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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가방으로 만든 한복, 스웨덴 SNS에서 화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4.04

이케아 가방으로 만든 한복, 스웨덴 SNS에서 화제


얼마 전 한국인도 스웨덴인도 아닌 친구에게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공유된 영상의 주인공은 헬싱보리 출신의 21살 아티스트,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이었다. 영상 속 아그네스는 이케아 플라스틱 가방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있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 가방을 재료로, 스웨덴 국기색인 노랑, 파랑의 색을 사용해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만든 것이다. 해당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돼 약 290만 뷰를 기록했고, 스웨덴 공영 뉴스채널 SVT(Sveriges Television, 스베리예스 텔레비시온)도 그녀의 작품을 보도했다. 영상 속 그는 자신을 "정체성을 탐구하는 스웨덴-한국 출신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복을 입고 헬싱보리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메이드 인 스웨덴(Made In Sweden)' 작품 시리즈를 소개했다.


<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인스타그램 계정(@agneshjalart) >

<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인스타그램 계정(@agneshjalart) >


스웨덴 국영 언론사 SVT는 아그네스의 한복에 대해 "입소문을 타며 다양한 반응을 얻은 한국-스웨덴 드레스, 노란색과 파란색의 한국 전통의상"이라고 소개했다. 아그네스는 인터뷰에서 "저와 비슷한 민족성을 가진 사람들, 어떤 문화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여러 민족성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달갑지 않은 반응도 확인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제 가설을 입증해 줬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아그네스는 "스웨덴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조차도 스웨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 시리즈 '메이드 인 스웨덴'은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입양아의 딸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사회의 고정관념과 장난스러운 과장을 사용해 그는 자신의 문화, 외모, 환경 사이의 부조화를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성장과정을 통해 문화, 정체성을 서양의 관점을 통해 인지하고 탐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수동적이고 이국적인 아시아 여성'이라는 서양 사회의 편견을 뒤틀고자 했다.


< '할부 결제'라는 뜻의 작품 'Delbetala'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개인 홈페이지 'Agneshjal' >

< '할부 결제'라는 뜻의 작품 'Delbetala'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개인 홈페이지 'Agneshjal' >


위 작품은 한복을 입고 이케아 매장의 소파에 누워있는 작가 자신을 그린 자화상으로, 이케아 제품 판지에 그려진 유화다. 작가는 위 작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저는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입양아의 딸입니다. 재미있게도 부모님께서 이케아에서 일하시다가 만났기 때문에 저를 말 그대로 '이케아 제품'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자라면서 항상 두 문화, 외모, 환경에 대한 단절을 느꼈지만 이제는 그것을 강점으로 보고 위 그림을 통해 혼혈의 병치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위 작품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아름다움과 유머 등을 결합한 저만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 전유와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꼬집어보며 여러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개인의 민족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의 성장? 당신이 견뎌낸 고난? 혹은 우리의 DNA 비율? 나는 나 자신을 탈식민화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외국 문화를 차용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누가 결정하며, 나와 같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는 "이 작품들의 진정한 힘은 이러한 요소들을 장난스럽게 무시하는 데에서 온다."고 밝혔다. 그는 '반쪽짜리' 분류를 뛰어넘는 영향과 경험이 복잡하게 혼재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 '건배'를 뜻하는 작품 'Skål'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개인 홈페이지 'Agneshjal' >< '건배'를 뜻하는 작품 'Skål' - 출처: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개인 홈페이지 'Agneshjal' >


또 다른 위 작품은 한국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작가는 한식 밥상을 담고 있는 위 작품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친할머니를 처음 만난 후 촬영한 사진이 위 그림의 모티브가 됐다. 작가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 스웨덴으로 입양됐기 때문에 그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야 비로소 처음 친척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떨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많은 사랑을 받는 가족 구성원으로 서로를 대했다. 친할머니를 만나는 것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고 떠날 때는 여러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과 스웨덴에 걸쳐있는 세대, 역사, 문화를 연결 짓는 아그네스의 예술을 스톡홀름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VT》 (2024. 3. 10). Agnes koreansk-svenska klänning blev viral – ”fått flera reaktioner”, https://www.svt.se/nyheter/lokalt/helsingborg/agnes-koreansk-svenska-klanning-blev-viral-fatt-flera-reaktioner

-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인스타그램 계정(@agneshjalart), https://www.instagram.com/agneshjalart/

- 아그네스 얄마숀(Agnes Hjalmarsson) 작가 개인 홈페이지 'Agneshjal', https://www.agneshjalart.com/product-page/made-in-sweden-poster






오수빈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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