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문화예술의 흔적, 헝가리 페렌츠 호프 아시아 미술관에서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2.06

한국 문화예술의 흔적, 헝가리 페렌츠 호프 아시아 미술관에서 만나다


언드라시 대로변(Andrássy Road)에 있는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Ferenc Hopp Museum of Asiatic Arts)은 헝가리 최초로 한국의 문화예술을 수집해 전시한 곳이다. 미술관 설립자 페렌츠 호프(Ferenc Hopp, 1833~1919)는 교구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세계 여행자였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매력에 빠져 있던 그는 1903년 세 번째 세계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여행을 통해 페렌체 호프는 관음상을 묘사한 도자기 한 점을 수집해 본국으로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그는 한국의 문화예술품 수집에 박차를 가했다.


< 페렌체 호프와 그의 아시아 컬렉션을 도운 4인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 페렌체 호프와 그의 아시아 컬렉션을 도운 4인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그는 당시 젊은 미술사학자였던 졸탄 페르빈치 타카치(Zoltán Felvinczi Takács) 조언을 토대로 유럽의 주요 박람회와 세계 여행을 통해 4,000여 점의 아시아 문화예술품을 구매해 20세기 초반 헝가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시아 컬렉션을 완성했다. 1919년 타계하면서 그는 아시아 미술 전문 박물관 건립을 유언으로 남겼고, 이에 페렌츠 호프 아시아 미술관이 설립됐다. 1923년 페렌츠 호프의 아시아 컬렉션을 도왔던 미술사학자 졸탄 페르빈치 타카치가 초대 관장으로 임명되면서 4,000여 점의 컬렉션을 토대로 현재 위치에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약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은 헝가리에서 아시아 문화예술 전문 박물관으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고 있다.


<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 출처: oroksegnapok 홈페이지 >

<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 출처: oroksegnapok 홈페이지 >


한국의 문화예술이 헝가리에 처음으로 소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예술 애호가이자 수집가였던 헝가리의 부호 페렌체 호프의 1903년 한국 방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23년 개관 이래 페렌체 호프 아시아 미술관은 1950년대 구매, 기증 그리고 문화예술 기관 간 활발한 소장품 교류를 통해 한국 컬렉션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현재 200여 점에 이르는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 페렌체 호프 아시아 미술관 한국 컬렉션의 일부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 페렌체 호프 아시아 미술관 한국 컬렉션의 일부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미술관의 한국 컬렉션은 7~9세기경으로 추정되는 토기에서부터 19세기 대형 반닫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기를 아우른다. 한편 1955년 문화교류의 하나로 미술관은 고구려 안악 3호분을 실제 크기로 미술관 내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 결과 미술관에는 안악 3호분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별도 부문이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9개의 고분 벽화 사본이 실물 크기로 전시됐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 벽화의 원본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본이 제작됐다는 점은 박물관 소장품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유럽 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물관은 설립자 페렌체 호프가 1903년 한국 방문 당시 촬영한 사진과 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및 왕립 해군 의무 장교였던 데조 보조키(Dezsó Bozóky) 박사가 한국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도 소장하고 있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아마추어 사진가였음에도 이방인의 시각으로 촬영한 서울과 부산의 모습은 20세기 초반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료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페렌체 호프와 데조 보조키 박사가 1900년대 초반 한국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 페렌체 호프와 데조 보조키 박사가 1900년대 초반 한국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 - 출처: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


2011년 페렌체 호프 아시아 박물관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전시를 통해 18~19세기 한국의 문화예술을 부다페스트에 소개했다. 현재까지도 박물관은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헝가리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헝가리 국립민족학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멋' 전시, 페렌체 호프 아시아 박물관의 2011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전시와 2016년 '이미징 코리아' 전시를 제외하면 현지 주요 문화예술 기관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 영화, 한식에서 한국 패션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한류의 현지 영향력은 실로 놀랍다. 그러나 한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예술 역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이 되지 않기 위해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담론을 형성하는 학계의 노력과 더불어 현지 문화예술 기관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한 확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oroksegnapok 홈페이지, http://oroksegnapok.gov.hu/helyszin/273

- 페렌츠 호프 아시아 박물관 홈페이지, 

https://hoppmuseum.hu/archive, https://hoppmuseum.hu/en/contentitems/details/62-Korean_Collection, https://hoppmuseum.hu/en/collectionsearch/alkoto/dezso-bozoky-photo-made-by-/27532?order=creation&start=15a







유희정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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