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옮겨진 한 그루
류 명 순 (에콰도르)
누가 나를 이곳으로 옮겨왔을까?
낯선 흙, 모르는 바람
뿌리를 끌어안은 채
하늘을 본다
구름아 너는 좋겠다
그리운 그 땅을 볼 수 있어서
바람아 너는 좋겠다
내가 아는 그 땅에 갈 수 있어서
두려움을 안고 사알짝 뿌리 내려본다
낯선 흙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고
모르는 바람이 내게 인사하며
뜨거운 햇살이 나의 언 마음 녹이고
내리치는 빗방울이 나의 눈물 닦아준다
나를 감싸 안아준 고마운 흙
내게 자리를 내어준 고마운 땅
그 고마움에
그제서야 나는 뿌리를 편다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로 화답한다
누가 나를 이곳에 옮겨 놓았을까
먼 기억 속의 그 땅이 그리워진다
그 땅의 흙내음이 내 가슴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