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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기업명
인솔원
국가
담당업무
번역 및 마케팅
작성자
박태현
기수
10기
작성일
2020.12.09

1. 기회의 땅 우루과이

우루과이로 가겠다고 생각한 건 2019년 여름, 칠레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였다. 6일간의 휴가로 방문한 몬테비데오. 사실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길거리에 사람도 없고, 건물들도 낡고 오래되었다. 관광지로서도 특출날 것도 없는 곳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먹구름까지 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헛발을 쳤다고 생각했다. 우루과이에 가기 위해 쓴 연차와 돈이 아까웠다.

그런데 하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익숙한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는 사람의 동상이었다. 명동 앞 을지로 거리를 지나다니며 봤던 동상이었다. 동상을 눈여겨보니 택시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한국의 예술가가 기증한 동상이란다. 우루과이는 한국의 대척점. 지구상에서 우루과이보다 먼 나라는 없다. 그런 우루과이에 한국 동상이 있다니. 궁금증에 핸드폰을 꺼내 이리저리 검색해봤다. 그렇게 나는 그것이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 맨’이라는 동상이라는 점, 그리고 그 동상이 있는 광장이 ‘한국 광장’이라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루과이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실 우리나라 동상을 본 것이 대수는 아니었다. 이제는 외국에서 한국과 관련된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구 정반대편에서, 그리고 우연찮게 발견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어쨌든 그 날 이후로 우루과이를 더 알아보고 싶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한관계 등 다 찾아봤다. 그리고 나는 우루과이의 가능성을 보았다. 역내 순위권의 정치적 안정성, 1인당 국민소득,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차 커져가는 한국에 대한 관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은 아직 200명 남짓... 이미 한국이 잘 알려진 칠레에서 한국산 제품과 한식의 인기를 익히 봐온 터였다.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여행이 끝나고 칠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다. 우루과이에 돌아가 더 알아보고 싶다. 우루과이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


‘한국 광장’이 위치한 람블라(La Rambla)

<‘한국 광장’이 위치한 람블라(La Rambla)>


2. 고민의 시간, 그리고 결심

우루과이 여행 2주 후, 칠레에서의 인턴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칠레에서 인턴을 할 때는 어서 귀국해 취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우루과이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상인턴십. 그리고 수많은 기업 중 눈에 띈 우루과이 인솔원. 홀린 듯 자소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면접까지 봤다. 그 후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안이 엄습했다. ‘지금 우루과이에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인턴 경험을 갖고 있었고, 스펙도 내 딴에는 만족스러울 만큼 쌓아놓은 터였다. 나이도 많이 찬 상태였다. 인턴을 하고 돌아온다면 한 살 추가. 더 이상의 인턴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이번 인턴으로 취업시장에서 나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에 가고 싶은 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경험하고, 직접 기회를 찾아보고 싶었다. 결정할 수가 없었다. 사전교육 기간에도 수업 듣는 것 반, 고민 반이었다.

출발 1주일 전에서야 결정을 내렸다. 우루과이로 가보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사전교육도 도움이 됐다. 인턴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사전교육에서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니 안도감 같은 게 들었다. 이와 더불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라는, 그 무책임하면서도 흔한 격언도 내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기저에는 우루과이에 대한 나의 열망이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하기 시작했다. 짐을 모두 싸니 출국 하루 전이었다.


3. 기대와는 다른 일, 시각의 전환

우루과이행을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변명이 필요했다. 그 중 하나는 ‘무역 실무 경험’을 쌓겠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거래처와 외국어로 메일을 주고받을 줄 알았다. 수출입 서류, 통관 서류를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을 줄 알았다. 우루과이의 ‘상사맨’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우루과이에서 내가 한 일은 사뭇 달랐다. 한식당 마케팅, 신문기사 번역, 사진 인화와 액자 제작, 환전/입출금 등 단순은행업무, 공공요금 납부. 내가 생각했던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기대했던 바와 너무도 달라 이따금씩은 실망과 후회도 했다. 그러니 자신감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퇴근을 하며 바라본 몬테비데오는 2019년 여름보다 한층 더 을씨년스러웠다.

안 좋은 기분을 극복하기 위해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하고 있고, 배우고 있다고 말이다. 입에 발린 말 같지만, 신기하게도 이 ‘생각의 전환’의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던 업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한식당을 마케팅하며 마케팅을 학습해 SNS마케팅기법을 배우고, 다른 한식당을 벤치마킹하며 성공적인 마케팅사례를 습득했다. 매일 신문기사를 번역하며 스페인어 실력을 한층 향상시켰다. 신문을 읽는 습관을 얻게 된 건 덤이다. 사진 인화와 액자 제작을 하면서는 포토샵 운용 능력, 간단한 디자인 역량까지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해 관점을 바꿨지만, 관점을 바꾸고 나니 내가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 인턴 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결정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몬테비데오 전경

<사무실에서 바라본 몬테비데오 전경>


4. 우루과이가 나에게 남긴 것

나는 우루과이에서 크게 세 가지를 배웠다.

첫 번째는,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라는 조언이, 비록 무책임하고 흔하더라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루과이에서의 인턴경험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무역 업무의 ‘무’자도 맛보지 못했다. 막상 가서 보니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내가 생각했던 기회의 땅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루과이에 가겠다는 결단이 있었기에 마케팅, 스페인어, 포토샵을 배울 수 있었고, 우루과이 시장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기대했던 업무가 아니라고 불만족했을 때는, 모든 업무가 의미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생각을 바꿨을 뿐인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업무에도 더 열정적으로 임해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생각의 전환’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앞서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후회를 안 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내가 하는 어떤 일에서도 배우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인턴은 복사와 스캔만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복사와 스캔 실력이 업무처리속도와 직결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 업무로 보이더라도, 사실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루과이에서 사진인화를 하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단순한 업무였으며, 사진관에 취업할 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포토샵을 쓸 수 있게 됐고, 간단한 디자인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5. 마치며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대학생에게는 토익을 20번이나 쳐볼 수 있는 시간이며, 취준생에게는 수많은 일자리에 지원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한상인턴십에 지원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는 확신을 갖고 있는 분도 많이 있겠지만, 반대로 나처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고민을 하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6개월은 긴 시간이며, 더군다나 해외에서의 인턴 생활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치열한 고민과 스트레스 끝에 우루과이행을 결심했다. 업무 시작 후에는 일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을 지나 만족한다.

하지만 내가 만족했다고 해서, 중요한 기로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걱정 말고 가세요”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오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턴십 파견을 두고 고민하거나 인턴십 시작 후 일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분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