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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기회의 연속 : 한국 미얀마 싱가포르 베트남!
기업명
GOODHILL
국가
담당업무
디자인
작성자
강희원
기수
3기
작성일
2019.06.21

1. 준비과정


2017 년 겨울 인도네시아, 롬복 섬에서 한 달 정도 일할 기회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여행하는 기분으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한 번 그 기분을 맛보고 나니 더욱 더 해외취업을 원하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친구를 롬복 섬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친구에게서 얻은 정보로 처음에는, 싱가포르 현지 채용사이트를 이용해 직접 이력서를 보냈다. 경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합격 소식은 고사하고 인터뷰 제안을 받기도 어렵다는 걸 깨닫고는 절망 80%, 싱가포르에 직접 가서 구직을 해보려는 도전정신 20%의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게 됐고.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회와 실망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처음으로 해외취업 상담회에 가는 길이었다. 삼성 역으로 가기 위해 2호선을 탔고 지하철 역내에 게재된 한상해외인턴 광고를 보게됐다. 바로 다음 날 설명회가 있었다. 나는 그 날 상담회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다음날 있는 한상해외인턴 설명회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모두들 그 날 상담에 만족했는지 (혹은 실망했는지) 가려고 하지 않았다. 대세 분위기를 거스르고 한상 설명회에 갔던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상해외인턴 프로그램에 등록한 기업들 중에는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꽤 있었다.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 중에서 영어와 생활에 부담이 덜한 아시아 지역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를 우선 제출하고 면접 날을 기다리며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업으로 부터 한상에서 정해준 날보다 더 이르게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포트폴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면접 준비를 했다.

내가 지원한 기업인 '굿힐’은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 기업이었다. 하지만 내가 일하게 될 곳은 굿힐의 계열사인 'ChinnGuu’로 미얀마 양곤 소재였고 한국 상품을 미얀마에 유통하는 업이었다. 그 중에서 인턴이 하게 될 일은 웹사이트 업데이트와 홈쇼핑 관련 디자인물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면접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미지의 미얀마로 떠날 준비로 각종 예방접종과 모기퇴치제들을 준비했다. 그리도 얼마 후 또 다시 기업 측에서 싱가포르로 와서 일하는건 어떤지 묻는 연락이 왔다. 처음 해외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던 싱가포르! 인턴 지원 전, 기업정보를 확인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기업에 지원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혹시나 하고 바라던대로 기회가 찾아왔다. 가족들도 일주일 단위로 예방접종하는 나를 보며 걱정을 했었는지 내가 본래 바라던 싱가포르 입성을 하게 됐다며 인턴생활을 축하해줬다.



2. 싱가포르


역사는 오래 되지 않았지만 규모가 작은 만큼 시스템이 구석구석 작동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여가를 즐긴다. 야자수와 열대식물들이 전국적으로 가꾸어져 있고 도로와 거리는 깨끗하고 HDB를 포함하여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많다. 모든 전철역을 기준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상업, 산업, 주거, 여가지역의 구분과 균형이 명확하다. 공원, 수영장,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정말 잘 되어있다.

추수감사절, 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뉴이어, 차이니즈 뉴이어, 발렌타인데이 등 시즌행사에 맞춰 거리장식과 마트 진열상품이 교체된다. 또, 아시아의 쇼룸이라고 불리는 만큼 어느 도시에서 보다 빠르게 하이앤드 기술과 새로운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다. 복권 판매점, 쇼핑센터의 음식점 및 동네 호커센터의 음식점에서도 길게 늘어선 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싱가포리언, 차이니즈, 말레이, 인디언, 무슬림 문화가 섞인 다문화 국가. 더불어 중국어와 영어, 싱글리시 및 각종 언어가 섞인 나라다.


인턴 강희원 사진1


회사생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길지 않은 6개월 인턴기간을 잘게 나누고, 조각들을 잘 조직화시켜 다양하고도 꽉찬 시간을 보냈다. 기업의 새로운 프로젝트 지원 업무차, 파트너기업의 사무실로 일주일 중 삼일을 출근했고 나머지 이틀은 지원기업인 굿힐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에서는 한국어를 비롯 중국어와 영어를 사용했고 원칙대로 정시퇴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했다. 미얀마에서 하기를 기대했던 업무는 아니었지만. 파트너기업을 위해서는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마트와 레스토랑을 위한 디자인 업무를 했고, 굿힐에서는 싱가포르로 사업확장을 원하는 한국기업들을 위한 마케팅 디자인, 이벤트 디자인을 했다. 파트너기업은 유통업을 하기 때문에 창고가 사무실 바로 아래에 있었다. 물류∙배송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들, 마트 및 식당에서 일하는 스토어 직원들 그리고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의 업무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유통업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굿힐사무실에서는 비록 주업무인 컨설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디자인을 위해 담당직원들과 이야기하며 컨설팅 사업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인턴 강희원 사진2


인턴생활의 절반인 3개월이 지난 무렵, 기업에서는 베트남 법인 확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싱가포르∙미얀마∙베트남 중 나머지 3개월을 위한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쾌적한 도시생활이 나쁘지 않았지만, 무비자로 3개월간 싱가포르에 더 머무는게 걱정됐다. 주변에서 비자문제로 입국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실제로 처음 싱가포르에 입국한 날에도 입국심사 과정에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면담을 하고, 보증인과 통화 까지 하는 절차를 거쳐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회사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베트남 법인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3. 베트남


베트남으로 입국한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했다. 베트남 법인장 님께 받은 주소를 찾아보니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법인장님이 거듭 '걸을만한 길이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던 이유를 직접 걸어보고야 깨달았다. 보행자 거리는 부서져 있거나 보행자 외의 것들이 이미 길을 차지하고 있다. 식당들이 길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를 하거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쓴다. 심지어 도로가 붐비는 시간에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보행로를 이용한다. 내가 그지역을 걸어 다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는 사무실 실제주소와 구글맵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오토바이 택시를 세 번 이용하고, 한 시간 반을 지각한 끝에 첫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인턴 강희원 사진3


싱가포르에서는 99퍼센트 디자인 업무만 했다면 베트남에서는 훨씬 다양한 직무를 맡았다. 사무실에는 총 1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법인장님과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내부 소통을 위해 한글로 작업 된 서류를 영어로 번역하는 업무를 많이 했다. 수출상담회가 있는 날에는 호텔 혹은 바이어업체에 고객기업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고. 우리기업과 함께 일하는 파트너 기업들과 미팅을 하고 디자인관련 일을 돕기도 했다. 정신없이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는 생활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사무실에서 디자인 업무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현장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베트남 법인장 님은 매우 꼼꼼하고 전략적으로 일 하시는 분이었다. 베트남에 이미 7년 가까이 거주했고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를 편하게 말씀하신다. 법인장님을 통해 업무 외적으로 사고방식, 사회생활 등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싱가포르의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뒤로하고 베트남으로 온 선택이 아쉽지 않았다.


인턴 강희원 사진4


베트남 호치민의 분위기도 싱가포르에 비해서 나에게 더 많은 자극을 주었다. 호치민의 사회 분위기를 접하다 보니 싱가포르와 한국이 이미 상당히 고도화 되고 한 편으로는 고착화 된 사회라는 것을 비교체험 할 수 있었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직접 감행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가 나에게까지 전달 됐다.

싱가포르 3개월 베트남 호치민 3개월의 인턴생활을 마쳤다. 회사와 계약연장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호치민에 남기로 결정했다. 인턴생활을 하며 만난 현지업체 사람들로부터, 디자인 일거리 요청을 받고 있고 얼마 전부터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어∙영어∙베트남어 작업을 모두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시작하려고 준비중이다. 3개월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무리없이 느껴진다. 6개월간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기회와 그 기회의 경험이 만들어 준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