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중국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변치 않아 해외취업을 꾸준히 알아보던 중 한상인턴을 알게 되었다. 나는 5기 인턴으로 왔지만 사실 3기 인턴 모집 직전 한상인턴 설명회까지 가서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지원기간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썼지만 너무나도 인턴을 하고 싶어 시간도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결국 제출시간을 초과해 3기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4기 때에는 중국 지역이 단 한 곳도 올라오지 않아 5기까지 기다렸는데, 마침 내가 관심있던 의류벤더회사 공고도 올라와 바로 지원하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해외인턴을, 그것도 내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의류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곧장 중국 인턴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예상보다 더 일찍 출국하게 되어 정신없이 준비를 끝내고 중국에 도착하자 마자 회사로 가서 인사를 나누고 회사 분위기도 보고 바로 다음 날부터 정식 출근했다.

<원단발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단의 폭 재기>

<컬러북 작성>

영업 4팀에 배치됨과 동시에 나는 스파르타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디자인에 관한 소소한 것 뿐이었지, 옷에 대한 기본지식은 전무한데 이에 관한 전문용어까지 외국어로 습득하며 일을 배우는 것이 처음에는 버겁고 휴대폰 한 번을 볼 시간이 없을 만큼 정신 없었다. 하지만 대리님께서 하나하나 상세히 알려주었고, 팀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또한 이에 부응하기 위해 이전에 제작했던 스타일들의 기록을 보며 번역에 필요한 단어를 파일로 만들어 정리하며 공부하고, 세탁기를 돌릴 때에도 옷을 뒤집어 보며 바느질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옷 한 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의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굵기의 실을 사용했는지 보며 최대한 빨리, 많은 것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뉴샘플 중 일부>

처음부터 내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스타일들이 생겨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스타일마다 진행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며 사소한 내용도 빠뜨리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도 길렀다.

또한 나는 영업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샘플을 만들어주는 기술부, 용적을 계산하는 CAD실, 원단을 자르는 재단반, 옷을 재봉하는 봉제반, 옷을 다리고 포장까지 해주는 완성반, 원단과 부자재를 관리해주는 창고와 이 외에 수많은 외주업체들과 소통을 하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부서 직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협력해야 한 스타일의 옷을 차질없이 출고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과정에서 타 부서가 하는 일을 설명으로 듣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공장을 돌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기관지가 약하다면 공장을 왔다갔다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겠지만, 이 회사로 인턴을 오기 전 의류벤더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어쩌면 최적의 환경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마인드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틈틈이 공장과 창고, 기술부를 돌아다녔다. 이 세 곳은 실제로 일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돌아다닌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사무를 보는 것만큼 육체노동을 하는 일도 많아지면서 나의 출근 복장 또한 남들이 생각하는 의류회사 직원의 모습과는 다르게 편한 옷만 추구하게 되었다.

물론 영업팀 직원들까지 공장으로 가서 일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마스크도 없이 감당하기 힘든 먼지와 몇 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일하는 우리 팀 동료들이 싫은 일도 다같이 으쌰으쌰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우리 팀 언니들과 함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상 40도가 넘는 환경에서 박스를 옮기는 우리 팀 , 공장에서 옷 포장 & 원단 재단 >

 이는 내가 담당한 스타일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원단과 부자재를 외주에 보낼 때에도, 옷이 만들어져 다시 회사로 들어올 때도 우리 팀 언니들은 항상 같이 내려가서 물건 나르는 것을 도와주는 등 화려한 팀워크를 자랑하였다.

 또한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비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좀 더 여유를 갖고 처리한다고 들었는데, 업무 특성상 예외의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회사가 우리나라보다 수직적인 관계가 적다고 들었었는데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일한 이 회사의, 영업 4팀에서는 항상 수평적인 관계가 이루어졌다. 우리 팀을 총괄하는 대리님도 직위에 상관없이 궂은 일도 마다하시지 않고 일반 사원들과 똑같이 일하시고, 오히려 모범을 보이셨다. 또한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 주시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느 회사를 가든 이런 상사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분을 만났다.

 나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경험을 쌓기 위해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같이 일했던 우리 팀 언니들은 동료관계를 넘어 언제라도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