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소개된 한국 문학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11.27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소개된 한국 문학


지난 11월 3일 53번가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Anton Hur) 번역가가 함께한 단편집 『저주토끼(Cursed Bunny)』 북토크가 프란시스 차(Frances Cha) 작가의 진행으로 열렸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영문판이 2022 부커상 국제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최종 후보에 오른 것에 이어 미국판은 2023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번역 부문(Translated Literature)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금요일 저녁에 열린 이벤트였지만, 도서관에서 마련한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해 『저주토끼』에 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18시 10분에 시작된 북토크는 뉴욕공공도서관의 이초롱 한인 사서의 인사로 시작됐다. 이초롱 사서는 "최근 꾸준히 이어지는 현지 한인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다양한 한국 도서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저주토끼』 북토크 역시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욕공공도서관의 여러 지점 중 유일하게 한인 사서가 있는 53번가 도서관은 올해 4월 '신경숙 작가와의 북토크'에 이어 이번 '정보라 작가와의 북토크', 그리고 연이어 '진병관 작가와의 대화'까지 현지 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지 독자에게 한국 문학을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이번 북토크의 진행을 담당한 프란시스 차 작가는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내가 너의 얼굴을 가졌다면(If I had your face)』으로 등단해 올해 가을 『도깨비 쌍둥이(The Goblin Twins)』를 출간했다.


< 뉴욕공공도서관 53번가 지점에서 진행된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와의 대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 뉴욕공공도서관 53번가 지점에서 진행된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와의 대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북토크는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 각자의 이야기부터 『저주토끼』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정보라 작가는 우선 단편집에 실린 『머리(Head)』를 통해 등단한 이야기로 북토크의 문을 열었다. 정 작가는 "22세에 우연히 상금이 탐나 쓴 글로 교내 문학상을 받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어 "단편 『씨앗』이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어쩌다 보니 과학 문학을 쓰게 됐다."며 "단편집 『저주토끼』의 번역 역시 예기치 못하게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8년 한 도서 판매전에서 자신의 책에 한 낯선 남자가 관심을 표하며 『저주토끼』의 번역 과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 낯선 남자가 바로 안톤 허 번역가다.

안톤 허 번역가는 "『머리』를 읽자마자 정보라 작가의 글을 번역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정 작가의 글은 명확하며 누가 왜, 언제 말하는지, 어떤 표현이나 단어가 왜 쓰였는지 알 수 있어 번역이 어렵지 않았다."고 북토크를 시작했다. 허 번역가는 "오히려 정 작가의 책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해외 독자에게 소개하는 과정이 큰 난항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문학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문화 상품이기에 아직 영어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공포감과 유머를 모두 담고 있는 독특한 문체로 관심을 받은 정보라 작가는 "화가 날 때 글을 쓴다."며 말을 이어갔다. 책에 실린 단편 중 가장 좋아하는 글로 『안녕, 내 사랑』을 꼽으며 연세대학교 과학공상글쓰기 수업 중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소재에 관해 쓴 글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학생들이 쓸 수 있도록 해준 주제라 정이 간다."고 말했다.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는 정 작가는 "폴란드 및 러시아 문학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고 또 해당 문학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며 글쓰기를 배운다."고 말했다. 안톤 허 번역가는 『머리』가 제일 좋다며 "첫 장을 읽으며 (번역에)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책을 마무리하는 『재회』도 좋아한다."며 "단편집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글이다. 비극적이지만 인간적인 마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을 가득 채운 북토크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 게임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안톤 허 번역가는 "아직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기 때문에 좋은 책을 번역해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일은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아닌 번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번역은 문학이 아닌 다른 문화콘텐츠에서도 한국 작품의 매력을 해외 대중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번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박진희

성명 : 박진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약력 : Program Coordinator and Executive Assistant, YS Kim Foundation (New York, United States) Teaching Assistant and Course Assistant, New York University (New York, United States) Social Media Manager and Creative Web Director, 스튜디오랩딥(서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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