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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법 발효와 EU 반도체 산업 당면과제
구분
경제자료
분류
해외경제
저자명
브뤼셀무역관 심은정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작성일
2023.10.25

유럽 반도체법이 2023년 9월 21일부 발효됐다. 유럽연합은 그린‧디지털 전환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 유럽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역내 생산역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럽은 코로나 및 러·우사태 기간 중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한 제조업 생산에 심각한 피해를 경험했으며, 유럽 반도체 산업의 높은 역외 의존도를 재확인했다. 이에 EU는 반도체법을 통해 경제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및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유럽 반도체법

 

유럽 반도체법은 크게 △ EU 반도체 생산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 △ 공급 안정성 확보, △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 등 3가지 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➀ 유럽 칩 이니셔티브(Chips for Europe Initiative)

 

EU는 ‘유럽 칩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반도체 기술 혁신 및 대규모 생산 설비를 확대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및 투자 유치를 촉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EU 연구‧혁신 지원기금 「Horizon Europe(HE)」에서 17억2500만 유로*, 「Digital Europe Programme(DP)」에서 15억7500만 유로** 등 총 33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으로, EU 집행위는 회원국 정부 예산을 더한 적극적인 공공투자를 통해 430억 유로 규모의 공공 및 민간 투자 창출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주: * 생산 역량 강화 프로젝트 위주, ** 연구 및 혁신 프로젝트 위주에 투입 예정

 

<유럽 칩 이니셔티브 예산안>

[자료: EU 집행위, KOTRA 브뤼셀 무역관 편집]

 

➁ 공급 안정성 및 복원력 확보

 

EU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혜택 지원의 타당성, 유효성, 효율성을 판단하기 위해 ‘최초시설(FOAK; First-of-a-kind)’ 기준을 마련했다. 최초시설 자격은 제조 역량 및 설비에 따라 아래와 같이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 개방형 EU파운드리(OEF; Open EU Foundries): 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에 집중해 제조능력의 상당부분을 다른 산업의 생산에 할애

 - 통합생산설비(IPF; Integrated Production Facilities): 역내 시장에 공급을 위한 맞춤 부품 설계 및 생산

 

최초시설로 판별될 경우 파일럿 라인 우선순위 부여, 프로젝트 승인 간소화 등 회원국으로부터 행정적 지원 및 혜택이 제공된다. EU 집행위가 제안한 초안에서 ‘최초시설’의 적격 요건을 반도체 제조시설에 국한했으나 입법기관의 요청으로 최종 법안에서 장비 또는 핵심부품 생산 시설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➂ 모니터링 및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

 

EU 집행위는 유럽반도체위원회(ESB)와 협력하에 유럽 반도체 가치사슬 내 위기 상황 발생에 대비한 ‘조기경보지표’를 개발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공급망 위기 발생 시 집행위는 △ 위기 심각성을 파악하고 △ 위기단계 활성화 여부를 판단한 뒤, △ 주요 기업 및 제3국과 협력방안 마련 조치를 수행한다. 위기 관리 대상은 유럽 주요 기관 복원력에 관한 지침 (EU) 2022/2557에서 명시한 주요 부문(critical sector)* 외 국방‧안보 부문이 추가했다.

 주*: 에너지, 운송, 금융 시장 인프라, 보건, 수자원, 디지털 인프라, 공공행정 및 항공우주 등

 

위기 단계가 발동되면 집행위는 주요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우선 생산 및 공급 순위를 지정하거나 공공조달 계획 등 긴급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집행위가 요청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제공할 경우 최대 30만 유로

 - 역내 설립된 사업체가 제3국 우선 주문조치 지원 여부를 사전 통지하지 않은 경우 최대 15만 유로(중소기업 5만 유로)

 - 우선 생산‧공급 관련 의무 미준수 기업, 일일 매출액 최대 1.5% 정기 과징금 부과(중소기업 0.5%)

 

유럽 반도체산업 동향 및 당면과제

 

유럽 반도체법이 발표된 직후 유럽 내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는 크게 증가해 EU 전역에 총 68개 1000억 유로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2023년 8월 대만 TSMC사는 합작회사* 명의로 총 100억 유로를 투자해 독일에 첫 유럽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며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 예정이다.

 주*: TSMC 70% 외 보쉬(Bosch)·인피니언(Infineon)·NXP가 각각 10% 지분 보유

 

2023년 6월에는 인텔이 독일 내 최대 규모인 300억 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은 독일 정부로부터 각각 50억 유로, 99억 유로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같은 달, 프랑스에서는 STM·글로벌파운드리 사의 태양광용 반도체 웨이퍼(300㎜) 공장이 착공에 들어갔다. 양사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29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며 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목표 조기 달성 가능성을 시사하며 단기간 내 투자 유치 성과를 고무적으로 평가한 반면, 프랑스 몽테뉴연구소(Institut Montaigne) 등 현지 싱크탱크 등은 글로벌 반도체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점유율 목표 도달을 위해서는 430억 유로보다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요 경제국 반도체산업 지원 정책 동향>

[자료: 유럽의회조사처(EPRS), 2023년 6월]

 

역내 투자는 증가했지만 반도체법에서 규정한 EU 목표와의 격차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EU 집행위는 반도체법 제안 초기,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2 나노미터(nm)급 최첨단 반도체 역내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2023년 유럽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이며 역내 최신 사양 반도체는 아일랜드에서 생산 중인 14nm급 반도체에 불과하다.

 

한편,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 부족에 대한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 및 회원국 정부의 적극적인 공세로 반도체 제조사들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특정 첨단소재 및 화학물질의 공급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이다. 반도체 제조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면서 관련 공급망 생태계 역시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세정제로 사용되는 황산이나 IPA(이소프로필알코올) 등은 여전히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며, 그간 유럽에서는 주로 자동차·산업용 저사양 반도체를 제조해왔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맞는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럽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됨에 따라 대만 반도체 소재·화학물질 공급업체들은 유럽 진출을 계획 중이다. TSMC에 첨단 반도체 물질을 공급하는 대만 LCY는 독일 지역 투자를 위해 정부와 지원 혜택에 대해 논의 중이며, 다른 TSMC 공급업체 3곳도 유럽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주로 현지 클러스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위주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공급망이 유럽으로 모두 이전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도 존재한다. 예로, LCY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물질 제조사로 유명한 일본의 Tokuyama사의 경우 현재로서는 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망 및 시사점

 

이번 유럽 반도체법 통과로 자동차 등 유럽 주요 산업에 대한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반도체 역량 강화는 반도체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보다는 핵심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량을 확보하고 의존도를 완화하는 전략에 기반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보조금 보다는 산업 클러스터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및 국제사회 영향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럽이 우위를 차지하는 이미징·첨단패키징·전력장치 등 반도체 R&D 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한편,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역량 확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업계를 중심으로 숙련된 인력 및 원자재 확보 등에 대한 대응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 계획이 자재·설비 공급망 차질 및 인력부족으로 1년 연기되면서 독일 정부 측에 독일 공장에 투입될 인력 양성 지원에 대해 요청했다. 인텔은 2027~2028년 가동 예정인 독일 반도체 공장 2곳에 약 3000개 일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같은 지역 내 6개 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유럽 반도체법에서 역시 회원국마다 ‘반도체 역량센터’를 설립하고 숙련된 인력 확보 및 재교육 프로그램 시행 노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력·생산력 강화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각국 정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공급망 안보를 위한 다각적 상호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할 전망이다.

 

 

자료: EU집행위, 유럽의회, 현지 언론 및 KOTRA 브뤼셀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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