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발밤발밤 한국말 교육을 위해 걸어갑니다.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4.21

작년까지 재일본 관동협의회 회장을 맡은 최미란 선생님은 "처음 학술대회나 교사 연수회에 가면 '일본은 특수 지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희망'이 아니라 '포기'처럼 들려 우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전했다.


그녀가 한국말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동방신기'를 좋아하던 첫째 아이의 반 엄마들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사이버 대학에 편입하여 일본에서 '교원자격증 1급을 딴 1호'라는 타이틀도 얻었으며 동경을 중심으로 한국어 교사들에게 최미란 선생님은 언제나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이른바 '통'이다. 동경 교육원을 시작으로 귀금속 한글학교뿐만 아니라 일본 경시청이나 도쿄도 교육위원회, 초, 중, 고등학교, 전문학교 등 일본의 공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한국말 알리기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는 유명 무실한 단체였던 재일본 관동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2022년까지 활동하면서 교사 연수회 등을 통해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회장'보다는 '가르치는 게 체질'인 것 같아 재임을 원하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를 만나 일본에서의 한국말 교육에 대한 현황과 반성을 들어보았다.


- 재일본 관동협의회 회장을 역임하셨는데 관동협의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많은 한글 교실이 있지만 언제나 느끼는 것은 체계가 없는 곳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초등학교 6년 동안 다녀도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이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때론 선생님 개인의 힘으로 역부족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 사회는 굉장히 개인 위주의 생활이 강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고군분투가 외로운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여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협의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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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재일본 관동협의회의 성과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재일본 관동협의회가 다시 가동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 1년간은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나마 교사나 청소년 연수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많은 분께 협의회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선생님이 협의회를 잘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관동 지역의 38개 학교의 190여 명의 교사가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연수회 등의 참가인원이 3~4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 그 원인은 무엇이라도 생각하나?
"홍보 부족도 있고 많은 교사가 다른 개인적인 일들로 쫓기다 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운 면도 있겠죠. 사실, 한글학교의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한 일인데 이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닙니다. 만약 사명감만 강조하다 보면 운영자로서는 '봉사하는 게 당연하다'라는 논리로 교사들을 처우하는데, 그러다 보면 체계를 갖춘 교실 수업이 정착되기가 힘들어져 소속감을 느끼기도 어려운 일이죠. 좀 더디더라도 누군가 지시하고 끌고 가는 협의회가 되기보다는 교사들과 함께 걸어가는 협의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한국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현재 일본에는 한글 교육 현장이 크게 세종학당, 교육원, 한글학교, 일본의 각 교육기관에서 하는 현지인 교육인데 각 교육기관의 교육 대상이 너무 딱 구분을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각 기관의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교육자로서는 좀 더 통합적인 시야로 연계된 교육 현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야 교육 단절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

-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목적이 바뀌었죠, 예전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팬 활동에서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한국어라는 것이 자신들의 미래를 바꾸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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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스텝으로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처음 한글학교에 갔을 때였는데 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일본'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다시 '그럼 여러분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일본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오래전 기억이지만 그때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어요. 또 한 번은 독도에 관한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자신이 다니는 일본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르다며 질문을 했죠. 아이의 질문이 틀렸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사물을 보는 시각은 양면성이 존재하지만, 진실은 하나다.'라는 말을 했는데, 결국, 그 아이는 그다음부터 한글학교에 오지 않았어요. 또 한번은 교재에 나온 '일본 강점기'라는 표현에 항의하는 학생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었던 적도 있어요. 결국은 교재를 바꿨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 마음에 항상 앙금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서로 상처받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에서 제공하는 역사 교재를 그대로 일본 교육 현장에 적용했을 때 생기는 반감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년 청소년 연수회 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아이가 '자신은 한국에 가면 일본 사람 취급을 받고 일본에서는 한국 사람 취급을 받는다'라는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줍니다."

그녀의 카톡 프로필에는 '발밤발밤'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것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습을 표현한 말로 아마 그 말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앞으로 그녀의 발밤발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응원해 본다.






엄용주
 일본 엄용주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8기
 현) 동경 오타민단 한국어 강사
 경력) 영상 미디어 기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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