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베트남 문학 교류의 선구자 배양수 교수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1.30

[인터뷰] 한국-베트남 문학 교류의 선구자 배양수 교수님


"문화교류를 잘못 이해하면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는 매체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이전부터 양국 간 이해를 돕고자 문학 교류를 위해 20년 넘게 힘써온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배양수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통신원은 교수님을 '한국-베트남 문학 교류의 개척자'이자 '문학 교류 민간 외교관'이라 칭하고 싶다.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그전에는 한국 기업을 통해 베트남에 파견된 주재원이었습니다. 베트남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역 회사에서 베트남에 파견되면서부터입니다. 그 후 베트남을 더 알고 싶어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베트남 하노이 사범대학교 어문학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그때가 1991년이니 한국과 베트남은 미수교 국가라 유학 허가를 받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 문학 석사와 박사를 공부한 후,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베트남 문학에 빠지는 걸 넘어 사랑하게 된 것 같네요.


< 부산외국어대학교 배양수 교수님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 부산외국어대학교 배양수 교수님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한국과 베트남의 여러 문학 작품을 번역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양국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소개하게 된 계기는 베트남 문학을 전공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석사과정에서 베트남의 『끼에우전』과 한국의 『춘향전』을 비교했는데요. 당시 베트남 지도 교수님을 포함한 심사위원 분들도 『춘향전』을 모르셨기 때문에 반드시 번역해야 했습니다. 베트남 선생님들의 안내로 어렵게 번역하고, 베트남 사회과학출판사에서 출판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베트남인이 문학을 접하는 것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 대중적으로 번역되지는 못했지만, 베트남 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문화 및 한국의 문학에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에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것이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임을 알게 됐습니다.

번역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학 작품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베트남어로 번역한 한국의 문학 작품은 앞에서 말씀드린 『춘향전』과 이동순 시인의 시집 『미스 사이공』이 있습니다. 이 중 『춘향전』을 추천합니다. 한국 고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한 베트남의 문학 작품은 『하얀 아오자이』, 『정부음곡』, 『시인, 강을 건너다』, 『베트남 현대시집』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시인, 강을 건너다』를 추천합니다.

『시인, 강을 건너다』는 북베트남 홍하델타 지역 농촌 명문가에서 50여 년 동안 벌어진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투쟁으로부터 1945년 8월 혁명, 특히 토지개혁, 인문가품운동, 통일과 남부 개혁, 탈출과 개혁까지 베트남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사건 속에서 한 가족의 우애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비극이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반전됩니다. 역사적 사건 속에서 휩쓸리는 한 가족, 한 개인의 행복과 불행이 담담한 문체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묘사됩니다.

『시인, 강을 건너다』는 우연히 번역하게 됐습니다. 2008년 미국 텍사스테크대학교 베트남센터에 방문교수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당시 석사과정인 베트남 시인을 만났는데, 이 분이 비자 연장을 위해 베트남에 다녀와 이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판매가 금지된 책이라고 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읽다 보니 잘 알지 못했던 1954년에서 1975년까지의 북베트남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과 베트남이 문화적 유사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분단국인 우리의 정서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현대사에서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남북 분단과 동족 간의 전쟁, 이데올로기의 대립 등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베트남도 겪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와 다른 처지에서 얘기하고 있지만요.

2010년 초 하노이에서 베트남 작가동맹이 주최한 '세계 베트남 문학 번역가 대회'에서 작가 호앙밍뜨엉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당신의 작품을 읽었다고 하니 『시인, 강을 건너다』에 서명해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2014년 프랑스어로 번역됐고, 2015년 한국어로, 2016년에는 일본어와 중국어로 번역됐습니다. 6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4개 국어로 번역 출간될 정도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원제는 『신의 시대』였는데 한국어 번역판을 내면서 제목을 『시인, 강을 건너다』로 변경했습니다. 사실 저자가 이 책에 붙인 제목은 『졸(卒) 강을 건너다』였습니다. 이것을 베트남 출판사에서 『신의 시대』로 바꾸었고,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다시 『시인, 강을 건너다』로 바뀐 것입니다.


< 소설 '하얀아오자이'의 실존 모델인 쩌우 여사와 배양수 교수님이 문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 소설 '하얀아오자이'의 실존 모델인 쩌우 여사와 배양수 교수님이 문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한국인이 읽을 만한 베트남의 문학 작품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한국어로 번역된 베트남 소설은 모두 다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1년이 됐지만 아직도 베트남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트남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지름길은 베트남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추천한다면 2012년 출간된 바오닝의 『전쟁의 슬픔』입니다. 또한 고전으로는 2개의 번역본이 있는 『끼에우전(쭈옌끼에우)』이 있습니다. 『끼에우전』은 베트남인들이 최고로 꼽는 시소설이자 베트남어를 아름답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작품으로 칭송되기도 합니다. 1~2시간에 읽을 수 있는 고전으로는 『정부음곡(征婦吟曲)』을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전쟁에 나간 남편을 그리는 부인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음곡(吟曲)입니다.


< 베트남문인회 사무실에서 응웬꽝티에우 회장과 응웬투후에 소설가와의 만남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 베트남문인회 사무실에서 응웬꽝티에우 회장과 응웬투후에 소설가와의 만남 - 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 및 문학 작품 교류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문화교류를 잘못 이해하면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는 매체와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내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래든 영화든 드라마든 상대방의 정서에 울림을 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를 얘기하면서 균형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화교류에서 어떤 정책에 의한 균형은 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통문화와 관련된 부분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민족의 문화적 전통을 유지 및 발전시켜야 하는데 시장의 논리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학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기관이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의 경우 아마 관련 부분에 관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번역을 지원하면 비록 그 예산이 적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배양수 교수님 제공








정소윤

성명 : 정소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호찌민 통신원]
약력 : 현) 교육 사업가, 작가/강연가 전) 국제기구 국제 외교관 저서 『water in sahara』, 『말괄량이 세계를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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