중 하나로 받아드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지 업체 찾기와 미팅 성사에 대한 압박은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거였고, 그러기에 일이 지루하고 힘들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니 일이 즐거워졌고, 현지에 나와 있는 순간순간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전과 다르게 조금씩 적극적으로 행동해보았다. 담당 업체 관련 전시회가 있을 시 참가도 해보고, 현지 업체에 담당 회사를 좀 더 원활하게 소개하기 위해 스페인어 수업도 받기 시작했다. 또 두 달 동안 똑같았던 마케팅 방법 대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보았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나중에는 거리에 있는 담당 업체 관련된 단어(예를 들어 비료, 유기농, 스마트 시티 등)들만 눈에 들어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진행이 없었던 IoT 관련 업체의 첫 현지 샘플 발송 논의를 이끌었고, 다수의 컨퍼런스 및 미팅을 진행하였다.




그림-2.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회사 출입카드 문구

그림-2.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회사 출입카드 문구



그림-3. 첫 미팅 및 전시회 참가 -사진1 그림-3. 첫 미팅 및 전시회 참가 -사진2 그림-3. 첫 미팅 및 전시회 참가 -사진3

그림-3. 첫 미팅 및 전시회 참가



그림-4. We Work 외부 및 사무실 모습-사진1 그림-4. We Work 외부 및 사무실 모습-사진2

그림-4. We Work 외부 및 사무실 모습



그림-5. 쾌적한 공용 공간

그림-5. 쾌적한 공용 공간




인턴십을 마치며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갔다. 한국에서 생각했던 아르헨티나의 모습은 현지에서 직접 경험해본 모습과 매우 달랐다. 하루아침에 달러가 5% 급등한다던가 국가 파업으로 강제 휴일이 생긴다던가, 어제까지만 해도 운행했던 지하철이 오늘 아침에는 운행을 안 해 1시간을 걸어 출근한다던가 등의 예측이 어려운 나라였다. 또 한국과 물가는 비슷해도 한 달 치 평균 월급은 60만 원 채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물론 아르헨티나 도시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르헨티나는 굉장히 불안정하고 위험하며, 도시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어려운 나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생각을 걷어내고 잘 들여다봤을 때, 한때 매우 부유했던 나라임을 증명하는 듯한 우수한 문화 유적지와 건축물들, 넓은 토지 안에 한데 어우러져 있는 사막, 빙하, 열대 우림 등의 풍부한 자원들, 비록 차갑고 거만하게 보여도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 정열적인 아르헨티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공휴일과 비자 연장의 기회는 이런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여러 근교 도시와 인근 국가를 다녀오면서 나라와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나 문화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었고, 각 도시별로 특성화되고 발전된 분야를 두 눈으로 보면서 인터넷이나 문헌을 통한 간접 경험보다 더 효과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의 6개월간의 인턴십은 앞으로 취업에 대한 마음가짐과 직무 선택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친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인턴이라고 잡다한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닌, 담당 업체 관리를 통해 책임감을 기르는 것과 동시 회사의 가장 기본 업무인 보고서 작성법과 엑셀 다루는 법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한차례 있었던 고비와 이 고비를 극복하면서 얻은 자신감은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해외 취업이란 두툼한 막을 한 겹 벗겨주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더불어 인턴 지원 당시 관심 밖이었던 마케팅 분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생겼고, 졸업 후 일해 보고 싶은 분야에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 주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한상 인턴십을 통해 얻은 배움과 깨달음에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어떤 문제가 나를 힘들고 어렵게 만든다면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역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무엇이든 도전해보자. 이것이 내가 한상 인턴십을 통해 얻은 큰 배움이자 깨달음이다. 또한 한국에서 취업 걱정에 매달리던 나에게 큰 자신감으로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 준 재외동포재단과 BizDragon SLR 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