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 두 전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2.13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 두 전시


2023년은 한영 수교 140주년으로 한국과 영국 곳곳에서 한 해 동안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국과 영국의 과거 관계를 조명하고 현재를 기념하며 미래를 예고하는 두 전시가 열렸다. 먼저 지난 2023년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킹스턴(Kingston)의 한 전시 공간에서 'The Ties Through Time' 전시가 진행됐다. 1797년 10월 13일 부산에 처음 상륙한 윌리엄(William Robert Broughton) 선장은 한국 땅을 밟은 최초의 영국인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그는 9년간 한국에 머물며 두 나라의 외교 관계를 시작한 중요한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이 인물을 시작으로 1883년 조영통상조약 체결 이후 양국이 이어간 140여 년의 문화외교적 교류를 선보였다.

 

    < 'The Ties Through Time' 전시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 'The Ties Through Time' 전시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The Ties Through Time' 전시는 영국을 방문했던 한국 사절단의 모습을 조명했다. 1897년 대사관 모임에 참석을 계획했던 민영환은 10일간 런던에 머물며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했다. 또한 1902년 6월 왕족 이재각은 국왕 에드워드 7세의 즉위식에 참석하고자 런던을 방문했다. 즉위식이 미뤄져 아쉽게도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즉위식 만찬 테이블에 대한 기록과 신문, 사진을 통해 과거의 교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890년대에 지어진 영국 대사관저,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이 영국 건축가 하딩(JR Harding)을 초청해 지은 최초의 서양식 건물 덕수궁 석조전의 과거 건축 도면과 사진 기록이 전시됐다.


이어 주영한국문화원은 2023년 12월 6일부터 2024년 1월 27일까지 '1883: A Journey Through Archives' 전시를 진행했다. 해당 전시에는 19세기 조선 외교 초기의 한국과 영국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전시됐다. 19세기는 한국이 개항을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시기다. 특히 1883년 한국과 영국은 공식 계약을 체결했는데 '고려'와 '조선' 표기된 140년 전의 문서인 1883년 조영통상조약 사본이 전시됐다.


'1883: A Journey Through Archives' 전시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1883: A Journey Through Archives' 전시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조약이 체결된 후에는 양국의 사람들이 서로 오가며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영국 여행가와 예술가들은 낯선 나라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고 그 기록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은 『한국, 그리고 그녀의 이웃들』이라는 책에서 그녀가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인상, 한국의 결혼 풍습과 장례문화, 수도인 한양 이외에도 송도와 평양 등을 여행하며 관찰한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또한 『한국 또는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책에서 헨리 새비지 랜더(Henry Savage Landor)는 한국 여인들의 복식과 규범, 종교, 교육 방법, 궁궐, 길거리의 걸인들까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했다. 특히 아이를 재울 때 등을 긁어주는 방법 등의 육아 방식까지도 사실적으로 서술했다.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는 달빛에 보이는 어둑한 동대문의 과거 모습을 생경하게 담았다. 이외에도 영국 신문에 실린 조선 관련 기사와 버튼 홈즈(Burton Holmes)가 남긴 영상 자료도 공개됐다. 당시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해당 영상을 통해 갓을 쓴 남자들, 양궁을 즐기는 사람들과 국밥을 말아먹는 아이들의 모습 등 영국인에 눈에 비친 색다른 한국의 옛 문화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한 세기가 넘도록 이어져 온 양국의 교류 그 시작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공연, 전시 등 굵직한 프로그램들이 예고되고 있는 2024년 초 분위기를 살펴보니 올해도 한국문화에 대한 영국의 관심과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오는 2월부터 열리는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의 그룹전에 최정화 작가가 초대됐으며, 4월 위그모어홀(Wigmore Hall)에서 진행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또한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청해 파빌리온을 짓는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올해의 건축가로 한국 건축가 조민석을 선택했다. 더 나아가 영국의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브리티시 서머 타임 하이드 파크(British Summer Time Hyde Park)'의 라인업에는 스트레이 키즈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주영한국문화원 홈페이지, https://kccuk.org.uk/en/programmes/other-exhibition/1883-journey-through-archives/



이윤지

  • 성명 : 이윤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 약력 :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전 전시코디네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운영팀, 마스터플랜 필진 KT&G 상상마당,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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