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베이징의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한글교육하는 북경정음우리말학교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5.15

베이징의 한인 밀질 지역(한인타운)인 조양구 왕징의 왕징서원4취에 위치한 북경정음우리말학교는 매주 토요일에 수업하고 있다.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2020년 봄학기부터 3년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 왔으나, 이번학기부터는 정상수업을 하게 됐다. 128명의 학생이 수준에 따라 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졸업반, 회화반, 12개 반으로 나눠서 수업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교 정문에는 정신철 교장선생님이 한복을 입은 학생대표들과 함께 서서 학생들을 반기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 아침 인사가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어린이들에게 에너지로 주입된다."고 한다.


정신철 교장선생님은 우리말 공부의 첫걸음을 떼는 어린이들에게 민족이란 개념과 민족 언어의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우리말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예화 학부모회장은 학교 운영에 대한 지원내용과 학부모들의 협조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번 학기에도 아낌없는 지지와 전폭적인 성원을 통하여 학교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 민족교육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 민족 구성원들의 결속력과 단합력은 강해지고 있다. 개교 10주년을 맞는 2023년도 봄학기에 10명의 교사는 평일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일을 하고, 토요일에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수업현장

□ 우리말 우리글이 생각을 바꾼다_김여매 부교장 선생님
정음우리말학교는 2019년 3월부터 봉사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부교장을 맡고 있는 김여매 부교장 선생님은 사범대학 졸업 후 지방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개혁개방의 거센 바람은 김 선생님이 살고 있는 작은 현성에도 영향을 주었고, 그 개혁의 물결을 타고 북경에 진출하여 현지 고등학교 국제부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보람도 느꼈고 또 교사의 긍지도 가지게 되었다. 자녀교육을 위해 교정을 떠났지만, 북경정음우리말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강단에 다시 선다는 것이 좋았고 또 낯선 직업이 아니라서 마음의 여유도 있었다. 본인의 자녀도 우리말을 구사할 줄 몰라서 학교에서 전혀 기초가 없는 우리 민족 어린이들을 대했을 때 그 책임감과 사명감은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하여 간단한 단어, 문장들을 공책에 또박또박 쓸 수 있을 때, 또 아이들이 한국어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학부모에게서 듣고 그 어린이 못지않게, 학부모도 성취감을 느꼈을 때, 나에게 큰 동력이 되었다. 또 학교에서 개최하는 각종 민족 문화 전승을 위한 체험행사를 진행하면서 가끔 희미하게 모습을 잃어 가던 민족정체성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말 이야기대회, 우리글 쓰기 대회에 참가한 우리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서 북경정음우리말학교 교사로서 보람과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김여매 부교장은 "북경정음우리말학교는 북경에 살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소실되어 가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학부모들의 민족정체성에 대한 인식도 다시 부각시켜준다. 또 교사들의 우리 말 우리 글 교학에 대한 열의와 사명감도 불태워 간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한다.

□ 우리의 몫과 책임_김명옥 선생님
2020년 9월부터 북경정음우리말학교에서 봉사 중인 김명옥 선생님은 "북경정음우리말학교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북경정음우리말학교는 우리 후대들에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전수하며 또 계승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버팀목 역할과 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북경정음우리말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무한한 자랑과 긍지를 느끼고 그 속에서 이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야말로 큰 행운이다. 특히 초창기 멤버들과 선배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교사 출신인 데다가 오랫동안 번역과 과외를 해 왔기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열정과 사랑만 있으면 모든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직접 부딪쳐 보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그냥 1대1 과외를 해오다가 15명 정도의 학생들을 컨트롤하기에는 버거웠다. 나이는 물론, 학습 능력, 접수 능력이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수업 시간에 어떻게 아이들을 컨트롤하고 수업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무조건 열정으로만 될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로부터 조언과 제안을 구했고 또 하나하나 실천해 보면서 나름의 경험도 쌓아갔다. 학부모님들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모든 아이가 나에게는 소중한 존재이고 또 사랑으로 섬겨야만 하는 영혼들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더욱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전수해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줄지 고민을 해 본다. 이것이 우리의 몫이고 또한 책임이다. 아직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 민족의 언어나 문화, 역사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할 뿐만 아니라 내가 왜 굳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다. 단순히 우리말 우리글만 가르치는 데 편중하기보다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도 가르침으로써 민족에 대한 사랑과 우리 민족의 문화 및 역사에 대한 애착심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우리들의 올바른 이해와 터득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후대들에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와 유산을 전수해 줄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동시에 무엇보다도 후대들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바로 우리 민족의 문화 전통을 이어받아 전승해 나가야 할 주인공들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 북경정음우리말학교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면서_지월선 선생님
정음우리말학교에서 2020년 7월부터 봉사 중이신 지월선 선생님은 "우리 말과 우리 민족 문화 전통을 이어가는 북경정음우리말 학교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니 너무 감격스럽다. 북경에 거주하면서, 조선족이지만 우리말을 구사할 수 없었던 첫째 아이의 우리말 교육이 시급했던 차에 북경정음우리말학교를 알게 되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우리말과 문화를 모르는 상황은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의 현황이라고도 생각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언어와 문화를 지켜야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마음에 갓 한 살 된 둘째와 유치원생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주말학교에 나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매주 학교에서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우리 글을 쓰고 우리 말을 읽으면서 조선족으로서의 자신감도 많이 키워가는 것을 보았다. 한 민족에 있어서 언어와 문화가 영혼이듯이,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민족 언어로 구사할 수 있고 학기 행사 때마다 각종 우리 문화 체험도 하면서 조선족이라는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고 있다. 점차 소수민족 고유의 문화가 많이 잊혀 가지만 가정이라는 작은 그룹으로는 민족문화를 이어가기 힘든 시기이기에도 조선족이라는 대가족으로 뭉쳐서 언어 계승 및 전통문화를 이어가야 한다."


□ 북경정음의 희망찬 앞날을 바라보며_이은혜 선생님
통역 번역일을 하며 정음우리말학교에서 2021년 3월부터 봉사 중인 이은혜 선생님은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고민하는 중에 정음우리말학교을 접하게 되었고 정신철 교장선생님의 학교설립 취지를 들으면서 이것이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참으로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북경정음에 몸담게 되었다. 학생들이 우리말 발음도 글도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가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아직은 서투른 모습이지만 자기 민족의 언어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애들과 배후에서 심혈을 기울이시는 학부님들의 노력과 견지가 참 귀하고 대견스럽다. 귀엽고 소중한 우리 애들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자기의 정체성을 키우면서 이 땅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애들의 해맑은 미소와 웃음소리, 장난기, 글을 읽는 낭랑한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운 우리 애들의 소년 시절을 장식하면서 흘러간다. 꽃 피울 청춘이 아름다운 꽃들로 활짝 필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이라도 일조하려고 한다."

□ 민족애 넘치는 북경정음_장련 선생님
현재 아나운서이자 2020년 3월부터 정음우리말학교에서 봉사하는 장련 선생님은 "지인의 소개로 정음학교에 발을 담그게 되면서 소싯적 선생님이 되려던 꿈을 펼치게 되어 기대로 벅찼다. 14년의 우리말 방송 경력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만만하게 수업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형식으로 시작하면서 서투른 모습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당황하기도 했다. 다행히 정음 선생님들의 협력으로 좋은 정보 공유와 도움을 받으면서 정음 수업 첫걸음마를 뗐다. 3년 내내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교체하면서 정음학교를 알아가고 정음학교에서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 사명감을 다져갔다. 정음학교는 다채로운 우리말 수업뿐만 아니라 민속 체험활동, 야유회, 이야기 대회, 이쁜 글쓰기 대회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들이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을 더 다각적인 시각으로 접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전력을 다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비바람의 역경을 잘 이겨낼 수 있듯이 민족문화의 뿌리를 지켜가는 민족교육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 내 사랑하는 복숭아와 자두(桃李)들에게_한미란 선생님
무역회사 근무 중이며 정음학교는 2021년 3월부터 봉사하시는 한미란 선생님은 "학부 때부터 우리말 과외를 했었고 석사과정과 유학 시절에도 학원에서 우리말 강의를 했었기 때문에 사실 수업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나의 이런 자신감과 오만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령대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골고루 있어, 받아 들일만한 수업방식이 필요했고, 수업규율도 장악하기 어려웠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균형을 맞추는 게 급선무였다. 읽기와 쓰기 카드 찍기, 수업 전 동요 읊기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적극성과 학부모님들의 참여성이 모두 제고되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의 충돌을 겪으면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심지를 단단히 굳히는 데는 부모의 안목과 정성, 끈기가 주요한 버팀목이다.





이나연
 중국 이나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1~8기
 중국경제신문 기자
 한인회 행정.기획.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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